尹 "이권 카르텔 혁파" 주문에 文정부 카르텔 해체 칼 빼는 검·경
윤석열 정부의 반(反)카르텔 선언 이후 검찰과 경찰의 ‘이권 카르텔’ 수사가 급증하고 있다. 국무조정실·감사원·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사정 기관이 선제적으로 조사에 나서고 검·경의 수사로 이어지는 흐름이 특징이다. 대부분 전 정부 인사들의 이권 개입 의혹이 ‘카르텔’이라는 이름으로 묶이고 있다.
카르텔 해체 수사 가운데는 검찰의 ‘태양광 카르텔’ 수사가 대표적이다. 북부지검 국가재정범죄 합동수사단은 지난해 9월 출범 ‘1호 사건’으로 태양광 사업 비리를 선정하고 수사를 이어왔다. 이는 국무조정실이 전국 지자체 중 12곳의 전력산업기금 실태를 점검해 부당한 대출·보조금 정황이 있는 1265건(376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하면서 촉발된 사건이다.
경찰 역시 ‘보조금 카르텔’ 해체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 역시 국무조정실이 민간단체 보조금을 감사해 최근 3년간 부정수급 사례 1865건(314억원)을 적발한 것이 계기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올해 말까지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특별단속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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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권 결합형 카르텔 해체가 핵심”
정권교체 이후 수사기관이 전 정부 비리를 수사하는 일은 흔히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책과 이권의 연결고리를 끊는 데 주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정책 수립→외곽단체에 대한 보조금 등 금품 지원→지지세력 확보 및 국정 운영 동력화로 연결되는 일종의 사슬을 끊어내는 데 수사의 큰 그림이 있다는 얘기다. 한 여권 관계자는 “특정 정치 세력에 나랏돈을 퍼준 꼴이기 때문”이라고 카르텔 수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KT 이권 카르텔’ 수사는 이런 카르텔 해체의 정석적 수사로 꼽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이정섭)는 구현모·남중수 전 대표 등 전·현직 KT 경영진이 하청업체를 ‘비자금 창고’로 삼았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KT가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정황을 포착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등 임원진의 개인비리 뿐만 아니라, 구조적 문제도 동시에 들여다보고 있다.
카르텔 수사가 전방위로 벌어지면서 이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간 축소 흐름을 보였던 검찰의 수사 범위를 카르텔 수사를 통해 다시 확대하고 있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개별 법률에서 국가기관으로 하여금 검사에게 고발하도록 하거나 수사를 의뢰하도록 규정된 범죄’에 대해선 검찰의 직접 수사를 터주고 있는데, 카르텔 수사를 빌미로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가 확대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검찰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법 규정상 검찰 수사가 예정된 절차일 뿐이라는 이유다. 또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 해체 결정과 관련, 감사원이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을 검찰에 수사의뢰한 사건은 경찰에 이첩하는 등 최소한의 역할만 하고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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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카르텔 등 수사 대기중
앞으로 검·경의 수사로 이어질 만한 이권 카르텔 의혹은 줄줄이 대기 중이다. 윤 대통령이 직접 엄단을 주문한 ‘사교육 카르텔’의 경우 국세청이 지난달 말 메가스터디·시대인재·종로학원·유웨이 등 서울의 유명 대형학원과 ‘일타강사’ 현우진씨 등을 불시 세무조사하면서 수사 초읽기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은 해당 조사 결과가 넘어오면 반부패수사부와 형사부 가운데 어디가 맡을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전 정부에서 대북정책을 주도한 통일부의 비공개 대북지원사업에 국고가 불투명하게 사용됐다는 의혹 역시 검·경의 수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북사업 카르텔’을 해체하는 데는 단순 행정조사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있어서다.
법조계와 경제계에선 이권 카르텔 해체는 정치 진영을 떠나 어느 정부에서든 해야 하는 작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연·혈연·학생운동 경험 등 특정한 연고를 가진 사람끼리 이익을 독점하고 공정한 경쟁을 방해 놓는 건 과거 개발시대의 잔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람과 사람 간 인연을 이용해 이익을 보려는 움직임을 타파해야 우리 사회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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