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김민재의 포르투갈 에이전트, 바이에른에 오기까지 과정과 비전을 공개하다

김정용 기자 2023. 7.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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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바이에른뮌헨). 김정용 기자

[풋볼리스트=뮌헨(독일)] 김정용 기자= 김민재의 남다른 유럽 진출 과정은 어느 날 모르는 해외번호에서 온 한 통의 메시지에서 시작됐다.


포르투갈 에이전트 마우로가 K리그 경기를 보다가 눈여겨봤다며 보낸 메시지였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김민재는 마우로 등 포르투갈 에이전트들, 그리고 김민재 담당직원이었던 에이전트 홍동현 씨가 나중에 설립한 회사 오렌지볼의 공동 관리를 받고 있다.


이들은 멀리 떨어져 일하지만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는 한 장소에 모여 거래를 마무리한다. 작년 나폴리행 당시에는 양국 에이전트와 김민재까지 모두 포르투갈에 모여서 최종 협상을 진행했다. 이번 바이에른뮌헨 이적은 한국에서 마무리했다. 포르투갈 에이전트 두 명이 조용히 입국, 오렌지볼과 한 테이블에 앉아 서류를 검토했다. 포르투갈에서 한국으로 입국할 때 과거와 달리 간단한 비자 발급 절차가 생겼다는 걸 몰랐기 때문에 일정이 늦어졌다. 그래서 서울을 둘러볼 겨를도 없이 서류작업만 하고 김민재와 함께 뮌헨으로 곧장 떠나야 했다.


그리 유명하지 않았던 포르투갈 에이전트는 K리그의 한 유망주를 일찌감치 발굴한 덕분에 지금은 몸값 5,000만 유로(약 700억 원)짜리 바이에른 선수를 갖게 됐다. 그만큼 축구에 열정적이고, 김민재에게 애정이 크다. 김민재와 에이전트들이 대화하는 자리에 잠깐 꼈는데,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폭풍처럼 축구 조언을 쏟아내는 광경을 목격했다. 김민재의 영어가 왜 늘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


뮌헨의 한 호텔에서 김민재를 기다리다 짬을 내 준 마우로와 인터뷰를 가졌다. 축구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마우로의 말투는 활기찼고, 특히 '보이'라고 부르는 김민재를 거론할 때마다 신이 난 듯 보였다.


- 예전에도 대화한 적 있는 주제지만, 김민재를 처음 알게 된 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K리그1 전북 경기를 보면서 처음 김민재를 알게 됐다. 2018년이었을 것이다. 스카우트의 일환으로 경기 영상을 보다가 눈에 띄었다.


- 유럽 에이전트가 영상을 보다가 접촉했다는 건 프로 선수에게 흔치 않은 얘기다. 김민재처럼 K리그1 최고 수준이었던 선수는 해외 진출을 위해 현지 에이전시를 먼저 찾는 경우가 더 많은데.


처음 접촉했을 때는 아시안컵 중이었을 것이다. 즉 2019년 초다. 김민재가 여기 있는 디(홍동현 오렌지볼 대표를 부르는 별명, 당시 김민재 에이전시 소속 에이전트)의 번호를 줬다. 그때 이후로 나, '디,'  '보이'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마우로는 처음 김민재의 연락처를 수소문해 주고받았던 메시지를 캡처해 오래 간직했다.)


- 요새 김민재를 보이라는 새 별명으로 부르던데?


그거야 귀여우니까. 그동안 MJ라고 불렀다. 그건 마이클 조던에 빗대는 의미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 김민재를 지원하는 우리 팀 사이에서는 '보이'라는 말이 정착됐다. 우리의 소년, 더 특별한 존재라는 의미를 담는 것이다.


- 김민재를 유럽팀들에 소개한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흥미로운 점이 많다. 내가 김민재를 찾았을 때, 수비수들에게 흔치않은 능력들을 봤다. 아주 용감하고, 공을 아주 잘 다루고, 폭발적으로 빨랐기 때문이다. 전술적으로는 좀 발전해야 했지만. 굉장히 기대되고 흥분되는 선수였다. 유럽 구단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처음 협상하려 한 팀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구단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중국의 베이징궈안 이적이 많이 진전돼 있었기 때문에 유럽행은 어려운 시점이었다. 이게 유럽진출 스토리의 첫 대목이다.


(김민재는 전북현대에서 베이징으로 이적한 2019년 당시 왓퍼드의 러브콜을 받은 바 있다.)


- 중국, 오래 있었고(2년 반) 우여곡절도 많은 시간이었다.


지금은 결과적으로 바이에른으로 이적했으니까 너무 길어서 문제였다고 말할 순 없다. 바이에른행은 어린 선수들에게 굉장히 영감을 준다고 생각한다. 어디서 시작하든 좋은 실력, 마음가짐, 좋은 사람들을 갖고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영감이다. 어떤 이적도 잘못됐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늘 바이에른이라는 거대 클럽에 도달하기까지 거친 모든 팀들이 김민재의 발전에 필요했기 때문이다.


- 일단 과거에 연연하고 후회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좋은 관점인 것 같다.


바로 그렇다. 강한 마음가짐을 갖추고 자신을 믿는다면, 그리고 김민재처럼 겸손한 자세로 배우려 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 성공의 핵심이다.


- 김민재는 이 '팀'과 함께 튀르키예, 이탈리아, 독일로 세 번 이적했다. 그 중 가장 어려웠던 건은 무엇이었나?


페네르바체 이적이지. 아시아를 처음 떠나는 길이었다. 페네르바체가 김민재를 얼마나 원하는지는 잘 알았다. MJ는 실수를 겪으며 성장할 곳이 필요했다. 페네르바체는 이를 위해 완벽한 곳이었다. 감독이 중국 리그를 겪으며 김민재를 잘 알고 있었다. 페네르바체는 빅 클럽이다. 많은 서포터, 우승에 대한 강한 압박을 겪을 수 있었다. 그게 MJ를 성장시키기 적절한 환경이라고 봤다. 이를 통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 페네르바체를 선택했을 때부터 단기 프로젝트를 의도했다. 가능하다면 단 1년. 왜냐면 페네르바체행 전부터 EPL의 주요 구단들이 김민재를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1년 뒤 다시 이적할 수 있을 거란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가장 중요했고 고심한 이적이 페네르바체행이다.


(김민재는 베이징 시절 주제 무리뉴 당시 토트넘홋스퍼 감독의 관심을 받는 등 유럽 여러 팀과 연결되곤 했다.)


- 당시 김민재가 중국과 튀르키예로 가는 걸 보고 많이들 실망했다. 토트넘 등 유럽 구단의 관심이 자주 보도됐으니까.


이해한다. 우리와 '보이' 입장에서도 베이징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생기다 결국 무산됐던 건 실망스럽고 힘든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튀르키예로 간 건 아까 말했듯 최상의 결정이었다. 실수를 하며 성장할 곳이 필요했다. 만약 빅 클럽, 특히 EPL 상위권으로 곧장 이적했다면 실수할 여유를 가질 수 없고 큰 압박에 시달렸을 것이다. 나, '디,' '보이' 모두 페네르바체로 가는 이유가 분명했다.


- 하지만 유럽에서 1년에 한 번씩 더 높은 단계로 이적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현시키는 건 굉장히 드문 일이다. 한국에서는 물론, 지난 10여년을 돌아봐도 전유럽에서 이런 선수는 극히 드물다.


민재는 굉장히 특별한 선수니까. 우린 팀으로서 이 특별한 선수를 어떻게 지원할지 계획을 세웠다. 민재의 모든 선택에는 손해인 부분 역시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유가 분명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제각각 많은 의견을 내고 이야기한다는 건 축구가 재밌는 이유 중 하나다. 그 많은 말 사이에서 우리는 민재의 갈 길을 찾는데 집중했다.


- 나폴리로 이적할 때는 첫 빅리그 진출이었다. 결과적으로 리그를 정복했는데. 이 정도로 잘할 거라 예상했나?


100%. 우린 고객이 이적할 때마다 모든 걸 분석한다. 리그, 선수, 선수 스타일 등을 분석한다. 민재에게 세리에A와 나폴리에 대해 모든 걸 설명하려 했다.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왜 나폴리로 가는 게 적절한지 설명했다. 나폴리에는 민재가 뛸 자리가 있었고, 선수를 더 발전시켜줄 팀 스타일이 있었다. 민재는 지난 5년간 세리에A 최고 센터백이었던 칼리두 쿨리발리의 자리로 가는 거였고, 당시 세리에A에서 가장 좋은 플레이스타일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재가 자기 할 일만 해내면 잘 풀릴 건 알았다. 물론 결과는 그 이상이었다. 마라도나 이후 첫 우승이었으니까. 김민재는 3번인데 마라도나 이후 33년 만에 2023년에 우승했다는 3의 인연이 재미있었다. 그래서 질문에 답하자면 민재가 성공할 건 확신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민재 자신의 목표였던 최고 수비수상, 그리고 올해의 팀 선정, 세리에A 우승, 나아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경쟁력을 증명한 경기들까지.


- 그렇다면 바이에른은? 물론 어딜 봐도 좋은 구단이지만 지금까지 이야기한 방식대로라면 김민재에게도 적절한가?


물론 다른 구단들, 특히 EPL 구단들도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우린 김민재가 막 리그 우승을 거뒀기 때문에 다음 시즌에도 우승에 대한 압박에 시달릴 것을 고려했다. 바이에른은 빅 클럽이고 누구나 이 팀에 오는 건 우승하기 위해서다. 지난 10년 넘게 계속 우승하지 않았나. 지금은 우승하는 팀으로 가야 할 때였다. 언제나 UCL에 진출하는 팀에 가야 할 때였고. 또 한 가지 중요한 건 내 파트너 '디'가 한국인이지만 독일어에 능통하고 독일 거주 경험이 있어서 선수를 특히 잘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사실 분데스리가를 유심히 보진 않기 때문에 요즘 바이에른의 상황을 세세히 알진 못했다. '디'가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김민재(나폴리). 김정용 기자
김민재(바이에른뮌헨). 게티이미지코리아

- 김민재와 함께 하면서 특별했던 순간들을 꼽는다면?


모든 순간이 특별했지만 지난 시즌의 두 순간이 기억난다. 첫 번째는 UCL에서 리버풀을 상대한 경기다. 우리 '보이'가 리버풀 같은 팀을 상대한 UCL에서도 특별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한 경기다. 또 세리에A에서 AC밀란을 상대한 경기의 마지막 순간도 그렇고. (그 '말디니 장면' 말인가?) 물론이다. 여기까지는 경기력 측면이었고, 감동적이었던 날은 어쩔 수 없이 마지막 경기다. 우승을 확정한 상태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민재, 가족과 함께 축하한 건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 김민재가 밟아온 길이 후배들에게 영감이 될 거라고 했다. 더 많은 선수들의 유럽진출을 이끌어내고 싶은지?


우리 회사와 오렌지볼 모두 어린 한국의 재능들을 유럽으로 진출시키고 싶다. 하지만 중요한 게 재능만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마음가짐과 정신력이 더 중요하다. 재능 있는 선수들은 단기적인 성공만 생각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 민재를 돌아보면 매 단계가 다 안전한 선택이었지 않나. 페네르바체를 갈 때도 우린 언젠가 바이에른 같은 팀으로 가는 걸 목표로 삼았다. 어린 선수들이 거쳐 가야 하는 단계들을 이해해줘야 한다. 그래서 우리 일이 어렵다. 에이전트가 비전을 제시하고 싶어도 선수와 교감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민재처럼 페네르바체로 진출한 뒤 더 성장시키고 싶은 유망주들이 있었지만 우리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제까지는 민재에게 주로 신경 썼으니, 이제부터는 한국의 어린 선수들을 더 찾고 싶다.


- K리그1 경기를 보다가 김민재를 찾았다고 했는데, 요즘엔 스카우트를 위해 온갖 리그를 챙겨볼 시간이 없을 것 같다.


시간이 문제인가, 열정의 문제지. 많은 리그를 보며 선수를 찾는 게 내 일하는 방식이고 특히 한국과 일본 리그는 유심히 본다.


- 민재에게 영감을 받은 선수 이야기를 했는데, 과거 인터뷰에서 에둘러 김지수를 주목한다고 말한 바 있지 않나. 김지수가 최근 브렌트퍼드로 이적했는데….


김지수가 바로 민재처럼 페네르바체로 갔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선수 중 하나다. 하지만 우리 구상대로 되진 않았다. 김지수의 에이전트와 협업하고 싶었지만 그들의 구상은 달랐던 거다. 존중한다. 우리 입장에선 아쉽지만 분명 훌륭한 선수다. 프로 데뷔하기 전부터 우리가 주시하고 있었으며, 해외에서도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선수다.


- 요즘 한국 유망주들은 어떤가?


나는 재능 있는 선수가 많다고 생각한다. 한국 선수들의 축구 스타일도 좋다고 생각한다. 많은 선수들이 더 높은 수준으로 갈 수 있다. 다만 어린 선수들의 해외진출은 어려운 편이다. 한국 구단과의 협상은 쉽지 않다. 바이에른의 민재, 파리생제르맹(PSG)의 이강인처럼 좋은 선례도 생겼다. 한국 선수의 해외 진출은 우리 회사가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하는 부문이다.


- 이야기하는 중 민재가 왔는데 마지막으로 선수에게 한 마디 한다면?


말했듯이 민재는 겸손한 친구다. 결정을 내리기 전에 남의 의견을 잘 들어준다. 내 충고는 주로 '너답게 하고 너 자신을 믿어라'라는 것이다. 그래야 축구 선수로서뿐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닥칠 일들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으니까.


사진= 풋볼리스트,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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