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의 아픔 타인의 삶 [하재근의 이슈분석]

데스크 2023. 7. 29.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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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민 인스타그램

‘신의 함께’의 원작자인 웹툰작가 주호민에게 공분이 일고 있다. 발달장애로 자폐 성향이 있는 아들에게 특수교사가 아동학대를 했다며 신고했다는 것이다. 보통 장애 아동 부모가 피해를 호소하면 대중이 동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정반대로 주호민에게 화살이 집중된다.

이번 일이 알려지자 주호민은 자신의 아이가 작년 9월 돌발행동으로 특수학급으로의 분리조치가 됐는데 그 이후부터 불안 증세를 보였다고 했다. 그래서 녹음기를 넣어서 등교시켰는데 거기에서 훈육이라 보기 힘든 아동학대 정황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정말 아동학대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총 5명의 변호사 및 용인경찰서 아동학대 담당관과 상담한 후 신고하게 됐다고 했다. 신고한 이유는 학교와 교육청 등에 문의한 결과 정서적 아동학대로는 사법기관 수사를 통해서만 교사 교체가 가능하다는 답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 인터넷에서 애당초 교사에게 보복하고 괴롭힐 목적으로 신고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게 아니라 현 제도상 교사 교체가 가능한 유일한 방안을 선택한 것 뿐이라는 얘기다.

주호민의 입장이 나온 후 보다 자세한 내용들이 보도됐다. 교사 커뮤니티에 관련 게시물이 올라왔는데, 주호민의 아들이 1학기에 여아를 대상으로 반복적인 뺨 때리기 등을 했고 2학기에 수업 도중 여아 앞에서 하의를 벗기까지 했다는 주장이다. 피해 여학생은 큰 충격을 받아 등교 거부까지 했고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됐다고 한다.

피해 학생 부모는 주호민 아들의 강제 전학, 분리 조치를 원했는데 당시 통합학급 담임이 코로나 확진 상태여서 특수교사가 협의 절차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 결과 주호민의 아들은 강제 전학을 면하고 특수반으로 가게 됐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특수교사는 학대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받아쓰기를 지도하던 중 '고약하다'라는 단어가 나오자, 주호민 아들에게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것은 고약한 일이야. 그래서 네가 지금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지 못하고 있어"라고 말했고, 또 아이가 교실을 나가려 하자 교실 출입문을 막고 "공부 시간에는 나갈 수 없어. 너 지금은 (통합학급) 교실에 못 가. 왜 못 가는 줄 알아?“ 이런 식으로 지도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에선 혐의가 인정돼 기소됐고, 현재 직위해제돼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해당 특수교사의 동료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잇따라 그 교사를 옹호하는 탄원서를 내고 있다.

한 학부모는 “선생님을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또 다른 이는 “다른 학교에선 수업을 듣기 싫어하던 아이가 A교사를 만나고 한글도 떼고 즐거워했다”며 “통합반 수업 적응도 적극 도와주셨다”고 했다. 다른 학부모는 “A교사가 직무해제되고 자폐 퇴행이 온 아이도 있다 ... 아동학대를 했다면 저희 아이가 A교사 수업을 들으러 학교로 가고 싶어했겠냐”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수많은 특수교사를 만났지만 A씨 같은 사람은 없다 ... 그렇게 기다렸던 설리번 선생님을 드디어 만난 건데 한순간에 뺏겼다”고 주장했다.

현재 주호민이 교사의 지도를 아동학대로 몰면서, 자신의 재력을 이용해 법으로 보복 행위를 했다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교사의 지도인지 아동학대인지는 재판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녹음기에 녹음된 내용 중에 학대 정황이 있는지가 관건이 될 텐데 그 내용이 전부 다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제3자가 판단하기 어렵다. 일단 주호민 주장에 따르면 변호사 5명과 아동학대 담당 경찰이 모두 아동학대가 맞는다고 판단한 걸로 보인다. 그리고 검사까지 그렇게 판단한 상황이다. 판사의 판단은 나중에 지켜봐야 한다.

다만 설사 해당 특수교사가 어느 정도 도를 넘는 발언을 했더라도 꼭 사법기관부터 갔어야 했느냐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주호민의 아들은 보도대로라면 가해 행위를 했던 것 같다. 이건 피해 아동에게 엄청난 충격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피해 아동 부모의 심정이 어땠겠는가?

그래도 그 부모는 주호민의 아들을 용서하고 합의해줬다. 그래서 강제 전학을 면한 것이다. 그 협의를 담임도 아닌 특수교사가 이끌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주호민 측이 피해 학부모와 특수교사에게 온정의 손길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주호민의 신고는 특수교사에 대해 대단히 단호했다는 느낌을 준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까지 받는 것은 일반인에겐 크게 고통스런 일이다. 그 과정에서 커리어를 망치거나 인생 자체에 심대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수사와 재판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재정적 타격도 매우 클 수 있다. 부유층이 아닌 일반 직장인에게 재판은 그 만큼 무서운 일이다.

그렇게까지 하기 전에 먼저 대화하려는 노력은 할 수 없었을까? 주호민의 아들도 피해자에게 용서 받고 특수교사의 도움도 받았는데, 그 특수교사에게 보다 아량을 보일 순 없었을까? 이런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본인 아들의 아픔은 중하게 여기면서 타인의 삶은 가볍게 여긴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나온다.

물론 재판 결과 그 교사의 심각한 잘못이 드러날 수도 있고, 신고 이외엔 교사 교체의 방법이 없었다면 우리 제도의 문제점도 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따져봐야 하는데 어쨌든 지금은 주호민 측이 세상에 요청하는 관대한 시선을, 정작 주호민은 특수교사에게 주지 않았던 것 같다는 의심이 넷심을 들끓게 하고 있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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