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3명 나온 곳…종로대전, 野 이광재·임종석·김부겸 차출설
서울 종로는 더불어민주당으로선 아픈 지역구다. 종로에는 19·20대 정세균 전 국무총리, 21대 이낙연 전 대표 등 중량감 있는 인사가 연이어 민주당 깃발을 꽂았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대선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한 뒤 대선과 함께 치러진 보궐선거에선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았고,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이 52.09%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지난해 6월에 치러진 종로구청장 선거에서도 국민의힘 정문헌 후보에게 구청장 자리를 내줬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선 “종로 탈환이 내년 총선 서울 승리의 상징적 장면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대통령을 세 번(윤보선·이명박·노무현)이나 배출한 ‘정치 1번지’에서 승리하는 것 자체가 민주당 반등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선 당시 양당 후보의 종로에서의 득표율(윤석열 49.48%, 이재명 46.42%)은 두 후보의 전국 득표율(윤석열 48.56%, 이재명 47.83%)과 엇비슷했다.
현재 민주당의 종로지역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다. 그러나 당내에선 “종로의 상징성을 생각하면 좀 더 중량감 있는 인물이 뛰어야 한다”(서울 재선 의원)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정세균·이낙연 등 직전 지역구 의원이 모두 국무총리를 지냈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당 일각에선 당장 종로에 사는 중량급 정치인을 차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강원지사 선거에 출마하면서 의원직을 포기한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이 대표적이다. 과거 이 총장이 원장을 지낸 싱크탱크 ‘여시재’와 이 총장의 자택 모두 서울 종로구에 있다. 다만 원조 ‘친노’인 이 총장이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 변호사가 뛰는 종로에서 선뜻 출마를 선언하기 어려울 거란 관측도 있다. 이 총장은 지난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선 종로 출마 가능성에 대해 “생각이 전혀 없다”며 선을 그었다.
2019년 종로구 평창동으로 이사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차출 대상으로 거론된다. 임 전 실장은 최근 윤석열 정부의 외교에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자주 비판하며 활발하게 메시지를 내고 있다. 최근 열린 서울 강서을 지역위원회 행사에선 강연자로 나서 “내년 총선과 다음 대선에서 죽기 살기로 최선을 다해볼 것”이라고 말하며 사실상 정치 재개를 선언했다.
다만 임 전 실장은 27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지역구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고민해본 적 없다”라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종로로 이사할 당시에는 종로 출마 의사를 갖고 있던 게 맞다”면서도 “지금은 지역구에 대해 고민할 입장이 아니다. 총선 출마를 포함해 윤 정부의 무능과 실정을 바로잡고 다음에 다시 정권을 바꾸는 데까지 제 역할이 뭐가 됐든 다 해보겠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홍익표 의원이 서초로 지역구를 옮기면서 “임 전 실장이 원래 자신의 지역구(16·17대 성동을)였던 중·성동갑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원내대표를 역임한 이종걸 전 의원은 최근 종로 출마 결심을 굳히고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이 전 의원은 21대 총선 당시 경기 안양 만안에서 6선에 도전했다가 경선에서 진 뒤 종로 출마를 결심했다고 한다. 이 전 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정치를 계속 해야 하는 이유를 고민했는데, 종로가 초심으로 돌아가 정면승부를 볼 수 있는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정치 과제들이 교과서처럼 펼쳐져 있는 곳”이라며 “조만간 주소지를 옮기고 필요에 따라 지도부와도 의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최근 정치 일선을 떠난 김부겸 전 총리를 종로로 차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종로 주민들 사이에선 김 전 총리를 선호하는 분도 많다고 하더라. 합리적인 이미지와 총리를 지낸 점 등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전 총리는 주변에 ‘정치 재개 의사가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당 일각에선 총선을 앞두고 양당이 공천 혁신 경쟁에 나설 경우 인지도 높은 신인을 종로에 내세워야 승산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지역의 또 다른 의원은 “아직 종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인물이 거론되는 단계가 전혀 아닌 거로 안다”면서도 “‘올드보이’가 컴백하는 모습이 공천 혁신 인상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지도부 고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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