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창피하다"…'오송 참사' 138명 경찰 수사본부 중도 해체

김철웅, 이찬규, 김하나 2023. 7.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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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수사는 결국 검찰이 맡게 됐다. 사고 이후 경찰과 검찰이 각각 수사본부를 꾸려 중복수사 논란이 일었는데, 검찰이 주도권을 갖기로 최종 정리된 것이다. 국무조정실은 28일 충청북도, 행복청 등 5개 기관 공무원 34명과 공사현장 관계자 2명 등 모두 36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는 감찰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1일 먼저 수사의뢰된 청주 흥덕경찰서 경찰관 6명은 여기에 포함됐지만 이상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등 기관장들은 대상에서 빠졌다.

검찰이 24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 부실 대응 의혹을 받는 청주흥덕경찰서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2023.7.24 kw@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경찰 수사본부 해체하고 검찰이 전담


대검찰청은 지난 27일 “경찰과 협의해 (오송 침수사고) 수사 자료와 증거물을 이관받기로 했다”며 “앞으로도 검찰과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필요한 사항을 긴밀히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경찰 수사본부는 발족 8일 만에 해체됐다. 경찰은 이날 “중복수사에 따른 수사 지연과 비효율을 방지하겠다. 서울청의 지원 인력은 모두 철수한다”고 설명했다.
청주지검은 국무조정실이 경찰관 6명을 수사 의뢰한 21일 재해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17명을 지원받아 수사본부를 꾸렸다. 지난 24일 충북도청, 충북경찰청, 청주시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충북소방본부 등 10여 곳에 압수수색을 실시해 각 기관별 사고 당시 초동 대응 자료를 확보했다. 일선 담당자들을 불러 늑장, 부실 대응 여부를 판단하는 대면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국무조정실 감찰 통해 '검수완박' 우회…경찰 “허탈”


지난 17일 80여명 규모로 충북경찰청에 수사본부를 꾸렸던 경찰은 머쓱한 상황이 됐다. ‘제 식구 수사’ 논란이 일면서 서울청 광역수사단장으로 수사본부장을 교체하고 인력도 138명으로 늘렸지만 압수수색도 한 차례 해보지 못하고 물러서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검찰 주도의 수사는 경찰이 수사본부를 꾸린 날 국무조정실이 전격 감찰에 착수하면서 우회로를 뚫은 결과다. 지난해 9월 시행된 개정 검찰청법에 따라 대형참사에 대한 수사권은 기본적으로 경찰에 있지만, 예외규정을 활용한 것이다.

검찰청법 4조 ‘검사의 직무’엔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는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21일 경찰공무원 6명에 대해 수사의뢰하며 검찰에 수사 개시 명분을 제공했다.

경찰 내부에선 “이런 식으로 수사 권한이 넘어가면 앞으로도 검찰 수사권이 계속 확장될 것”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수사본부에 참여했던 서울경찰청 소속 인사는 “검찰 수사범위를 확정한 법의 해석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 경찰 직무유기 혐의가 있다고 일단 검찰이 수사하는 것은 꼼수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찰 간부도 “가족들에게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고 수사본부에 합류했는데 일주일 만에 돌아와 너무 창피했다”며 “압수수색 준비까지 다 되어있었는데 갑자기 국무조정실이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다. 조직 전체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 “박수받는 수사 아냐… '꼼수' 지적 동의 못해”


충북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27일 오송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경찰 내부 기류에 검찰도 불편한 심사를 감추지 못하고 잇다. 검찰 지휘부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본부까지 꾸렸다가 신임 받지 못한 상황이라 불만을 일정 부분 이해한다”며 “다만 대형참사 사고 특성상 박수는커녕 욕 안 먹으면 다행인 수사다. 현장 공무원들을 조사해야 하고 범죄 혐의점을 발견하더라도 유족 분들의 기대를 충족하는 수사 결과가 나오기 쉽지 않다. 검찰이 수사권을 경찰에서 뺏었다는 식의 비판은 동의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관계자는 “경찰과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신속한 진상 규명이기 때문에 수사 주체 논란은 지금 상황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철웅·이찬규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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