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공장’ 철창에 갇혀 살려 달라 외치던 작은 개들의 눈빛 [개st하우스]

이성훈,최민석 2023. 7. 29.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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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한 비닐하우스서 발견
품종견·묘 300여 마리 가두고
새끼 생산하는 무허가 번식장
올해 국내서 적발된 가장 큰 규모
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찾을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동물구조단체 위액트가 지난 6월 17일 경기도 남양주에서 불법 개 번식장을 적발했을 당시의 모습. 내부에는 100여개의 철창이 성인 키높이를 넘겨 3중으로 높게 쌓여 있고, 그 안에 품종견이 암수 짝을 지어 담겨 있다. 번식에 동원된 개, 고양이는 300마리에 달했다. 위액트 제공

“남양주 일대를 조사하던 중 수상한 비닐하우스를 발견했어요. 시청에 신고되지 않은 불법 건축물인데 햇빛 한줄기도 새어들어갈 틈 없이 이중 삼중 덮개로 감쌌더라고요. 겨우 빈틈을 비집고 내부에 손전등을 비췄는데 철창에 소형 품종견 수백 마리가 매달려 눈빛을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 동물구조단체 위액트 함형선 대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활동가도 처음 보는 거대한 규모의 강아지공장(번식장)이었습니다. 내부에는 100여개의 철창이 성인 키높이를 넘겨 3중으로 높게 쌓여 있고, 그 안에 비숑·푸들·몰티즈·치와와 같은 품종견이 암수 짝을 지어 담겨 있었습니다. 강아지들은 낯선 사람의 방문에 놀라 철창에 매달려 일제히 짖어댔습니다. 그 숫자는 무려 300여 마리. 번식장 바닥에 나뒹구는 주사기와 발정유도제 약병은 동물보호법과 수의사법을 위반했다는 명백한 증거들이었습니다.

이곳은 위액트가 지난 4년간 경기도 남양주시 일패동 일대를 감시하며 적발한 7번째 번식장입니다. 위액트에 따르면 아직도 일패동에는 동물학대, 탈세 등 불법을 일삼는 번식장이 수십 곳 숨겨져 있고 생산된 강아지를 실은 트럭이 동네를 심심찮게 지나 다닙니다.

위액트 함형선 대표는 “이 동네 산다고 하면 ‘너희 부모님이 그거(번식장) 굴려서 대학 등록금 댔겠다’고 말할 정도로 과거에는 번식장으로 유명하던 곳”이라며 “많이 사라졌다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곳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게다가 시 당국은 재개발을 이유로 몇 년째 단속에 소극적이어서 시민단체가 직접 채증해서 신고해야 겨우 행정조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번식장을 적발하면 무거운 숙제가 남습니다. 번식견 수백 마리를 수습하는 문제입니다. 시보호소는 규정상 10일간 한시적으로 보호한 뒤 안락사를 집행합니다. 수백 마리의 안락사를 피하려면 영세한 시민단체들이 피학대 동물들을 십시일반 떠안는 수밖에 없습니다.

함 대표는 “단체의 사무실과 주차장까지 모두 보호시설로 개조했지만 30마리를 구조하는 게 한계였다. SNS 라이브방송을 켜고 남은 270마리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며 절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깊은 숲속 무허가 번식장 발견

위액트는 무허가 번식장을 색출하는데 특화된 동물구조단체입니다. 지난달 위액트는 남양주 일패동 일대를 수색하다 깊은 숲속에서 수상한 비닐하우스를 발견했습니다. 이상할 만큼 조용한 건물이었습니다. 철문은 굳게 닫혀 있고 두들겨도 인기척은 없었죠. 다만 건물 깊숙한 곳에서 이따금 개 짖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활동가들은 시청에 문의해 해당 건물의 내력을 확인하는 한편, 주변에 잠복해 오가는 사람들을 감시했습니다. 1주일의 조사 끝에 건물의 정체가 드러났습니다. 품종견과 품종묘 300여 마리를 가두고 새끼를 생산하는 무허가 번식장이었습니다.

증거를 확보한 위액트는 경찰과 함께 문제의 번식장을 급습했습니다. 수사에 협조하라는 경찰의 요구에도 번식업자들은 철문을 닫고 응답을 거부했죠. 하지만 1시간여 대치 끝에 업자들은 철옹성 같던 번식장 문을 열었습니다.

번식업자 A씨(80대)와 B씨(60대)가 경찰 수사에 응했습니다. 그들은 아들과 며느리 등 가족을 동원해 20여년간 번식업을 해왔다고 합니다. 강제 교배에 필요한 수컷 종견과 발정제·항생제 같은 약품을 공유하려고 두 번식장을 합쳐 운영해왔습니다. 위액트가 파악한 개체 수는 품종견 280마리와 품종묘 30마리. 올해 국내에서 적발된 가장 큰 규모의 번식장으로, 연간 2000마리의 새끼를 생산해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장에서는 불법 정황이 여러 건 포착됐습니다. 바닥에는 다 쓴 주사기와 발정 유도제, 항생제 약병이 널려 있었죠. 수의사가 아닌 자가 동물에게 약물을 주사할 경우 수의사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간이키트로 검사한 결과, 200여 마리의 모견 중 30마리가 치사율 높은 전염병인 파보 양성 반응을 보였습니다. 병든 동물을 치료 및 격리하지 않는 자는 동물보호법상 학대 혐의를 적용받습니다. 함 대표는 “번식장과 펫숍을 거친 동물들은 일반 가정에 분양된 지 1~2주 뒤 잠복기가 지나 질병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그로 인한 경제적, 정신적 피해는 입양자가 떠안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동물학대 혐의가 분명해도 개들의 소유권은 여전히 번식업자에게 있습니다. 번식업자가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시민단체는 한 마리의 개도 구조할 수 없습니다. 다행히 이번 경우에는 번식업자들이 소유권 포기각서에 서명했지만 뉘우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함 대표는 “번식업자들은 개를 사랑과 정성으로 키웠다고 주장했다”며 “소유권을 포기하면서도 암수 몇 마리는 두고 갈 수 없냐는 황당한 요구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300마리 도움 요청에 달려온 사람들

행정절차는 마무리했으나 문제는 300마리나 되는 번식견들의 운명입니다. 어떤 단체도 이렇게 많은 개들을 한꺼번에 데려갈 역량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현장에 두자니 번식업자들이 개들을 몰래 빼돌릴 위험성이 큽니다. 이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일단 안전한 장소를 확보한 뒤 시민단체들이 시차를 두고 동물들을 분산 수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정부는 피학대 동물을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앞서 지난 5월 전북 정읍에서 140마리 불법 번식장이 적발되자 정읍시청은 이틀간 대형 축사를 빌려 개들을 보호했습니다. 남양주시청은 다르게 행동했습니다. 위액트 측은 “모든 동물을 데려갈 테니 1주일만 보호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시청 측이 거부했다”며 “결국 활동가들이 24시간 교대근무로 현장을 감시하며 개들을 지켰다”고 합니다.

협력 단체의 도움으로 60마리를 직영 보호소로 옮겼지만 현장에는 여전히 240여 마리가 남았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숫자 앞에 위액트 활동가들은 절망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함 대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스타그램 라이브방송을 켰습니다. 그는 카메라로 번식장 내부를 비추며 “번식장 아이들 200마리가 갈 곳이 없다. 여력이 있는 동물단체는 조금만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200명 넘는 시민들이 실시간 방송을 지켜보며 다른 동물단체들에 소식을 퍼 날랐습니다.

이튿날 아침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번식장 앞에 20여대의 차량이 도착했습니다. 위기의 동물들을 분담하기 위해 아무런 인연이 없는 시민단체 11곳에서 출동한 겁니다. 위액트 함 대표는 “가엾은 생명을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경기도 포천, 인천, 충북 충주 등 멀리서 와주셨다”면서 감사한 마음에 더러운 번식장 바닥에서 큰절을 올렸다”고 말했습니다.

동료들의 도움으로 300여 마리의 피학대 동물은 모두 구조됐습니다. 이후 동물들은 각 시민단체 보호소에서 치료와 돌봄을 받으며 입양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치와와 프레소 가족을 모집합니다

지난 12일 국민일보는 동물구조단체 도로시지켜줄개(도로시)의 인천 보호소를 방문했습니다. 도로시는 위액트를 도와 번식견 10마리를 분담한 단체입니다. 당시 도로시는 앞서 구조한 개들을 돌보느라 보호소가 포화 상태였지만 정기 후원자들에게 요청해 번식견들의 가정 임시보호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이날 현장에는 구조된 번식견의 입양 적합도를 평가할 13년 차 행동전문가 미애쌤이 동행했죠.
이 번식장에서 구조돼 입양을 기다리는 치와와 프레소. 인천=최민석 기자


보호소 견사에 입장하자 2㎏ 남짓한 작은 치와와 한 마리가 달려왔습니다. 새하얀 털에 커피색 얼룩무늬가 예쁜 7살 프레소입니다. 프레소는 번식장에서 구조된 지 3주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낯선 취재진의 무릎에 올라오고 배변 패드에 정확히 소변을 보는 등 그새 반려견 생활에 적응한 모습이었죠. 프레소를 2주 넘게 임시보호 중인 도로시 회원은 “실내 짖음도 없고 얌전하다. 다만 오랜 철창생활로 뒷다리 근육이 약해져 산책을 오래 하지 못한다”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미애쌤은 해법으로 근육훈련을 제시했습니다. 소형견 다리 높이의 상자를 준비하고 반려견이 상자를 오르내릴 때마다 간식으로 보상하는 방식입니다. 프레소는 미애쌤의 신호에 맞춰 상자를 오르내리며 교육을 곧잘 따라왔습니다. 내친김에 반려견 전용 트램펄린 위에서 균형을 잡는 고난도 훈련도 무난히 수행했습니다. 미애쌤은 “뒷다리 근육을 강화하고 무릎뼈가 어긋나는 슬개골 탈구를 예방할 수 있다”며 “해당 훈련은 프레소뿐 아니라 비슷한 처지의 번식견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번식견에서 반려견으로 거듭나려는 영리한 치와와, 프레소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영리한 치와와, 프레소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 치와와, 7살 암컷(중성화 예정)
- 2.1㎏, 왼쪽 안구에 작은 흉터가 있음
- 사람을 좋아하고 활발함. 잔짖음이 없고 실내배변을 잘 가림

■입양에 관심있는 분은 인스타그램 ‘도로시지켜줄개’로 DM을 보내주세요

■프레소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115번째 견공입니다 (94마리 입양 완료)
- 프레소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구조된 번식견, 번식묘를 입양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았습니다. 당시 구조에 동참한 12개 시민단체명을 아래 소개합니다. 인스타그램에 해당 단체명을 검색하면, 구조된 동물을 확인하고 입양 신청할 수 있습니다.
- 사단법인 위액트, 코리안독스(KDS), 케이케이나인레스큐(KK9), 도로시지켜줄개, 고유거애니밴드, 행복한유기견세상, 유기동물행복찾는사람들, 엔젤프로젝트, 너와함개냥, 포벤져스, 나비야사랑해, 동고동락

인천=이성훈 최민석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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