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정전 70년과 한국교회
그제(27일)는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70년 전, 국제연합군 총사령관과 북한군 최고사령관 그리고 중공 인민지원군 사령원은 1953년 7월 27일 한국 군사 정전에 관한 협정을 맺었다. 이 협정은 교전 중인 쌍방이 일시적으로 전투를 중단하기로 합의해 맺은 것으로 6·25전쟁의 정지, 평화적 해결이 이뤄질 때까지 한국에서의 적대 행위와 모든 무장 행동의 완전한 정지를 위한 목적으로 체결됐다. 한국교회는 지난 25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정전 70년을 기억하면서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연합예배와 평화콘서트를 열었다. 초교파 기독교 지도자와 신자 등 1200여명의 참석자들은 복음 통일과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하고 민족 분단과 국민 분열의 죄에 대해 회개한 후 평화를 기원하는 노래를 불렀다.
한국기독교통일선교회와 대한민국기독교원로의회가 공동 주최한 예배에서 임다윗 경기도 파주 충만한교회 목사가 말씀을 전했다. 모든 민족, 모든 국가, 모든 인간의 흥망성쇠와 생사고락, 모든 운명은 전적으로 여호와 하나님 손에 달렸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한반도의 앞날은 물론 우리 모두의 흥망성쇠, 생사고락은 오직 전적으로 하나님 손에 달려 있다(예레미야 18:6~10)는 얘기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민족, 어떤 국가, 어떤 사람을 건설하고 흥하게 하신다는 것일까. 임 목사는 악에서 돌이키는 민족, 즉 하나님께서는 회개하는 민족과 국가를 심으시고 흥왕케 하신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란 말일까. 하나님께서 어떤 국가나 민족을 보실 때 가장 중요하게 보시는 사람들이 바로 제사장(한국교회)이다.
제사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인가. 제사장은 희생제물인 어린양 예수님의 피에 의지해 자신의 죄는 물론 백성들의 죄, 민족과 국가의 죄를 회개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중보기도로 하나님의 용서와 긍휼을 구하고, 사랑의 손길로 상처를 어루만지고 싸매주고 치유해줘야 한다. 임 목사의 말씀대로 구원받은 모든 성도가 대한민국의 제사장들이라면 이 순간 가슴에 손을 얹고 한번 성찰해 보자.
1989년 11월 독일 분단의 상징이었던 베를린장벽이 무너졌다. 그로부터 1년이 채 안 돼 1990년 10월 3일 동서독의 통일이 이뤄졌다. 통일의 물꼬를 튼 것은 교회였다. 분단된 동서독은 각각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이념에 감염돼 서로에 대해 적대적이었다. 하지만 교회만은 그렇지 않았다. 형제자매로서 서로의 사랑을 주고받았으며 마침내 동서독 교회의 교감과 연대는 결국 독일의 통일에 크게 이바지했다.
대한민국의 상황은 독일과 같지 않다. 한국교회는 일제 강점기와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는 과정에서 극심한 분열과 갈등을 경험했다. 기독교 역사가 짧은 다종교 사회인 한국과 기독교 기반의 독일은 분명히 다르다. 그러므로 독일과 같이 기독교 교회를 중심으로 남과 북의 통일운동을 효과적으로 실천할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는 독일 통일 과정에서 동서독 교회가 한 역할을 배워야 한다. 지금의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위해 더 노력할 때 남북통일도 새벽같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북녘땅 지하교회를 중심으로 순교의 피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어선 안 된다. 누가 강물처럼 흘러넘치는 아벨들의 피로 인한 저주를 끊어낼 수 있을까. 누가 이 땅을 덮고 있는 먹구름을 걷어내고 이 민족을 결박하고 있는 사슬을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일까. 이 시대의 제사장들인 한국교회가 나서야 한다. 정전 70주년을 보내면서 우리 모두가 통한의 역사를 치유하고 복음 통일로 이끌지 못한 걸 회개하면서 나부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교회 연합과 국민 통합, 민족 통일을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
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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