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실에서] 다음세대 리더를 키워야 합니다

2023. 7. 29.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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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작년 8월과 9월 미국 10개 주를 방문하면서 한인교회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는 어쩌면 한국교회의 미래와도 연결된다고 봅니다. 이민 1세대로 시작된 한인교회는 세월이 지나 1.5세대와 2세대가 성장해 다음세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들 세대는 겉모습은 한국인이지만 그들 내면은 서구에 더 가깝습니다.

이민 1세대 부모님들의 어려움은 여기 있습니다. 부모들과 달리 자녀들은 전혀 다른 환경과 문화 속에서 ‘다른(?) 세대’로 자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자녀들과 부모님들의 격차는 커서 이민 가정 안에 고통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부모님들의 현실적 상황은 자녀와 함께 여유롭게 소통하며 지내기가 어려워 그 격차를 줄이기 쉽지 않다고 합니다. 유대인처럼 신앙 교육이 이 차이를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인데, 문제는 신앙 교육도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다는 생각이 미주와 중남미 선교사역 기간 끊임없이 제 마음을 파고들었습니다.

일단 2세대를 가르칠 목회자나 사역자가 너무 적은 게 현실입니다. 미주의 현실은 한국계이면서 영어와 자녀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는 헌신 된 목회자나 사역자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습니다. 세월이 지나 부모님 세대가 하나님 나라에 가게 됐을 때 남게 될 자녀 세대를 생각해 봅니다. 아마 한인교회의 명맥을 유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한국인의 정체성을 유지할 여력도 희박해질 것입니다.

유대인들이 디아스포라로 수천 년을 살면서도 민족 정체성과 문화, 신앙 그리고 언어를 유지하고 계승할 수 있었던 것은 신앙과 공동체 정신, 그리고 가정에서의 정체성 유지를 위한 자연스러운 교육 때문입니다. 미주 한인교회들이 2세들을 위한 신앙 리더들을 키우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지 않으면 불과 수십 년 후에는 한인교회 존립마저 어렵게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목회자나 선교사, 그리고 교회 리더의 자녀 세대들이 헌신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기업가 자녀가 경영에 관한 미래 비전을 갖는 것이나 목회자나 선교사 자녀가 부모처럼 사역 비전을 갖는 것 등은 자연스럽게 부모님의 DNA가 전달돼 시행착오를 줄일 것이며 영향력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민 사회에서 그들 부모님이 목회하는 환경이 너무 척박하다 보니 자녀들 대부분 목회자나 선교사로 헌신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현재 미주 한인교회 숫자에 비해 다음세대 목회자 후보생의 수는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리더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며 현재 있는 이들을 통해 미래 사역은 이어져 갑니다. 교회 공동체와 구성원들도 선순환을 위해 ‘목회자들이 행복하게 목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는 미래 교회 공동체 존립을 위해 최우선 과제입니다. 다음세대들의 눈에 비친 목회자나 사역자 모습이 자신의 삶을 투신해도 될 만큼 매력적이어야 합니다.

동시에 다음세대들이 부족하고 서툴러도 끊임없는 격려와 용기와 기회를 불어넣음으로써 그들 내면에 숨겨진 사역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복음을 전하는 길이 이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일임을 경험하게 해야 합니다.

결국 사람이 답입니다. 사람이 있어야 하고 사람을 준비시켜야 합니다. 미래는 지금 우리 눈에는 연약하게 보이는 다음세대가 이끌어 갑니다. 작금의 상황에서 다음세대 리더가 없다면 미래 세대는 없습니다. 공동체의 문제는 준비된 한 사람을 통해 해결됩니다. 무너진 조직도 한 사람을 통해 일어나고 회복될 수 있으며 견고하던 조직도 준비되지 않은 한 사람을 통해 무너집니다. 사사 시대의 혼란은 그 한 사람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사사 시대의 혼란 또한 준비된 그 한 사람을 통해 멈추었습니다. 제자들의 허물과 실수와 연약함을 보듬고 기다려주시고, 그들과 함께해주신 예수님처럼 한국교회도 리더들을 키우는 일에 사랑과 에너지를 쏟아야 하겠습니다.

이기용 목사
신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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