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에서 시작된 한남동 문화, 연신내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은평시민신문 류혜림]
▲ 은평구 갈현동에 위치한 이피플라츠. (사진: 정민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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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지하에서 술을 사서 음식과 함께 먹을 수도 있고 커피와 함께 베이커리를 즐길 수도 있다. 딱 한 가지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곳, 빵도 커피도 술도 있고 브런치와 다이닝도 있는 이곳은 '이피플라츠'다.
기존 은평구 대조동 보틀숍 키오스크 이피가 이피플라츠로 새 단장해 지난 2022년 12월, 연신내에 자리잡았다. 양조장과 협업해 팝업을 열기도 하고 플리마켓이나 작가들의 전시를 진행하기도 한다. 퇴근길 저녁, 사람들과 더 다양한 주류를 함께 탐구하고 친목모임을 열기도 한다.
어쩌다 키오스크 이피는 이피플라츠가 되고 지역 청년과 함께 일하며 더 단단하게 은평구에 자리 잡게 된 걸까? 지난 11일, 이피플라츠의 주인장 배민영·정우연 부부를 만났다.
▲ 이피플라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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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 이피를 운영하면서 비상시로 다이닝을 제공했었는데요. 손님들께서 맛있는 주류와 음식을 계속 함께 즐기시고 싶다는 말씀을 많이 주셨어요. 우연히 마음에 쏙 드는 공간을 발견했고, 은평에 좋은 술과 더불어 좋은 음식까지 함께 드리자는 마음으로 이피플라츠로 확장하게 됐습니다. 주류 판매와 더불어 다이닝을 제공하고 있고 다방면으로 즐거운 경험을 드리려고 고민하다 보니 손님으로 만났던 여련씨도 파티시에로 합류해 낮에는 베이커리와 카페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 은평에서 보틀숍을 운영한다는 게 좀 생소하게 느껴져요.
▲ 이피플라츠의 주인장 배민영, 정우연 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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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설계하면서 가장 고려했던 부분은 고객들이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어요. 하나의 큰 흐름이랄까요? 보틀숍에 와서 바틀만 사가는 것이 아니라, 식사도 할 수 있고, 마지막엔 디저트까지 함께 할 수 있도록요. 낮에는 브런치와 커피를 즐기다가도 저녁에는 와인을 마실 수도 있고요. 편하게 머물며 공간을 즐겼으면 했어요. 실제로 방문했던 손님 중에 1층에서 카페로 공간을 이용하시다가 지하에 가셔서 주류를 구경하더니, 결제 후에 주류와 함께 공간을 이용하기도 했죠. 또 그러다가 2층에 가서 새롭게 커피를 시키며 카페를 이용하시더라고요.
사실 공간이 무엇 하나로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아 익숙하지 않을 수 있어요. 복잡하고 모호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렇기에 더 능동적으로 공간을 향유할 수도 있어요. 저희가 답을 내려드리는 것이 아닌 여러 번 오면서 이번에는 이렇게, 다음에는 저렇게. 손님이 주체가 돼 자신만의 답과 즐기는 방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 라이프스타일과 결을 같이하는 것 같습니다."
▲ 이피플라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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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 이피를 약 3년 정도 운영하면서 고객들을 만나며 느낀 건, 손님들이 다양한 업계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었어요. 그런 분들이랑 네트워킹을 하면서 '은평구 내에서 다양한 일을 해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복합문화공간이 발달했던 한남동이 결국 로컬 중심의 이웃문화로부터 시작된 것처럼 은평구도 그 가능성을 발견한 거죠. 전시와 플리마켓은 실제로 그 결과라고 할 수 있고요."
- 어쩌면 공간의 확장에 따라 지역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이 덩달아 넓어진 듯합니다.
"이피플라츠는 '은평'과 독일어 '공간'이라는 단어를 합한 이름으로 '은평의 공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요. 전시와 플리마켓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임이나 콘텐츠 등 소프트웨어적으로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고 있어요. 은평구 내의 다양한 분들과 협업하며 함께할 방법은 없을지 고민 중입니다.
▲ 이피플라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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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고 이질적으로 받아들여지다 보니 지나치는 분들도 많으세요. 섣불리 들어오시지 못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연령층도 청소년과 노년층이 많다 보니, 수요가 따라오지 않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알아봐 주시고 이곳을 찾아주는 단골손님들이 있어요. 저희를 생각하며 방문해 주시고 이것저것 챙겨주시거나 연락을 주시기도 하면서 큰 힘이 됩니다.
'이피플라츠에 가면 새로운 술과 맛있는 음식을 만날 수 있어'라는 즐거운 말 한마디가 저희가 계속 이 공간에서 손님들과 함께 있도록 만드는 것 같아요. 은평에서 시작한 만큼 은평에서 해내자는 의지도 있고요."
- 은평구에 애정이 남다른 것 같아요. 은평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은평구가 막연한 베드타운 같고 '불광동 휘발유'와 같은 단어들로 무섭다는 인식이 많더라고요. 사실 그렇게 무서운 동네는 아닌 것 같아요.(웃음) 동네도 조용하고,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잔잔한 즐거움, 은평구가 갖는 인간미가 있어요. 장사를 하면서도 서로 돕고 지내고 사람과 사람 간의 교류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고요.
점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지역으로 모이면서 다양한 공간도 많아지고, 실제로 좋은 공간과 상인들을 만나면서 더욱더 '은평구에서 재밌는 일을 많이 할 수 있겠구나' 생각해요. 어쩌면 그것이 인식에 대한 반전의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고요. 은평구가 재밌고 즐거운 공간이라는 것을 외부로 많이 알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 지역 상인과 주민, 그리고 지역사회가 어떻게 하면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요.
"지역에 사람들이 모이고 찾아오게 하려면 지역 고유의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지역사회가 살아갈 방법이고요. 저희도 그런 콘텐츠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지키는 노력도 함께 되어야 해요. 가령 오랫동안 이곳에서 양조장을 하시며 술을 연구해 온 온지술도가의 장인 김만중 선생님과 같은 우리 지역만이 가질 수 있는 가치가 있어요. 그 가치를 지키고 지원하는 제도가 많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많은 사람이 이 동네의 다양한 공간,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방문할 수 있는 지역이 되었으면 해요. 실제로 저희 손님 중에 직장은 중구 쪽인데도 불구하고, 팀원들을 데리고 이 곳에 방문해주신 적이 있어요. 저희 공간을 방문하고자 이 지역에 오신 거죠. 이런 현상들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와 공간이 있는 은평구가 되면 좋겠습니다."
- 이피플라츠가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나요.
▲ 1층과 2층에서는 시간에 따라 다양한 음식과 베이커리를 판매하는 이피플리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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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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