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금리인상’ 신호…장기금리 0.5% 초과 용인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28일 은행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 AP/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제로금리’ 궤도를 변경한다. 전 세계적인 긴축 기조 속에서도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상승을 인위적으로 억누르는 정책을 펴 온 일본은행이 통화정책을 소폭 수정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자국 내 물가상승률이 3%를 넘어서는 등 장기화하는 물가상승과 엔저(低) 현상 해소에 대한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뒤늦게 출구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엔저 현상은 수입물가 오름세를 부채질해 전체적인 물가상승을 장기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내외 금리 격차를 줄여 엔저에 제동을 걸기 위해 일본은행이 이런 조치를 결심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의 변동 폭 상한을 0.5% 수준으로 유지하되, 시장상황에 맞춰 최대 1%까지 용인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장기금리 상한을 기존 0.25%에서 0.5%로 확대한 데 이어 7개월 만에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한 것이다. 일본은행은 이와 함께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했다.

일본은행의 '유연한 금리 운용'은 시장상황에 맞춰 장기금리가 0.5% 이상으로, 일정 수준 높아지는 것은 용인하겠다는 방침으로 읽힌다. 특히 일본은행은 장기금리 상승을 막기 위해 기존에 0.5% 정도의 수익률(금리)로 진행되던 10년물 국채매입에 대해 "1%의 수익률로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물가가 예상을 웃돌 위험을 차단해 금융완화를 지속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일본 금융시장에선 사실상 장기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1%로 인상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다만 일본 금융시장의 장기금리가 아직 1%와는 거리가 먼 만큼 당장 이 수준까지 올라가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이 ‘기습적으로’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함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돌발변수로 등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일본은행의 발표를 전후해 엔화가치가 급등하고, 미국 국채금리가 치솟는 등 글로벌 금융시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일본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주가는 하락하고 엔화 가치와 장기금리는 급등했다. 이날 도쿄증시에서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0.4% 떨어진 3만 2759.23으로 마감했다. 일본은행의 결정이 발표된 직후 닛케이지수는 한때 2.4% 급락하기도 했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오전에 달러당 141엔대까지 떨어졌던 엔화 가치는 오후 들어 139엔까지 급등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11%포인트 오른 연 0.550%로 9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3.0%) 둔화에 3.7%대까지 떨어졌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일본 통화정책 수정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장중 한때 4%까지 치솟았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도 올라 5%대를 위협했다. 미 국채에 투자한 일본 자금이 빠져나갈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