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 노후자금 날릴 뻔했다"…은행원 눈치로 막은 '로맨스 스캠'

온라인에서 연애 상대처럼 연락을 주고받으며 호감을 산 후 돈을 뜯어내는 사기 수법인 '로맨스 스캠'에 당해 노후 연금을 날릴 뻔한 60대 은퇴 공무원이 은행원의 도움으로 피해를 면했다.

28일 경기 고양경찰서에 따르면 퇴직 공무원인 A씨(65)는 지난 3일 고양시 덕양구의 한 은행을 방문해 자신의 공무원 연금 수급액 5100만원을 SNS를 통해 알게 된 B씨의 계좌로 송금했다.

A씨는 은행에서 나온 뒤 B씨의 계좌가 사용 정지된 상태라 송금이 취소된 것을 알게 됐다. 이에 그는 B씨로부터 다른 계좌번호를 받아 다시 송금하기 위해 재차 은행에 들어왔다.

처음부터 A씨를 지켜봤던 은행직원은 상황이 수상하다고 여겨 A씨의 명세서와 통화내용 등을 살펴보았고, 보이스피싱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수사 결과 A씨는 온라인에서 만난 B씨에게 속은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지난 6월 SNS를 통해 A씨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은 후 "자녀 수술비가 필요한데 해외에 돈이 묶여 있으니 돈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A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878만원을 송금했으며, 추가로 자신의 노후 자금까지 송금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자신이 돈을 보내려던 B씨를 여성으로 알고 있었지만 국적과 나이, 성별까지도 불분명한 인물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SNS에서 만난 상대에게 호감을 산 후 각종 빌미로 돈을 갈취하는 로맨스 스캠으로 파악됐다"며 "은행원의 눈썰미가 아니었다면 피해자는 수천만 원의 노후 자금을 날릴 뻔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해를 막은 은행직원에게 감사장을 수여했으며 B씨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로맨스 스캠은 중장년층에게 정서적 위안을 주는 방식으로 접근해

최근 국내에서는 고령자를 상대로 한 로맨스 스캠 사기가 증가하고 있다. 로맨스 스캠이란 로맨스(Romance)와 스캠(Scam·사기)의 합성어로, SNS에서 연애할 것처럼 속여 친분을 쌓은 뒤 금품을 요구하는 신종 사기 수법이다.

로맨스 스캠은 중장년층에게 정서적 위안을 주는 방식으로 접근해 사기 행각을 벌인다. 때문에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피해를 당한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상대방이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연락이 안 된다 여기는 경향이 있다.

또한 뒤늦게 피해 사실을 인지하더라도 사회적인 비난에 대한 두려움과 수치심 때문에 신고를 꺼려 더 큰 피해로 이어진다.

로맨스 스캠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SNS에서 무분별한 친구 추가 자제 ▲외모·재력 등을 과도하게 과시하는 상대는 의심 ▲해외교포·낯선 외국인과의 인터넷상 교제는 신중히 고려 ▲인터넷상으로만 교제하는 경우 부탁을 가장한 금전 요구에 입금 금지 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만약 피해가 의심되거나 피해를 봤을 경우 지체 없이 가까운 경찰서나 모바일 사이버캅 앱으로 신고해야 한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