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악화에 어닝쇼크…정유업계, 실적 잔치 1년 만에 막 내리나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던 정유 업계의 실적 잔치가 1년 만에 끝났다. 주요 정유사들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저조한 실적을 발표했다. 이달 들어 유가와 정제마진이 반등하면서 하반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게 그나마 희소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 2분기 매출 18조7272억원, 영업손실 1068억원을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해 매출은 5.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분기에만 2조3292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냈지만 1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직전 분기 대비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157억원, 4818억원 줄었다. 영업적자의 상당 부분이 석유사업에서 나왔다. SK이노베이션 측은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유가와 정제마진 하락으로 석유사업에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화학사업과 윤활유사업, 석유개발사업에서는 영업이익을 냈다.
반면 배터리사업을 맡은 자회사 SK온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SK온은 첫 출범한 2021년 4분기 이래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인 3조696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 규모는 1315억원으로 전 분기(3447억원) 대비 약 2100억원을 줄이며 가장 적은 폭을 기록했다. 특히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을 나타내는 EBITDA가 725억원으로 흑자를 냈다.
에쓰오일 역시 정제마진 하락 여파로 지난해 동기 대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에쓰오일은 이날 올해 2분기 영업이익 36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97.9%가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1.7% 줄어든 7조8196억원이다.
역시 정유부문에서 영업손실 2921억원을 기록한 것이 뼈아팠다. 반면 석유화학과 윤활부문의 영업이익은 각각 820억원, 2465억원이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판매 물량 감소 및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판매 단가 하락의 영향”이라고 실적 배경을 밝혔다.
HD현대오일뱅크도 부진한 실적을 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전날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361억원으로 작년 동기(1조2703억원)보다 97.4% 줄었다고 밝혔다. 매출은 6조972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0.8% 감소했다.
이런 실적 부진의 배경에는 정제마진이 있다. 정제마진이란 원유를 정제해 나온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비 등 각종 비용을 뺀 금액을 말한다. 지난 2분기 평균 정제마진은 배럴당 4달러에 그쳤다. 통상적으로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은 4달러 수준으로 알려진다. 정제마진이 4달러보다 낮을 경우 정유사들이 원유를 수입해 석유제품을 팔아도 오히려 손실이 나는 것이다.
정제마진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는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등이 꼽힌다. 전기차 등 급속한 기술 전환 역시 정유시장 위축을 부추기고 있다.
다만 이달 들어 정유 업계의 핵심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이 빠르게 개선되는 추세다. 7월 3주차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6.8달러로 전주 대비 1.5달러 올랐다. 정제마진이 6달러를 넘어선 것은 16주 만이다.
업계에선 정제마진이 2분기 저점을 찍고 하반기부터 조금씩 회복세에 들어설 것이라고 내다본다. 다만 지난해와 같은 역대급 실적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정제마진은 5월을 저점으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정유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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