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교육부장관, 11년 전 교권보호조례 폐지 앞장섰다
[곽우신 기자]
▲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교권 보호 등 현안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옆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
ⓒ 남소연 |
"장관님,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었죠?"
"네네."
"장관님이 앞장서서 상위법에 충돌된다는 이유로 (교권보호조례를) 반대했습니다."
"…."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가 이번 S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의 배경으로 학생인권조례를 계속 지목하며, 교권 추락의 주범이 진보 교육감과 이전 정권이라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다.
28일 국회 교육위원회 현안 질의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학생인권조례'였다(관련 기사: 이주호, S초 사건 사과하면서도 "학생인권조례 때문").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초선, 비례)은 이날 "우리나라의 좌파 교육 카르텔이 대한민국 공교육을 붕괴시키고 교권과 학력을 무너트린 것"이라며 "결코 스스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거나 개정할 세력이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갈수록 심각해지는 교권 추락 문제 해결을 위해서 우리 국민의힘이 중심이 되어서 교원 지위 향상과 교권보호 위한 관련 법 개정에 온 힘을 쏟았다"라며 "(하지만) 이 좌파 교육 카르텔의 반대로 인해 단 한 발짝도 나갈 수가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질의 순서였던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초선, 전남 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을)은 오히려 보수 세력이 과거 집권 당시 교권보호조례를 폐지했던 사실을 지적했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바로 이주호 현 교육부 장관이었단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제정 추진한 교권보호조례 역시 반대해 서울시의회 통과를 무산시킨 바 있다.
"국민의힘, 악성 민원 방지 자동녹음전화 예산도 반대"
마이크를 잡은 서 의원은 우선 작년 9월 입법예고까지 됐지만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이 '실효성이 없다'고 반대해 본회의 상정이 불발된 교권보호조례를 재차 지적했다. 이날 교육위에 나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이번에 쟁점이 된 학부모의 면담 절차라든지, 학교 입·출입을 엄격히 하고자 하는 문제 의식이 강했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여기에 서 의원은 "서울시교육청이 교내 악성 민원 방지를 위해 자동녹음전화기 도입을 위해 예산을 편성한 적이 있었다"라며 "그런데 이것도 서울시의회에서 반대했더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012년에 이미 서울시교육청에 교권보호조례가 있었다. 그런데 이 교권보호 조례가 별안간 폐지가 되어버렸다"라며 "그래서 자세히 좀 찾아봤더니, 당시 이명박 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가 해당 교권보호조례와 관련해서 '교원 지위와 학교장의 권한·의무는 법률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며 '조례에 위임한다'는 조항이 없는데 교권조례를 만든 것은 부당하다' 이러면서 '교권조례에 대한 무효확인청구 소송을 하고 집행정지(신청)를 해서, 결국 법원에서 받아들여져서 조례가 폐지됐다"라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교과부가 재심의를 요구하고, 재의를 요구하고, 재의에서 다시 재의결이 되니까 또 대법원에 제소하고, 집행정지 신청까지 하는 걸 봐서, 단지 법률 위반의 문제가 아니라 당시 교과부는 이 교권보호조례를 절대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당시 폐지된 교권보호조례의 핵심 내용들을 짚으며 "'학생이 잘못할 경우 교육적 방법으로 지도 가능' 이런 조항은 이번에 교육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정당한 생활지도'와 사실상 유사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희연 교육감은 "굉장히 당시로서는 선구적이고, 교권보호조례와 학생인권조례를 같이 가려고 했던 것 같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주호, 교권보호조례 반대놓고 이제 와서 교육감 탓"
서 의원은 당시 교과부 장관이었던 이주호 장관을 겨냥했다. "장관이 앞장서서 국가공무원법, 초중등교육법 등 상위법과 충돌된다는 이유로 (교권보호조례를) 반대했다"라며 "만약 상위법에 문제가 있으면, 그리고 교권보호에 대한 의지가 있었다면, 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섰거나 상위 법에 저촉되지 않는 방법을 찾았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라는 비판이었다.
그는 "당시에 학생인권조례도 반대하고, 교권보호조례도 반대하고, 모두 장관이 반대하셨던 건데, 아닌가?"라며 "그런데 이제 와서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무너졌다, 이러면서 교육감 탓을 하고 계시다"라고 꼬집었다. "도저히 저는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라고도 쏘아 붙였다.
결국 이주호 장관이 과거에 "교육청의 교권보호를 위한 노력에 정쟁으로 반대하셨다고 보고, 과거의 과오를 이제라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교권 보호 입법에) 찬성해야 한다"라는 요구였다.
그러자 이 장관은 "그 당시에 문제가 됐던 건, 교사에게 교육과정의 재구성이나 교과서 선택을 하는 자율성을 부여하자는 그런 조항들"이라며 "사실 교과서 선택 같은 건 이제 교사가 아니고 학교 차원에서 선택하는 게 상위법의 사항이었다"라고 답했다. "교권보호조례를 그 당시에 반대했던 건 인권이나 교권이 아니다"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서 의원은 "교권 보호에 의지가 있었다면, 그 부분을 제외하고 추진하는 것도 가능했던 일"이라며 "그런데 죽자고 반대하셨다, 정말 죽자고"라고 반박했다. "이주호 장관이 폐지에 앞장섰던 교권보호조례가 없어서 (현 사태에) 그 한몫을 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지, 이걸 근거도 없이 학생인권조례를 끌고 와서 정쟁할 일이 아니다"라고 재차 꼬집었다.
특히나 이 장관이 거론한 교사의 교과서 선택권 등이 정말로 당시 실질적 쟁점이었는지도 의문이 남는다. 서동용 의원실이 밝힌 서울특별시교육청 중등인사팀이 작성성한 '2012 서울특별시 교육활동 보호 관련 조례 제정 추진 경과' 문서에 따르면 해당 내용이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2014년 대법원 역시 "교원의 지위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하여 전국적으로 통일적인 규율이 필요한 것이고 국가가 이를 위하여 상당한 경비를 부담하고 있으므로, 이에 관한 사무는 국가사무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결(2012추145)했다. 교원의 신분보장과 지위는 법률로 정할 사안이지, 조례로 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취지이다. 이주호 장관이 지적한 교육과정이나 교과서 선택에 대한 지적은 대법원의 판결문 요약본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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