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직접 밝힌 검찰의 실태... 민심이 예사롭지 않다 [그 정보가 알고 싶다]
[정보공개센터]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 특활비 관련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 남소연 |
지난 7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현안 질의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검찰 특수활동비(특활비)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공개에 대한 날 선 공방이 오갔다.
그런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특활비 증빙자료를 폐기 의혹에 대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검찰은 "2017년 9월 특활비 관리 지침이 개정되기 전에는 두 달마다 자체 폐기하는 기준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공개된 특활비와 업무추진비 영수증 61% 이상이 백지 영수증이라는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영수증을 오래 보관하다 보면 잉크가 휘발된다"며 "저희는 보관한 그대로를 보여드렸다"고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 이야기했다.
한 장관은 법사위에 '검찰 특활비 관리 지침'을 공개하지 않아 두 달마다 특활비 관련 자료들을 폐기한 것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 다만 한 장관은 "당시 정부 합동 감찰로 (특활비) 자료를 제대로 보관하지 않은 것을 밝혀낸 뒤 5년간 보관하도록 제도를 개선한 것"이라며 2017년 9월 이후 부터 특활비 자료는 5년간 보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활비 자료 자체 폐기하고, 백지 영수증까지... 검찰의 실태
2017년 9월까지 특활비 자료를 두 달마다 자체 폐기 했다는 한 장관의 진술은 충격적이다. 검찰의 특활비 관리 지침이 실제로 두 달마다 자료를 폐기하도록 하고 있다고 해도 문제이고, 지침에 별도의 폐기 기준이 존재하지 않거나 기준과는 다르게 검찰이 임의적으로 자료를 두 달마다 폐기해 왔던 것이라면 더 큰 문제다.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공공기록물법) 시행령 별표에 따르면 예산·회계 관련 기록물은 보존 연한이 5년이다. 또한 보존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일반적인 업무상 수발신 문서들도 통상 보존기한이 모두 1년 이상이다. 사실상 보존기한이 2개월 이하의 공공기록은 현행 법령상, 실제 행정상 존재할 수 없다.
공공기관이 생산해 보유하고 있는 기록물의 보존기한이 도래했다고 하더라도 폐기를 위해서는 공공기록물법 제27조에 따라 기록물관리 전문요원 심사와 기록물평가심의회의 심의를 거친 뒤에 폐기가 가능하다.
공공기록물법 제50조는 위의 절차 없이 공공기록물을 무단으로 폐기하는 것에 대해 7년 이하 징역,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무거운 처벌조항을 두고 있다. 그만큼 국가기관 존재와 행위의 명분이면서 동시에 증거인 공공기록물의 관리 책임이 엄중하다는 것이다.
또 잉크가 휘발되어 내용을 알 수 없는 검찰의 업무추진비 백지 영수증도 위법의 소지가 있다. 같은 법 제51조에서는 기록물을 고의 또는 중과실로 그 일부 내용이 파악되지 못하도록 손상시킨 자에 대해 3년 이하 징역과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잉크가 휘발되기 전에 사본 또는 전자파일로 보관하면 내용 손상의 방지를 충분히 예측 가능했음에도 검찰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검찰의 행위가 공공기록물의 '손상'의 범위에 포함되는지 엄격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 2017년 9월 경찰청 정보목록 '특수활동비' 검색 내역 경찰청 정보목록에서 특수활동비를 검색하면 기관별로 특수활동비의 지급 결의, 청구 및 지급요청, 교부 계획 등의 특수활동비 관련 기록물을 확인 할 수 있다. |
ⓒ 정보공개센터 |
대표적인 수사기관인 경찰의 경우에는 특수활동비 기록자체는 일반에게 비공개 내지는 부분공개로 관리되고 있지만 경찰청 정보목록에서 '특수활동비'만 검색해도 특수활동비의 지급, 청구, 요청, 교부 또는 지급계획까지 업무시스템에 보존되어 있다. 반면 대검찰청 이하 검찰 기관의 정보목록에서는 특수활동비 기록 자체가 검색되지 않는다. 현재까지 검찰이 특수활동비를 얼마나 불투명하게 관리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심각한 문제는 지난 법사위에서 보여준 한 장관의 태도이다. 2017년 9월 이전 지침에 따라 특수활동비 기록의 무단 폐기가 문제가 없다는 식의 태도, 업무추진비 영수증의 잉크가 휘발되어 그대로 정보공개를 했으니 더 이상 진상규명의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국민들 앞에 아무 부끄러움도 없이 보여줬다. 되레 의혹을 발견하고 문제제기를 하는 시민단체들을 정략적이라고 공격했다.
한 장관의 말대로 백번 양보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이 정략적으로 윤석열 대통령만 콕 집어 문제제기 하는 것이라고 치더라도, 드러난 문제는 문제고 위법은 위법이다. 법을 다루는 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이 자신이 지휘하는 기관에서 드러난 과거 비위의 진상규명에는 관심이 없고 문제를 드러낸 시민단체의 정략 유무를 먼저 따져서는 법치 자체가 무색해진다. 한 장관의 태도는 몰염치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
현재 검찰 특수활동비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인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 뉴스타파는 '검찰 특수활동비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및 특별검사 도입에 관한 국민동의청원'을 진행 중이다. 청원 개시 일주일도 되지 않아 이미 3만 3천 명이 넘는 시민들이 청원에 동의했다. 민심이 예사롭지 않다.
이런 추세라면 며칠 내에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동의청원은 30일 간 5만 명 이상이 동의하면 국회의 소관 위원회에 회부되어 심사 후 본회의에 부의된다.
☞ '검찰 특수활동비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및 특별검사 도입에 관한 국민동의청원' 바로가기
(https://petitions.assembly.go.kr/status/onGoing/FC7B747125201751E054B49691C1987F?nclid=3hx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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