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은 제명, 10명은 “이해충돌 없다”…용두사미 된 자문위 [현장에서]
가상화폐 보유를 자진 신고한 여야 의원 10명 모두가 이해충돌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 지난 20일 국회 윤리자문위에서 ‘이해충돌 논란’이 거론된 지 약 일주일만이다.
유재풍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장은 지난 27일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가상화폐 신고 의원의 이해충돌 여부를 검토한 보고서를 전달했다. 유 위원장과 면담 뒤 여야는 하나같이 “우리 당에는 이해충돌 의원이 없다”고 브리핑했고, 의원 10명(국민의힘 권영세·김정재·유경준·이양수·이종성, 더불어민주당 김상희·김홍걸·전용기, 시대전환 조정훈, 무소속 황보승희)은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다.
용두사미 결론은 예상 밖이었다. 유 자문위원장은 지난 20일 윤리자문위 회의 직후만 해도 “(이해충돌에 해당하는) 그런 분들도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다른 자문위원들도 중앙일보 통화에서 이해충돌에 대해 “전체적으로 거의 다 해당한다” “여야에 5명 이상 복수다” “자문위가 세운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은 8명” 같은 말을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특히 논란이 된 건 28일 통일부 장관에서 물러난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과 김홍걸 민주당 의원이었다. 권 의원은 본인이 직접 밝힌 금액 투자 금액만 해도 2000만원이 넘는데, 2021년 5월 가상자산 과세를 1년 유예하자는 소득세법 개정안에 이름을 올렸다. 김 의원은 본인이 직접 밝힌 투자 금액만 2억6000만원에 달하고, 투자 사유도 ‘상속세 충당 목적’을 댔다.
일주일 만에 달라진 결론에 대해 유 자문위원장은 28일 통화에서 “저희가 통보한 건 (각 의원이) 갖고 있던 코인의 성격에 따라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상임위원회가 어디인지에 대한 내용이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각 의원이 과거 거래한 코인과 당시의 이해충돌 여부에 대해서는 “그런 건 따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석의 근거로는 ‘국회법 제32조의4 (이해충돌의 신고)’를 댔다. 해당 조항에는 “자문위는 의원이 소속 위원회 활동과 관련해 이해충돌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해당 의원 및 소속 교섭단체 대표에게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유 위원장은 “다른 당 의원의 자료를 드리지 않은 것도 이 조항 때문”이라고 밝혔다.
윤리자문위가 국회법만 충실하게 지킨 결과, 각 의원의 이해충돌 여부는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미제(謎題)로 남게 됐다. 전날 발표된 국회 공보엔 권영세·김홍걸 의원을 비롯해 자진 신고 의원 6명의 거래 내역이 ‘당사자 반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가상자산 보유 현황도 지난 5월 31일 기준으로만 공개돼, 한때 코인에 투자했던 권영세·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등록 사항 없음’으로 기재됐다.
국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지난 26일 자문위를 고발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게 통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 위원장은 전날 국회의장실에서 나오면서도 굳이 “(사실이 아닌 언론 보도는) 권영세 의원에 대한 것”이라고 굳이 말을 보탰다. 그러자 자문위로부터 ‘제명’을 권고받은 김남국 의원이 기다렸다는 듯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공정성과 형평성을 잃은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자문위가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앞으로 공은 국회 밖으로 넘어가게 됐다. 전날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를 전제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리도 권익위 조사로 갈 것”이라며 “법안 발의나 행위별로 이해충돌이 있는지는 권익위가 판단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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