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찰기 이름도 베낀 北 무인기…소나기 뚫고 기술 수준 뽐냈다

이근평, 김은지, 김하나 2023. 7. 2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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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궂은 날씨에도 샛별-4형과 샛별-9형으로 이름 지은 신형 무인기를 대내외 인사 앞에서 띄우며 기술 수준을 과시했다. 2년 전 북한이 개발하겠다고 공언한 무인기가 어느덧 실체적 위협으로 떠올랐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공화국의 영원한 전승의 명절인 7월27일 저녁 수도 평양에서 조국해방전쟁(6.25전쟁) 승리 70돌 경축 열병식이 성대히 거행됐다"라고 보도했다. 북한이 새로 공개한 신형 무인기가 김일성광장 상공을 날고 있다.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28일 전승절 열병식이 전날(27일) 평양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전승절’로 명명한 이날은 6·25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러시아 대표단 단장인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 중국 대표단 단장인 리훙중(李鴻忠)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과 나란히 주석단에 섰다.


궂은 날씨 속 평양 상공 비행 감행

공개된 사진을 보면 이번 열병식에선 신무기 ‘깜짝 공개’는 없었던 걸로 보인다. 앞서 지난 2월 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와 같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18형이 대미를 장식했다. 전날 '무장장비전시회-2023’ 사진 보도로 처음 공개된 두 종류의 무인기도 예상대로 열병식에 등장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28일 전날 '전승절'(6ㆍ25전쟁 정전협정기념일) 70주년을 맞아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을 녹화중계 했다. 중앙TV는 새로 개발생산되어 공군에 장비하게 되는 전략무인정찰기 샛별-4형과 공격형무인기 샛별-9형이 김일성광장 200m 상공을 2차례 비행하게 된다고 전했다. 사진은 샛별-9형 비행 모습.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특히 북한은 무인기 등장 방식에 변주를 가하면서 해당 무기체계가 이번 열병식의 핵심이라는 점을 드러냈다. 무인기를 차량으로 끌어오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비행을 시도한 것이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열병식 녹화중계에서 “새로 개발 생산돼 우리 공군에 장비하게 되는 전략무인정찰기 ‘샛별-4형’과 공격형무인기 ‘샛별-9형’이 김일성 광장 200m 상공을 두 차례 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영상엔 미군이 운용 중인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 호크, 중고도 무인공격기 MQ-9 리퍼과 유사한 두 종류의 무인기가 실제 평양 시내를 비행하는 장면이 담겼다. 그리고 두 무인기는 이내 실제로 김일성 광장 위를 날았다. 이른바 ‘북한판 글로벌 호크’에는 샛별-4형, ‘북한판 리퍼’에는 샛별-9형이라는 이름이 각기 붙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두 종의 무인기가 대남·대미 핵심 위협 수단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기상 상황이 무인기를 띄우기 적절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사진과 영상을 보면 구름이 굉장히 두껍게 형성되어 있고 행사 직전 소나기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비나 돌풍으로 사고 위험이 큰 상황에도 낮은 고도로 비행을 감행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서 무인기 전력의 최신 기술력을 과시하는 데 공을 들였다는 의미다.


미 무인기 이름까지 베껴

북한은 이미 무인기의 실전 능력을 시사한 바 있다. 전날 공개한 영상에서 샛별-9형은 시험 비행뿐 아니라 무장 사격도 실시했다.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과 유사한 무기체계와 활공형 유도폭탄으로 보이는 무기체계가 날개 하부에 탑재된 것으로 추정된다. 샛별-4형의 경우 동체 앞부분 하단에 합성개구레이더(SAR)로 보이는 영상 수집 장치가 탑재됐다는 시각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기념일) 70주년 행사 참석차 북한을 방문하고 있는 러시아 군사대표단과 함께 지난 26일 무기 전시회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뒤로 '북한판 글로벌 호크' 샛별-4형이 전시돼있다. 조선중앙통신


이들 무인기의 외형과 무장 등은 리퍼와 글로벌 호크를 그대로 베낀 모양새다. 샛별-4형과 9형이라는 숫자 역시 RQ-4, MQ-9에서 따온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 무인기를 충분히 모방할 수 있다는 기술력을 노골적으로 과시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무인공격기 양산 돌입한 듯

북한이 '전승절'(6.25 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인 27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2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북한판 리퍼' 샛별-9형이 들어오고 있다. 노동신문

이번 열병식에선 샛별-9형이 양산에 들어간 정황도 나타났다. 본 행사 때 차량에 이끌려 나온 샛별-9형은 4대로, 시험 비행에 나선 기체를 합하면 이미 최소 5대가 생산됐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류 위원은 “시험평가가 상당 부문 진척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군 안팎에선 북한 무인기 위협이 벌써 현실화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김정은은 2021년 제8차 당 대회 때 '국방과학 발전·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 중 하나로 ‘500㎞ 전방 종심(縱深)까지 정밀 정찰할 수 있는 무인기’ 개발을 전략적 과업으로 제시했다. 이후 불과 2년 만에 높은 수준의 기술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 기념일) 70주년인 27일 오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북한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로 추정되는 무기가 들어오고 있다. 노동신문

이밖에 핵무인공격정 '해일'도 이번 열병식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해일의 존재 자체는 지난 3~4월 세 차례 시험발사 등을 통해 북한 매체가 알렸지만, 실물이 열병식에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개된 해일을 보면 직경이 500㎜ 안팎인 통상 어뢰보다 배 이상 커 무인수중잠수정(UUV)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북한 역시 해일을 '핵무인수중공격정'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북한은 이 무인공격정의 잠항 시간과 작전 거리를 늘리면서 수중 핵공격의 ‘은밀성’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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