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과제 추진 적임자"…尹대통령, 방통위원장에 이동관 지명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이동관 대외협력특보를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했다.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이 ‘TV조선 재승인 심사 고의 감점 의혹’으로 기소돼 지난 5월 면직 처분을 받은 지 두 달 만이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이 후보자 지명 사실을 알리며 “언론 분야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과 다양한 인간관계, 리더십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의 방송ㆍ통신 국정과제를 추진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 선 이 후보자는 ‘공영방송 개혁’을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하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지금 각국 정부, 시민단체가 모두 대응에 골몰하고 있다”며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의 복원, 자유롭고 통풍이 잘되고 소통이 이뤄지는 정보 유통 환경을 조성하는데 먼저 총력을 기울이려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이어 “대한민국에도 BBC 인터내셔널이나 일본의 NHK 국제방송같이 국제적으로 신뢰받고 인정받는 공영방송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넷플릭스 같은 거대 콘텐트 유통기업이 나와야 한다”며 “언제까지 과거의 틀에 갇혀 얽매여 있어선 안 된다. 이 방향엔 진보·보수·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1957년생인 이 후보자는 서울 신일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정치부장과 논설위원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 대통령 언론특보를 역임했다. 지난 대선 때는 국민의힘 선대위 미디어소통특별위원장을 맡아 윤 대통령을 도왔고, 윤 대통령 당선 뒤엔 인수위 특별고문을 거쳐 대통령 대외협력특보를 맡았다.
"尹, 이동관에 깊은 신뢰"…내달 청문회, 8말9초 취임 전망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 후보자는 야권의 반발을 뚫고 공영방송을 개혁할 뚝심 있는 인물”이라며 “윤 대통령은 이미 오래전에 이 후보자를 차기 방통위원장으로 낙점했는데, 이는 윤 대통령의 신뢰가 그만큼 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임명되면 윤 대통령의 방송ㆍ통신 관련 국정과제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국정과제 가운데 ‘미디어의 공정성ㆍ공공성 확립 및 국민 신뢰 회복’ 항목을 들어 현재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이 추진 중인 공영방송 개혁 작업이 더 광범위하게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방통위는 ‘공영방송(KBSㆍEBS) 수신료 분리징수’ 후속 개혁으로 위법하거나 의무 위반 의혹이 있는 공영방송 이사 해임을 추진 중이다. 방통위는 최근 ‘TV조선 재승인 고의 감점’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년 전 KBS 이사를 해임한 데 이어, 남영진 KBS 이사장에 대해서도 방만 경영과 관리ㆍ감독 소홀,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으로 해임 절차를 밟고 있다. 남 이사장까지 해임되면 그간 야권 우위였던 KBS 이사회가 여권 우위로 재편된다. KBS 사장을 바꿀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정치권에선 ‘6기 방통위’ 구성도 주목하고 있다. 5명이 정원인 방통위 상임위원은 현재 여권 추천 인사 2명(김효재ㆍ이상인), 야권 추천 인사 1명(김현)으로 3인 체제를 유지 중이다. 안형환 전 부위원장의 후임으로 추천된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의 임명이 미뤄지는 가운데, 김효재ㆍ김현 위원의 임기가 다음 달 23일 만료된다.
방통위 상임위원은 대통령이 위원장을 비롯해 2명을 지명한다. 나머지 3명은 국회가 추천하는데, 의석수에 따라 여야의 추천 몫이 달라진다. 3명 중 여당 몫 1명, 야당 몫 2명으로 정해지더라도 상임위원 과반은 여권 인사가 된다. 이 때문에 이 후보자 지명에 극렬히 반발하는 야당이 국회 몫 상임위원 협의를 일부러 늦출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럴 경우 이 후보자가 임명되더라도 방통위는 당분간 ‘이동관-이상인’ 2인 체제로 유지될 가능성 있다. 방통위는 “상임위원 2명 만으로 회의 개최와 의결이 가능한지는 검토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尹대통령, 김영호 통일부 장관 임명=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영호 통일부 장관 임명을 재가하고 오후 3시 임명장을 수여했다. 지난달 29일 김 장관을 내정한 지 한 달 만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국회가 김 장관 인사청문회 개최 후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법정 시한인 24일까지 채택하지 않자, 다음날 청문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 하지만 재송부 시한인 27일까지도 청문 보고서를 받지 못하자 이날 김 장관을 임명한 것이다. 국회가 재송부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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