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바짝 조인 일본은행, 초완화정책 폐기하나…금융시장 요동
일본은행(BOJ)이 7개월 만에 통화정책을 더 긴축적으로 바꿨다. 무제한 국채 매입 부담과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 압박 때문이다. BOJ가 이번 조처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초 완화적 통화 정책을 폐기할 거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금융 시장에 파장이 예상된다.
“장기 금리 사실상 1%까지 용인”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통해 단기 금리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시장 금리에 개입한다. 하지만 단기 금리가 이미 마이너스인 일본은 장기 금리까지 통제하는 수익률곡선제어(YCC·Yield Curve Control) 정책을 통해 초 완화적 정책을 유지해 왔다. YCC는 10년 일본 국채 금리의 변동 상한을 설정해 두고, 시장 금리가 이보다 높으면 중앙은행이 국채를 무제한 사들여 금리를 낮추는 정책이다.
BOJ는 이번 회의에서 기존 장기 금리 변동 상한(0.5%)과 단기 금리(-0.1%)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또 장기 금리를 0%대로 유도하는 정책 목표도 바꾸지 않았다. 다만, 장기 금리가 0.5%를 넘어도 과거와 달리 즉각 국채 매입에 나서지 않겠다고 입장을 수정했다. 대신 장기 금리가 1%를 넘으면 무제한 매입에 나서기로 했다. 0.5~1%에서 유연하게 금리를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무제한 채권 매입 부작용에 정책 수정
실제 BOJ가 지난해 말 장기 금리 변동 상한을 0.25→0.5%로 올리자, 시장 금리는 0.5% 이상으로 올라갔는데 이를 막고자 BOJ는 역대 최대 규모의 채권을 매입해야 했다. BOJ가 올해 3월 말 기준 보유한 일본 국채는 사상 최고인 581조7206억엔(약 5323조)으로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절반 이상이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기금리를 0.5%로 엄격히 억제하려고 하면 채권시장 등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며 “금융완화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정책을 수정했다”고 했다.
최근 높아진 CPI 상승률 압박과 엔화 가치 하락도 정책 수정의 배경이 됐다. 이날 발표한 7월 도쿄 지역의 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3.2%로 시장 예상치(2.8%)를 상회했다.
이번 조처가 일본의 초 완화적 통화 정책 폐기로 가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도 있다. 알란 라우 메이뱅크 전략가는 “BOJ 정책 수정은 YCC 정책의 궁극적 출구로 향하기 위한 초기 조치로 받아들여진다”고 했다. 실제 BOJ 총재가 구로다 하루히코에서 우에다로 교체됐을 때, 통화 정책도 수정될 거란 전망이 많았다. 구로다는 초완화적 통화 정책을 기반으로 한 ‘아베노믹스’ 설계자다. 다만 이날 우에다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 해제에 대해선 “아직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긴축 전환에 일본 자금 유출 우려
금융 시장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저금리로 엔화를 빌려 수익률이 높은 해외 자산을 사는 이른바 ‘엔캐리트레이드’ 투자 방식을 많이 이용해 왔다. 하지만 일본 국채 수익률이 높아지면,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자산을 매각하고 일본 국채를 사들일 가능성이 커진다. 이럴 경우 일본이 투자한 해외 자산 가격은 떨어진다.
가장 큰 충격파는 채권 시장에 왔다. 최근 CPI 상승률 둔화에 3.7%대까지 떨어졌던 미국 국채 10년 물 금리는 일본 통화 정책 수정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장중 한때 4%까지 치솟았다.(채권 가격은 하락) 미국 국채 2년 물 금리도 올라 5%대에 육박했다. 미국 국채에 투자한 일본 자금이 빠져나갈 우려가 커져서다.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 자금 조달 비용을 높여, 기업 부담이 커진다. 또 시간을 두고 은행 대출 금리도 올라간다. BOJ가 장기 금리 변동 상한을 2배로 높였던 지난해 말, 한국의 대출 금리도 일부 상향됐다.
뉴욕 증시도 하락 마감했다. 13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1987년 1월 이후 가장 긴 오름세를 보였던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67% 하락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0.64%)와 나스닥지수(-0.55%)도 모두 떨어졌다. 달러 대비 140엔까지 떨어졌던(환율은 상승) 엔화 가치도 1% 이상 상승하면서, 130엔대로 다시 복귀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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