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귀환…‘흑자 전환’ 인텔, 반도체 패권 전쟁 가세

이희권 2023. 7. 2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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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로고. 연합뉴스


미국 인텔이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한숨 돌린 인텔은 이제 압도적인 점유율을 지키고 있는 중앙처리장치(CPU)는 물론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전방위적으로 나서며 전성기 시절 영광 재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27일(현지시간) 실적 공시를 통해 올 2분기 순이익 15억 달러(약 1조9230억원)로 3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129억 달러(약 16조5440억원)를 기록했다. 월가의 전망치를 소폭 상회한 숫자다. 이날 실적 발표 후 인텔 주가는 뉴욕 증시 시간외 거래에서 7.8% 급등했다.

매출은 지난해 1분기부터 6개 분기 연속 줄었지만 2분기 연속 손실을 끊고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인텔은 직전 분기 역대 가장 큰 규모인 28억 달러(약 3조591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그러자 올 초 배당금을 대폭 줄이고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대대적인 비용 감축에 들어갔다. 펫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2025년까지 총 10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것이라 밝힌 상태다.

PC 시장 침체가 계속되면서 인텔의 노트북, 데스크톱 프로세서를 포함한 클라이언트 컴퓨팅 사업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2% 줄었다. 데이터센터 사업부문 매출 역시 15% 감소했다. 겔싱어 CEO는 실적 발표 후 “서버칩 매출이 4분기까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사업 전 부문이 지속적인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PC 부품 재고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돼 고객들이 주문을 재개하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는 회복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파운드리 사업부문은 전년 동기보다 4배 증가한 2억3200만 달러(약 29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인텔은 지난달 공정 로드맵을 발표하며 2026년까지 파운드리 분야에서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인텔의 실적은 반도체 사업이 마침내 턴어라운드를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앞으로 성공 여부는 기술부문에서 영광을 재건하는 데 달렸다”고 분석했다. 인텔은 ‘반도체 거인(The Chip Giant)’으로 불리며 수십 년 동안 세계 반도체 매출 1위를 차지했지만 2010년대부터 메모리 반도체를 앞세운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절대 강자 TSMC에 잇따라 무너지며 자존심을 구겼다.

김주원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다시 도전자의 자리에 선 인텔은 과거의 영광 재현에 나서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벌이고 있다. 겔싱어 CEO는 “엔비디아가 지배할 것으로 보이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유하고 있지만 추격자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인텔은 챗GPT와 함께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딥러닝 AI 프로세서 분야에서 신형 가속기 칩인 ‘가우디2’를 앞세워 도전장을 냈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서버용 CPU에서의 막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조만간 시장 헤게모니 싸움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본다.

파운드리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인텔은 2021년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한 뒤 고객사를 늘리며 사업 규모를 키우고 있다. 업계 1, 2위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2025년 2나노미터(㎚·10억 분의 1m) 공정 도입을 예고한 상황에서 인텔은 그보다 한발 앞선 내년 2㎚ 양산에 도전한다. 인텔은 최근 에릭슨을 1.8㎚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고객사로 확보하며 왕좌 탈환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여기에 자사 주력 CPU 생산을 외부 파운드리인 TSMC에 맡기면서도 반대로 엔비디아, AMD 등 경쟁사를 인텔 파운드리 고객사로 받아들이는 등 전략적 유연성까지 발휘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1분기 칩 브랜드 매출 기준 인텔은 111억3900만 달러(약 14조3500억원)로 삼성전자(89억2900만 달러·약 11조5000억원)를 3개 분기 연속으로 앞섰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업황 악화로 올해 2분기 반도체 부문에서만 4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2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겔싱어 CEO는 “인텔은 제품 공급 업체일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업체로서, 또 기술 제공 업체로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인텔은 CPU와 GPU,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 후공정(패키징)까지 모두 걸쳐 있는 사실상 세계 유일한 회사”라면서 “영향력을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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