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지금 인플레이션 못 잡으면 10년 간다” 섬뜩한 경고, 왜? [신기방기 사업모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3. 7. 2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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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2북스 제공)
40년 만의 인플레이션 위기가 온 지금. 과거 사례에서 그 해결책을 찾을 수는 없을까?

거시경제 전문가 오건영 신한은행 WM본부 팀장이 새 책 ‘위기의 역사’를 낸 이유다. 저자는 과거의 위기에 조금 더 깊이 있는 지식을 갖게 된다면 공포감에 휩쓸리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번 신간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어렵고 따분할 수 있는 경제 이야기를 사건 중심의 18개 에세이로 일러스트와 함께 한 편의 영화처럼 쉽고 재미있게 구성했다. 또한 당시 언론사를 통해 받은 200개의 경제 기사들을 소개, 당시 생생함을 더했다.

오 팀장은 “위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인간의 심리”라고 운을 뗐다.

“사람은 관성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됐기 때문에, 물가 상승률이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부동산은 늘 상승하기 때문에 등 지금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착각을 한다. 하지만 그런 예측이 깨질 때 위기가 온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과거 위기의 원인과 전개 상황을 다양한 사례와 비유를 들며 특유의 이야기꾼 방식으로 풀어냈다. 다음은 저자와 일문일답.

신한은행 오건영 팀장(페이지2북스 제공)
Q. ‘위기의 역사’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A. 과거에 발생했던 경제위기 국면(IMF 외환위기, 닷컴 버블 붕괴, 금융위기, 코로나와 인플레이션 사태)을 되돌아보면서 각각의 위기들이 어떻게 진행, 해결돼갔는지, 어떤 공통점을 갖고 연결되는지 그리고 이런 위기들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이 무엇인지를 다루고 있다.

Q. ‘위기’를 정의한다면. 극복 가능한 개념인가.

A. 위기를 개념적으로 정의하기는 참 어렵다. 다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위기는 사전적 의미의 위기라기보다는 지난 30년간 금융 시장의 흐름을 흔들어놨던 위기들이다. 달러 부족으로 인한 외환위기, 은행 시스템 불안으로 인한 금융위기, 수요 부족·공급 과잉으로 인한 공황 등이 전형적인 위기다. 물론 닷컴 버블 붕괴를 금융위기로 볼 수 없다는 시각이 있을 수도 있으나 당시 80% 가까이 하락한 나스닥 시장을 고려하면 다른 위기에 필적할 만한 수준이었다고 본다.

Q.최근의 한국 경제 상황은 어느 정도의 위기인가.

A.답변하기가 참 어렵다. 위기의 단계를 판단하려면 위기에 맞서는 경제 주체들의 체력을 먼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위기여도 외환 보유고를 많이 쌓아둔 국가들 혹은 펀더멘털이 탄탄한 국가들은 잘 견뎌낼 수 있다. 최근 5%가 넘는 기준금리에도 강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미국처럼 말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본다면 한국 경제는 과거의 펀더멘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고 따라서 외환위기때보다 효율적으로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의 위기라고 본다.

Q. 지난 6월 무역수지는 16개월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경기 회복 신호로 볼 수 있을지.

A. 우선 희망적인 소식이다. 다만 이런 회복이 일시적인 건지 아니면 중국 경제와 반도체 수요에 따른 구조적인 회복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대중 수출 회복을 논할 때 과거 수준의 대중 특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바닥에서 회복으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본다.

Q. “투자는 내가 산 자산을 누군가 더 비싼 가격에 사줘야 이기는 게임”이라는 표현이 인상 깊다. 설명해줄 수 있나.

A. 결국 내가 팔려고 할 때 누군가가 사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누가 봐도 좋은 아파트, 좋은 주식은 향후에 내가 이 자산을 팔려고 할 때도 탄탄한 수요가 존재한다. 가격의 오르내림을 떠나서 사 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핵심이고, 그 다음에 고민하는 것이 자산 가격이다. 너무 높은 가격에 사게 되면 수익을 내기 쉽지 않기 때문에 과도하게 높은 가격은 경계해야 한다.

Q. 현재 거품과 가계대출이 많은 상황이다. ‘닷컴 버블’ 위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정부에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A. 효과적인 긴축, 합리적인 규제 등을 통해 자산 시장의 쏠림을 막아주는 것이 정부나 중앙은행의 역할이라고 본다. 일본의 버블 붕괴, 미국 닷컴 버블 붕괴를 보면 자산 시장의 거품이 형성되려고 할 때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제때 강하게 해줬어야 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정부나 중앙은행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다. 개인 투자자들 역시 과거의 ‘Boom&Bust(경기순환)’ 사이클을 이해하고 과열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분산 투자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

Q. 2023년 하반기, 남은 시간 동안 어떤 경제위기를 주의해야 할지.

A. 인플레이션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넘어선 이후 지금까지 목표치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너무 길어지면 물가 상승 기대 심리가 고착화되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인플레이션 고착화는 물가를 잡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할 뿐 아니라 목표치까지 낮추더라도 수시로 물가가 다시 튀어오르는 문제를 낳곤 한다. 1970년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전 세계가 10년 이상 고전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된다.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

(페이지2북스 제공)
Q. 지난해 환율 급등(1400원 돌파)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사하다고 했다. 과거와는 달리 환율이 무역수지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구조라는 의견(일본 기업은 엔화의 평가 절상에도 불구하고 회계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현지 판매 가격을 올리지 않는 선택을 했다)이 있는데 환율과 수출을 인과관계로 설명하는 과거의 위기(IMF, GFC)와는 차이가 있지 않나.

A. 물론 과거에 비해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환율이 수출의 가격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남아 있다고 본다. 특히 지금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인해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이기 때문에 환율에 따른 약간의 가격 경쟁력이 수출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 하나 더 고려해야 할 것은 일본과 한국의 경쟁이다. 엔화는 달러 대비 약세지만 원화가 달러 대비 강세일 때, 엔화는 원화 대비 매우 약한 흐름을 이어가기 때문에 환율의 영향이 과거보다 약해졌다고 해도, 불리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

Q. 인플레이션의 해결책이 있을까. 현재 금리 인상 등의 반(反)인플레이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되는데, 한편으로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오히려 유리한 공급 충격(외부 상황)을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A. 연준 역시 비슷한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물가 제압을 위해 금리 인상의 고삐를 당기면서도 경기 침체의 리스크를 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현재 운이 좋은 것일 수도 있지만 국제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의 하락, 기저 효과의 해소, 마지막으로 공급망의 회복 등이 인플레이션 강도를 조금씩 낮춰주고 있다. 과도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공급망 문제 해결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면 베스트다.

그런데 임금 상승세가 끈질기게 이어진다면 최근의 인플레이션 둔화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로 되돌아가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것이 인플레이션 고착화의 위험이다. 따라서 공급망의 해소를 기다리면서 소극적인 대응을 이어가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빨리 수요 사이드에서의 저감 현상(Cool Down) 역시 필요하다고 본다.

Q. 끝으로 재테크 얘기를 해보자. 평소 분산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걸로 알고 있다. 한편 워런 버핏은 “분산 투자는 무지의 산물이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A. 투자를 오랜 기간 해온 전문 투자자에게 해당되는 말일 수 있다. 워런 버핏처럼 내공이 있다면 가능한 얘기가 될 수 있지만, 초보 투자자가 이런 전문 투자자들의 내공을 하루아침에 따라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 특히 매크로 환경이 빠르게 바뀌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워런 버핏이 아닌 개인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은 안정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박수호 기자, 이지홍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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