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 스파이 [신간]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3. 7. 2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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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원자 폭탄을 막은 과학자들의 첩보작전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해나무/ 2만6500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 개발을 주도한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오펜하이머’ 개봉을 앞두고 최근 원자 폭탄과 관련한 책이 많이 출간됐다. 과학 스토리텔러 샘 킨의 다섯 번째 책인 이 책 역시 핵무기와 관련한 또 다른 역사 비화를 다룬다. 전쟁 당시 히틀러가 원자 폭탄을 손에 넣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과학자와 스파이로 구성된 특수부대가 비밀 임무를 수행했다는 내용을 흥미진진한 대서사시로 들려준다.

특수부대원 중에는 의외의 인물이 적잖다. 그중에는 메이저리그 야구 포수 출신에서 스파이로 변신한 모 버그도 있고, 훗날 대통령이 된 동생 존 F. 케네디보다 나은 전공을 세우려고 애쓴 조 케네디 주니어도 있다. 또, 독일 최고 과학자들을 체포하려는 와중에 자신의 유대인 부모를 강제 수용소에서 구출하려 애쓴 네덜란드 출신 물리학자도 있다.

노벨상 수상자도 다수 등장한다. 예를 들어 ‘불확정성 원리’를 제안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그 불확정성 원리 덕에 암살 위험에서 목숨을 건졌다. 원자 구조를 제안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닐스 보어는 머리가 너무 크고 수다스러워서 죽을 뻔했다. 마리 퀴리의 사위인 프레데리크 졸리오-퀴리가 파리 해방 전투에서 화염병을 던지며 투쟁했다는 사실도 생소하기는 마찬가지다. 불륜에 한눈팔려 중요한 실험을 망쳤고 결국 독일 과학자들이 최적의 원자로 감속재를 오판하게 만든 발터 보테의 이야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어두웠던 시기를 비춘다.

이 시기는 돈 많은 이들의 독특한 취미 생활로 여겨지던 과학이 처음으로 전쟁의 향방을 가르고 세계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정보 자산이 된 시기기도 하다.

저자는 방대한 사료와 연구를 토대로 그동안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던 흥미로운 사실을 발굴하고 영웅과 불한당을 비롯해 제2차 세계대전기에 활약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내면 심리를 생생하게 되살린다. 대중에 공개되지 않은 사진을 포함하는 40여장의 사진과 도판, 과학적 내용을 해설하는 일러스트가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0호 (2023.08.02~2023.08.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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