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푹푹 찌는데, 전기료 폭탄 무서워…'폭염 난민' 몰려간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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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세 걱정에 시원한 지하상가로
28일 오후 2시 강원 춘천시 중앙로 지하상가. 낮 최고기온이 34도까지 오르자 많은 시민이 무더위를 피해 중앙광장으로 모여들었다. 곳곳에 설치된 나무 의자에 앉은 이들은 대부분 70대 이상으로 보였다. 어르신들은 삼삼오오 모여 시원한 커피를 나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더위를 피해 집을 나섰다는 이모(75ㆍ춘천시 온의동)씨는 “선풍기로 버텼는데 오늘은 너무 더워 지하상가를 찾았다”며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사는 이야기하고 있다. 해가 떨어져 조금 시원해지면 집에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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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쉼터 경로당 주민들로 북적거려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경로당도 어르신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강릉 율곡 경로당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오후에 찾는 인원이 5명 안팎이었는데 이번 주부터는 10명이상 찾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강릉은 최근 밤사이 최저기온이 27도를 넘어가는 등 열대야 현상이 연일 이어지면서 더위를 피해 바닷가로도 몰리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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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동해안 연일 열대야에 잠 못 드는 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인 27일 오후 6시부터 이날 오전 6시 사이 밤 최저기온은 강릉 27.1도, 삼척 26도, 양양 25.8도, 속초 청호 25.6도를 기록했다.
장마에 이은 폭염으로 온열 환자가 대거 발생하자 자치단체마다 비상이 걸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이날까지 ‘온열 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신고된 온열 환자는 801명으로 이중 3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자치단체마다 ‘쿨링포그’ ‘그늘막’ ‘무더위쉼터’ 등 시설 운영과 냉방기 가동 확대, 온열 질환자 구조를 위한 ‘119 폭염 구급대’ ‘폭염관리 특별팀’을 가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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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 한 푼이라도 아끼자
울산 남구는 지난 18일 선암호수공원과 고래생태체험관·삼산디자인거리·무거천 등 4곳에 쿨링포그를 설치했다. 쿨링포그는 물을 안개처럼 분사해 온도를 최대 3~5도 낮추는 장치를 말한다. 부산시도 해운대구 등에 설치된 쿨링포그를 가동했다. 서울시 도봉구와 성북구 등은 도심에, 영등포구는 쪽방촌 인근 골목 4곳에서 쿨링포그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세종시는 오는 9월까지 세종소방본부 산하에 첨단 장비를 갖춘 ‘119 폭염 구급대’를 운영 중이다. 119 폭염 구급대는 온열 환자를 긴급 구조하는 데 필요한 냉각매트리스 등 첨단 장비를 갖췄다. 대구시와 대구소방본부도 온열 환자 이송에 ‘119 폭염 구급대’를 투입했다.
경기도는 치솟는 물가와 전기료 폭탄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에게 냉방비 169억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전액 도비(재해구호기금)로 마련해 시·군별로 8월부터 순차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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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취약계층에 냉방비 지원키로
지원내용은 기초생활수급가구 31만8324가구에 1가구당 5만원(현금), 경로당 7892곳에 1곳당 12만5000원(1개월분), 국비 지원을 받지 않는 무더위쉼터(마을·복지회관) 33곳에 각 37만5000원(3개월분) 등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7일 관계부처에 폭염 피해 예방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한 총리는 “행정안전부 장관과 각 자치단체장은 유선 또는 직접 방문을 통해 취약계층 보호ㆍ예찰 활동을 철저히 하라”며 “무더위쉼터와 그늘막·양산대여소 등 폭염 저감 시설이 정상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ㆍ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한 총리는 “특히 재난 문자, 전광판, 마을 방송 등을 통해 국민께 폭염 상황을 신속히 전달하고 폭염 대비 국민 행동 요령을 상세히 알려드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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