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정아 "김혜수와 눈빛만 봐도 일체감 느꼈다"

장혜령 2023. 7. 2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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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밀수> 염정아 배우

[장혜령 기자]

 영화 <밀수> 염정
ⓒ 아티스트 컴퍼니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염정아를 만났다.

26일 개봉한 영화 <밀수>에서 염정아는 해녀들의 리더 엄진숙 역을 맡았다. 이번 영화로 수중 연기에 처음 도전한 그는 수영도 처음이란다. 3개월 동안 물에 뜨는 것부터 물속에서 유영하는 것까지 처음부터 배우느라 고생한 후일담을 털어놨다. 아래는 그와의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수중에서 벌어지는 액션이 기억 남는다. 현재 해녀복이 아니라 옛날 복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해녀를 연기하기 위해 특히 중점을 둔 게 있을까?
"사실 물 공포증이 있어 아예 수영을 배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류승완 감독과 (김)혜수 언니와 작업하고 싶어서 욕심내서 배웠다. 해녀였기 때문에 배워야 했고 두려움이 컸다. 막연하게는 어떻게 되겠지 싶었는데 훈련하다 보니까 이게 되더라 (웃음) 3개월 동안 매일 연습하고 리허설하면서 만들어진 결과다. 세트장이었지만 수중 6미터까지 내려가야 했다.

해녀복은 당시를 고증했던 거다. 말 그대로 전신 슈트가 아니라서 한여름에도 추웠다. 중간에 뜨거운 물 샤워를 하고 와야 했다. 해녀들이 물질하고 물 위에서 휘파람 불지 않나. 그게 '숨비소리'다. 튜브처럼 물에 둥둥 뜨는 건 '태왁'이다. 젊은 해녀분들이 디테일한 것들을 가르쳐 주었다. 김재화, 박경애도 이번에 수영을 배웠는데 지금 당장 해녀 해도 될 정도로 잘한다."

- 액션 영화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몸치라고 하던데, 이번엔 수중 액션까지 도전했다. 아직도 몸치라고 느끼나?
"몸을 사실 못 쓴다. 다만 물속이라서 아닌 것처럼 보이는 거다. (웃음) <외계인> 때는 와이어, <밀수>는 수중, <크로스>는 리얼 액션이다. 몸치다 보니 힐 신는 것도 버겁다. 혜수 언니가 힐을 신고도 배 위에서 완벽한 균형을 잡는 게 부러웠다. 무대 인사를 다닐 때도 멋지게 걸어가는 건강함이 부럽다. 예전에는 스타일을 위해 곧잘 신었는데 점점 못 신겠더라(웃음)."
  
 영화 <밀수> 염정아
ⓒ 아티스트 컴퍼니
 
- 김혜수씨와 수중 촬영을 자주 하면서 끈끈한 전우애 비슷한 게 생겼을 것 같다. 김혜수는 이를 두고 '일체감'이라고 표현하더라.
"(김)혜수 언니랑 촬영했던 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눈물이 핑 돈다. 물 안에서 두 사람만 무언의 눈빛을 주고받으면서 수면으로 올라오기 전 대기 상황을 오롯이 함께했다. 스태프들은 물 밖에 있어서 사인을 줄 수 없었다. 고용한 물속에 '너랑 나랑 둘밖에 없어'라는 마음, 진한 케미가 오고 갔다."
  
 영화 <밀수> 염정아
ⓒ 아티스트 컴퍼니
 
- 다른 해녀와도 그런 감정을 느끼는 순간이 많았겠다.
"수면 위로 올라올 때 특히 조심해야 했다. 숨을 참으면서 올라가면 안 되고 조금씩 뱉으면서 올라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경 속눈도 퉁퉁 붓는다. 너무 세게 숨 쉬면서 올라오면 거품 때문에 화면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여러모로 힘든 촬영이었다. 다들 한 몸이 되어갔다. 내 촬영분이 아니라고 다른 데 보지 않고 집중하면서 박수 치고 울었던 기억이다. 그야말로 동지애가 터졌던 현장, 같이하는 힘을 느꼈다."

- 극 중에서 진숙은 아버지와 남동생을 잃고 악에 받쳐 춘자를 증오한다. 식모살이하던 춘자를 품어주며 자매처럼 지냈던 과거사가 스쳐 지나간다. 진숙이란 인물을 어떻게 해석했나?
"진숙처럼 리더십이 있는 성격은 아닌데 1남 3녀 중 장녀긴 하다. 진숙은 떠돌던 장도리도 동생보다 더 아끼고 감싸 준 사람이다. 춘자와 장도리뿐만 아니라 해녀와 해녀 가족까지 아우르는 리더다. 엄마는 안 계시고 아버지는 선장이고 집안일도 책임졌을 거다. 그런 사람이 일심동체로 생각했던 사람에게 배신 당했다. 억장이 무너지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깊이 생각하면서 진숙을 연기했다."

- 수중 촬영보다 진숙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가 더 어려웠다던데, 그때마다 류승완 감독에게 SOS를 청하면 정확한 답이 이어졌다고?
"전반적으로 팀워크가 너무 좋았다. 현장에서 경험치를 많이 쌓았다. 내 촬영이 끝나도 더 남아서 수다 떨고 싶었다 10분이라도 더 이야기하고 싶어서 집에 안 갔던 게 기억난다. 다들 즐겁게 촬영했다. 감독님은 배우에게 '이렇게 해라'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 다만 내가 헷갈려서 이런저런 질문을 하면 해답을 주었다. 특히 춘자랑 오해와 갈등이 풀리는 장면을 나, 혜수 언니, 감독님이 머리 맞대고 공들여 찍었다. 아마 직접 대본을 쓰는 분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배우가 전적으로 연기만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 유독 멀티캐스팅 영화에 자주 참여했다. <밀수>가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과 비슷한 느낌이란 말도 돈다. 두 감독 작품에 모두 출연했는데 어땠나?
"차이점은 모르겠고 공통점은 두 분 다 천부적인 이야기꾼이다. 직접 대본을 쓰기 때문에 배우가 질문하며 답이 정해져 있다. 그 답을 제대로 소화하는 건 순전히 내 몫이다. 배우로서 연기하기 편하고 영화를 잘 만드는 분이기에 무조건 믿고 가는 거다."

- 특히 수제 식혜 장인으로 소문났다. 조인성이 중독적인 맛이라고 표현하더라. 식혜를 만들어 동료나 스태프들에게 주는 게 하나의 미담이 되었다.
"다들 맛있다는 칭찬이 나를 춤추게 한다. <스카이 캐슬> 때 고등학생이던 팬이 먹고 싶다고 해서 만들어 주기도 했다. <밀수> 팀에게는 다 돌렸다. 더 큰 밥통이 있으면 자주 만들 수 있는데 하필 10인분 밥통이라 하루에 한정된 양만 나온다. 밥통을 더 큰 것으로 바꾸자니.. (웃음) 각자 2리터 페트병으로 3통씩 준다. 1병은 아쉽고 3병은 줘야 한다. 요즘은 날씨가 더워서 2병씩만.(웃음)"
  
 영화 <밀수> 염정아
ⓒ 아티스트 컴퍼니
 
- 1991년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으로 연기 데뷔했다. 앞서 미스코리아로 얼굴을 알린 것까지 더해 30년 넘는 연기 경력의 소유자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맡고 싶을까.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본 지 오래다. 나이 먹으면서 할 수 있는 역할, 안 해본 역할을 계속 맡을 것 같다. 내가 원래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웃음) 계획적인 건 아니지만 닥치는 일에 잘 대처하고 소화할 줄 안다. 겉으로 보면 대충 하는 것처럼 보여도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

염정아란 배우는 도전하는 모습이 선배에게는 영감이, 후배에게는 귀감이 되어준다. 나이 들어서도 계속 일을 하고 싶고 좋은 작품을 만나면 무조건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염정아는 매번 "어떻게.. 어떻게" 엄살 부리면서도 할 건 다 하는 똑 부러지는 배우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니까 욕심도 부린다며 한계 없는 배우를 인증했다. 어쩌면 역할 도장 깨기 도전하는 사람처럼 종국에는 못하는 게 없는 배우가 될 것 같다. 인터뷰 내내 해녀들을 챙기고 춘자와 우정을 나누는 진숙의 모습이 언뜻 보였다.

마지막으로 <밀수>를 소개해 달라고 하자 "매력적인 캐릭터가 잘 어우러져 표현된 영화이자 류승완 표 액션이 멋진 영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밀수 재미있다", "염정아 잘했다"라는 말을 관객에게 꼭 듣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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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장혜령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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