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우유 1L 3000원 소식에…소비자들은 대체유·멸균우유 ‘눈길’
오는 10월부터 흰우유와 발효유 등 신선 유제품에 사용되는 원유(原乳)의 기본가격이 L당 88원 오른다. 치즈와 연유, 분유 등 가공 유제품에 사용되는 원유 가격은 87원 오른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구매하는 1L들이 흰우유 제품 가격은 3000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로 구성된 낙농진흥회가 전날 열린 원유 기본가격 조정 협상 소위원회 11차 회의에서 이 같은 인상안에 합의함에 따라 곧 소비자에게 판매될 소매 우유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인상 폭은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 도입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라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 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원윳값 인상 시점을 오는 10월로 당초 예정됐던 8월에서 두 달 늦추기로 해 우유 생산 업체들에는 가격을 결정하기까지 여유가 있다.
10월부터 ‘밀크플레이션’ 재현 우려도
지난해의 경우 원윳값이 L당 49원 오르자 유업체들은 흰 우유 제품가를 10% 정도 올렸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의 흰 우유(1L)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 2800원대로 올랐고, 매일유업의 900mL짜리 흰우유 가격은 2610→2860원으로 9.6% 인상됐다.
올해도 사료 비용 등 낙농가의 생산비 상승에 따라 올해 원윳값 인상은 예정돼 있었다. 음용유용 원유 가격은 L당 69∼104원 범위에서 가격 인상 폭을 결정하기로 했고 가공유용 원유 가격의 협상 범위는 87∼130원이었다. 낙농가와 유업계는 수입산 유제품과의 가격 경쟁을 위해 가공유용 원유 가격은 협상 최저 수준으로 결정했다. 낙농진흥회는 내달 10일 이사회를 열어 이날 소위원회 합의 사항을 최종적으로 확정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식물성 우유나 수입산 멸균 우유가 대체제로 주목 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식물성 우유 시장 규모는 2018년 5221억원에서 지난해 6469억원으로 최근 4년 새 23.9% 성장했다. 반면 국내 우유 시장 규모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7% 성장하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대체유 시장이 성장하면서 밀크플레이션 현상도 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매일유업은 2015년부터 식물성 대체 우유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미국 블루다이아몬드의 ‘아몬드브리즈’를 국내에 처음 들여오면서 대체 우유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했다. 2021년에는 식물성 음료 브랜드 ‘어메이징 오트’를 만들어 직접 제조와 판매까지 나섰다. 2018년부터 시작한 단백질 강화 영양식 브랜드 ‘셀렉스’의 누적 매출은 지난해 3000억원을 돌파할 정도다. 남양도 지난해 식물성 음료 ‘아몬드데이’를, CJ제일제당은 식물성 대체유 전문 브랜드 ‘얼티브’를 선보였다.
멸균 수입 우유, 국내산 흰 우유 반값 수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산 멸균 우유를 찾는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멸균 우유 수입액은 2021년 2만3199t에서 지난해 3만1386t으로 35.3% 증가했다. 믈레코비타와 같은 폴란드산 우유의 경우 온라인 쇼핑몰에서 1L 12팩에 1만9800원에 팔리고 있다. L당 1650원으로 국산 흰 우유의 반값 수준이다.
우유 수입사 더퍼스트앤코의 김재호 대표는 “방목한 소에서 나온 제품이라 우유 특유의 맛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소규모 카페 자영업자 구매가 늘었다”고 전했다. 통상 10일 정도인 냉장 우유에 비해 유통기한이 1년으로 길고, 상온 보관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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