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소비·투자 ‘트리플 증가’…5년4개월 만에 두달 연속 청신호
오랫동안 침체한 경제 지표가 한 번쯤 반등했을 땐 ‘반짝’이란 수식어를 붙인다. 하지만 모처럼 반등이 이어진다면 경기가 회복 추세로 접어들었는지 따져봐야 한다. 한국 경제 ‘대들보’ 역할을 하는 반도체 산업이 ‘저점’을 지나고 있다는 신호까지 동시에 켜졌다면 더욱 그렇다. 지금이 딱 그런 시점이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23년 6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대한민국이란 공장을 돌리는 3대 축인 생산·소비·투자가 전달보다 모두 늘었다. 5월부터 두 달째 ‘트리플 증가’ 현상을 이어갔다. 잠깐 반등한 적은 있지만, 두 달 연속 트리플 증가세가 이어진 건 2018년 1~2월 이후 5년4개월만에 처음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에 이어 생산·소비ㆍ투자가 2개월 연속 증가하며 2분기 국내총생산(GDP) 회복 흐름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한국 경제가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까지 부진하다가 하반기부터 살아나는 것)’로 향하는 중간 터널을 지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기재부가 지난 14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7월호’에서 “수출 부진 완화, 완만한 내수·경제 심리 개선세, 견조한 고용 등으로 하방 위험이 완화하고 있다”고 진단한 것과 맞물려서다.
구체적으로 6월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가 111.1(2020년=100)을 기록했다. 전달보다 0.1% 올랐다. 올 2~3월 각각 1.1% 늘었던 산업 생산은 4월(-1.3%) 줄었다가 한 달 만인 지난 5월(1.3%)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5월 증가 폭은 지난해 3월(1.9%) 이후 14개월 만에 최대치다. 지난달에 소폭(0.1%)이지만 긍정적 흐름을 이어간 셈이다. 광공업(-1%)·제조업(-1.1%)은 줄었지만, 서비스업(0.5%) 생산이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
생산 증가는 6월 반도체 수출(89억 달러)이 연중 최대 규모를 기록한 영향이 컸다. 덕분에 반도체 재고가 12.3% 줄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비교 시점인) 5월에 3% 늘어난 기저효과(base effect·기준 시점과 비교 시점의 상대적인 수치에 따라 결과에 큰 차이가 나타나는 현상)로 제조업 생산이 감소했지만, 수출이 두 달 연속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재고가 감소하는 등 부진이 완화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 연속 감소한 반도체가 올해 2분기 들어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수출·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경제 ‘버팀목’ 역할을 한 소비도 전달보다 1.0% 늘었다. 올해 2월 이후 4개월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의복 등 준내구재(-0.1%),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0.3%) 감소에도 불구하고 승용차 등 내구재(4.7%) 소비가 많이 늘어난 덕분이다.
설비 투자는 전달보다 0.2% 늘었다. 석 달째 증가세다. 다만 증가 폭은 5월(3.5%)보다 둔화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건설업체의 실제 시공 실적을 금액으로 나타낸 건설기성(-2.5%)이나 기계류(-0.2%) 투자가 줄었지만, 승용차 등 운송장비(1.6%) 등에서 늘었다.
다만 경제 심리는 여전히 차갑다. 현재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향후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0.3포인트 올랐다. 두 달 연속 상승세라 ‘상저하고’ 기대감을 살렸다.
일각에선 ‘트리플 증가’ 폭이 크지 않아 본격적인 경기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 해석하기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하반기 반도체 수출 회복의 관건인 중국 경제 반등이 불투명하고, 고금리에 짓눌린 가계부채 때문에 내수 회복도 쉽지 않은 만큼 경기가 ‘상저하중’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 수출·소비·투자 개선 흐름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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