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과는 악수 못 해" 우크라 펜싱 선수 실격
'스포츠맨 답지 못하다' 우크라 선수 실격
"그들과 절대 악수하지 않을 것" 심경 밝혀
2023 펜싱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우크라이나 선수가 러시아 선수와의 경기 후 악수를 거부해 실격되는 일이 발생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사브르 64강전에서 우크라이나의 올하 하를란과 러시아 출신 선수 안나 스미르노바가 대결을 펼쳤지만, 경기가 끝나고 우크라이나 선수가 러시아 선수의 악수를 거부해 실격 처리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러시아의 침공을 도운 벨라루스 선수들은 각종 국제 스포츠 대회 참가 금지 등 제재를 받았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해 들어 국적으로 선수를 차별하는 건 올림픽 취지에 어긋난다며 이들 국가 선수들에게 2024 파리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국가 대표 자격이 아닌 중립국 소속의 개인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국제펜싱연맹(FIE)은 5월 러시아 출신 선수 17명에게 이 자격을 부여했고, 6월 유럽선수권대회와 이번 세계선수권 대회 등에 러시아 출신의 중립국 소속 개인 자격 선수들이 출전했다.
이날 경기에선 하를란이 스미르노바를 상대로 15-7이라는 결과를 내며 압승했다.
이후 경기를 마친 두 선수가 마주 선 뒤 스미르노바가 하를란 쪽으로 다가가 악수하려 했다. 하지만 하를란은 자신의 검을 내민 채 거리를 뒀고, 끝내 악수를 하지 않은 채 피스트(펜싱 코트)를 벗어났다.
스미르노바는 피스트에 의자를 놓고 50분간이나 앉아있으며 항의의 뜻을 표현했다. FIE 경기 규정엔 경기 결과가 나온 뒤 두 선수가 악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이 때문에 하를란은 '스포츠맨답지 못한 행동'을 이유로 실격했다.
하를란은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에서만 4차례 우승을 차지했고,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여자 사브르 단체전 우승에 힘을 보탠 우크라이나 펜싱의 간판으로 불렸다. 이에 그의 실격은 팬들에게 더 큰 충격을 안겼다.
하를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상을 올리며 "오늘은 무척 힘들면서도 중요한 날이었다"며 "오늘 일어난 일은 많은 의문을 갖게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 선수와 악수하고 싶지 않았고, 그 마음대로 행동했다"며 "그들이 저를 실격시키려 한다고 들었을 땐 비명을 지를 정도로 너무 고통스러웠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이 세상의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는 정상적인 세상이라면 세상이 변하는 만큼 규칙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하를란은 인터뷰에서도 에마누엘 카치아다키스(그리스) FIE 회장이 악수 대신 검을 터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우리는 절대 그들과 악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SNS에 "하를란은 공정하게 경쟁해 승리했고 위엄을 보여줬다"며 "FIE가 그의 권리를 회복하고, 계속 경기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전했다.
스미르노바를 향해선 "공정한 경쟁에서 패했고, '악수 쇼'로 더티 플레이를 했다"며 "이것이 바로 러시아 군대가 전장에서 행동하는 방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미 우크라이나 선수와 러시아 출신 선수가 스포츠 경기에서 맞붙는 일은 많아졌다. 여자 프로 테니스에선 우크라이나 선수가 러시아·벨라루스 선수들과 대결하는 일이 많았고,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이들 국가 선수와 경기를 마치고 악수하지 않는 것도 일상이 됐다.
한편 지난 5월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열린 유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이 허용되자 우크라이나가 기권하는 일도 있었다.
이에 2019년 유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48kg급 챔피언이자 2020도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우크라이나 유도 선수 다리아 빌로디드는 자신의 SNS에 "매일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죽이는 테러 국가의 군인들이 국제 대회에 참가하도록 허용하는 걸 용납할 수 없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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