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내밀어도 손 못내민다...'이기고 실격' 우크라 女스타 뭔일
펜싱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크라이나 선수가 전쟁 중인 러시아 선수와의 악수를 거부했다가 실격되는 일이 발생했다.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23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사브르 64강전에선 우크라이나의 올하 하를란과 러시아 출신 선수인 안나 스미르노바가 만났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각종 국제스포츠대회 참가 금지 등 제재를 받은 상태라 스미르노바는 중립국 소속의 개인 자격으로 출전했다.
앞서 국제펜싱연맹(FIE)은 지난 5월 러시아 출신 선수 17명에게 이 자격을 부여했고, 6월 유럽선수권대회와 이번 대회 등에 러시아 출신의 중립국 개인 자격 선수가 참가했다.
이날 경기에선 하를란이 스미르노바를 15-7로 제압했는데, 이후 선수들 사이 인사하는 상황에서 문제가 생겼다.
경기를 마친 두 선수가 마주 선 뒤 스미르노바가 하를란 쪽으로 다가가 악수하려 했으나, 하를란은 자신의 검을 내민 채 거리를 뒀고 끝내 악수를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벗어났다.
스미르노바는 피스트(경기장)에 의자를 놓고 50분가량 앉아 있으면서 항의의 뜻을 표했고, 하를란은 스포츠맨답지 못한 행동을 이유로 실격됐다.
FIE 경기 규정엔 경기 결과가 나온 뒤 두 선수가 악수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실격된 하를란은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에서만 4차례 우승을 차지했고, 2008 베이징 올림픽 땐 우크라이나의 여자 사브르 단체전 우승에 힘을 보탠 우크라이나 펜싱의 간판이다.
하를란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서 "오늘은 무척 힘들면서도 중요한 날이었다. 오늘 일어난 일은 많은 의문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선수와 악수하고 싶지 않았고, 그 마음대로 행동했다"며 "그들이 나를 실격시키려 한다고 들었을 땐 비명을 지를 정도로 고통스러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세상의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는 정상적인 세상이라면 세상이 변하는 만큼 규칙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를란은 AFP 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에마누엘 카치아다키스(그리스) FIE 회장이 악수 대신 검을 터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확언했다고도 주장하며 "우리는 절대 그들과 악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FIE가 그의 권리를 회복하고, 계속 경기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스미르노바를 향해선 "공정한 경쟁에서 패했고, '악수 쇼'로 더티 플레이를 했다. 이것이 바로 러시아 군대가 전장에서 행동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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