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어때]그래서 그때 그랬던 거구나…상대방을 이해하게 됐다
해고된 이후 오히려 기업 돌며 소통 강연
"근원은 신경 지문 차이"
"각 유형 이해할 때 생산성 향상"
한 다국적 제약 회사가 신약 출시를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신약은 화학요법만큼이나 항암효과가 크지만 부작용은 훨씬 적었다. 탈모나 구토, 빈혈도 없었고, 시간마다 정맥주사를 맞을 필요도 없었다. 당연히 화학요법보다 인기가 많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출시 전 진행한 마케팅 테스트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참여자들 대다수가 알약 대신 화학요법을 선택한 것이다.
당시 설문지를 통해 원인을 파악해보자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이 책의 저자 생각은 달랐다. 의사결정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며,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 이유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모른다고 간주했다. 동료들의 반대에도 역할극을 통해 자각하지 못하는 이유를 발견해야 한다고 고집했고, 결국 이를 통해 "사람들이 약에 효과가 있다고 믿기 위해 고통을 느끼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제약회사는 알약의 크기를 키워 불편함을 높이고 부작용을 과장했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성공 주역인 저자에게 돌아온 건 포상이 아닌 해고 처분이었다. 업무 진행 방식에 관한 팀원들의 문제 제기에 따른 결과였다. 당시 해고를 통보하던 상사는 이렇게 말했다. "자네는 소통하는 법을 잘 모르는 것 같아."
소통 능력 부족을 이유로 해고된 저자는 이후 신경과학자이자 작가로 포춘 500대 기업을 돌며 소통 강연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를 두고 저자는 객관적 능력 부족보다는 사람들 간의 ‘신경 지문’ 차이라고 설명한다. 에스트로겐 유형의 인물은 자유로운 연상으로 참신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유리하지만, 수평적 사고가인 테스토스테론 유형이 주도권을 쥔 조직에서는 ‘비논리형 인물’로 간주돼 능력을 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네 가지 신경 지문을 이해할 때 조직의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한다.
자기공명영상을 통해 하는 성격 테스트인 ‘뉴로컬러 성격 검사’에 따르면 신경 지문은 크게 도파민, 세로토닌, 에스트로겐, 테스토스테론 유형으로 나뉜다.
먼저 도파민 유형은 언제나 자극과 새로움에 목말라 있다. 에너지와 호기심이 넘치고 창의적이며 충동적이다. 변화나 조직 개편, 근무지 변경에 잘 대처한다. 일터에 유머와 재미를 더하고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한다. 저자는 일터를 즐겁게 만들어 팀의 분위기와 성과를 끌어올릴 유형이라며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인재라고 설명했다. 다만 신중하지 못하거나 중독에 취약하고, 통계적으로 이혼 빈도가 높은 건 단점으로 지목된다.
테스토스테론은 가장 흔한 리더 유형이다. 경쟁을 즐기고 독립성이 강하다. 단도직입적이며 일을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 결단력이 강하고 좀처럼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다. 여성도 권력을 행사할 때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아지며, 폐경기 여성이 테스토스테론 영향으로 자신감이 더 높아지고 대담해진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타적인 면모도 있는데 저자는 배우 앤젤리나 졸리를 예로 든다. 졸리는 개인 제트기를 직접 운전하기를 즐기고, 위험한 연기도 대역 없이 직접 연기하며, 다양한 국가 출신의 자녀들을 입양해 키우고 있다.
세로토닌 유형은 성실하고 양심적이다. 의무, 체면, 전통, 도덕을 중시한다. 권위를 존중하고 규칙을 잘 지키며 사회적 통념과 관념을 고수한다. 사회적 지위나 타인의 평가를 중시하기 때문에, 늘 어딘가에 소속되기 원하며 높은 위치에 오르려 한다. 관계, 신뢰, 공동체 구축에 탁월하며 웬만한 일에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다만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타인의 평가를 염려하며 초조해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팀 내 관계를 구축하거나 분쟁을 조정하는 일에 능하다"며 "‘큰 그림’에만 집중하는 도파민이나 테스토스테론 리더들을 균형 있게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에스트로겐 유형은 매우 직관적이다. 직감이 발달해 이른바 ‘촉’이 좋다. 타인에게 쉽게 공감하고 유대 형성을 즐긴다. 테스토스테론의 이타심이 불길에 뛰어드는 것이라면 에스트로겐은 자선 활동을 벌이는 쪽에 가깝다. 다만 ‘큰 그림’에 집중해 세부사항을 놓치기 쉽고, 부정적 정서를 곱씹으며 우울과 불안에 빠지기 쉽다.
저자는 ‘뉴로컬러 성격 검사’를 MBTI보다 훨씬 과학적인 분류법으로 소개한다. 그러면서 "신경 지문을 이해하면 고객이나 팀원들을 더 존중할 수 있으며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 때 생기는 긴장이나 답답함을 완화할 수 있다"며 "이 지식은 개인 관계에서도 매우 유용하다"고 설명한다.
이 외에도 스트레스 포인트, 외향형과 내향형 등에 관한 흥미로운 이론을 소개한다.
일터로 간 뇌과학 | 프레데리케 파브리티우스 지음 | 한빛비즈 | 400쪽 | 2만2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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