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컬처]저의 몸값은 얼마인가요

2023. 7. 2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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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모 방송인이 최근에는 중고등학교에 강연을 다닌다며 그 강연료를 밝힌 일이 있다.

소소한 일상을 살고 있음을 굳이 강조하려 했던 것 같지만, 그에 따르면 무료에 가까운 강연이며 18만원에서 22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했다.

그가 1500만원 안팎의 강연비를 받는다고 알려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였다.

90분 내외, 일반 1~2급을 기준으로 하면 강연비는 최초 60분은 12만원, 그 이후 60분은 6만원, 하는 식으로 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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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강연갈때 고려되는 교통비
지방강연 땐 먼저 챙기는 교사들
수도권선 당연한 듯 말없는 관례

언젠가 모 방송인이 최근에는 중고등학교에 강연을 다닌다며 그 강연료를 밝힌 일이 있다. 소소한 일상을 살고 있음을 굳이 강조하려 했던 것 같지만, 그에 따르면 무료에 가까운 강연이며 18만원에서 22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했다. 그가 1500만원 안팎의 강연비를 받는다고 알려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였다. 그 숫자의 차이가 너무나 크지만 어느 쪽도 틀리지 않은 것을 나는 안다. 말을 하는 가격이라는 건 그때그때 달라서 18만원부터 1500만원까지, 아니 그 이하나 이상으로도 돼 있으니까. 외국의 저명한 학자가 자신의 나라에서 한국의 콘퍼런스홀로 자신의 홀로그램 영상을 쏴서 특강하는 비용이 2억원쯤 된다고 들은 일이 있다. 직접 오는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의 형상을 옮겨오는 것만으로도 그렇다면 그가 직접 한국으로 온다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할 것인가. 세상의 일이란 건 참 알 수 없는 것 투성이다.

사실 그 방송인의 계산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90분 내외, 일반 1~2급을 기준으로 하면 강연비는 최초 60분은 12만원, 그 이후 60분은 6만원, 하는 식으로 산정될 것이다. 거기에 원고료가 10만원, 자신의 주소지와 학교의 거리에 따른 KTX 왕복비용을 계산하면 대략 또 얼마, 하여 30만원 내외가 되기는 할 것이다.

나는 한 달에 30~40여 개의 강연을 다닌다. 중고등학교 강연이 절반 정도 된다. 학교마다 나의 값을 매기는 가격이 다르다. 가장 적게 받아보기로는 2시간 기준으로 23만원이었고 많이 받아보기로는 80만원 정도였다. 어차피 담당교사가 품의를 올리고 누군가가 결재하고 행정실에서 집행하는 것이니까 그런가 보다, 할 뿐이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신경 쓰이는 품목이 생겼다. ‘교통비’ 명목이다. 지방의 학교에 강연을 가면 가장 먼저 묻는 것 중 하나가 어디에서 왔는지, 하는 것이다. 전라도 목포의 학교에 갔다면 서울-목포 KTX 요금이 교통비의 기준이 된다. 강연료에 12만원 정도가 더해진다. 전남 지역 학교의 어느 선생님이 어떻게 오셨느냐고 걱정스레 물어서 공유 차를 렌트해서 왔다고 했더니 그 비용도 처리해 주겠다고 달라고 하신 일이 있다. 다음날 렌트비는 처리가 안 된대요, 라며 전화가 오긴 했지만, 나는 이미 그에게 행정실에서 반려될 것 같은데 괜찮아요, 하고 말씀드려뒀다.

그런데 수도권 학교에 강의하러 가면 교통비에 대해선 아예 명목이 없는 일이 많다. 당연히 서울에 살겠지, 하는 마음인 듯하다. 나는 강릉에 산다. 이주한 지 2년 정도 됐다. 그래서 담당 선생님께 교통비에 대해 물었더니 지금까지 어떤 작가에게도 교통비를 지급한 일이 없다면서, 서울에 사시는 거 아니었느냐고 되물었다. 아뇨 선생님, 강사카드에도 썼지만 저는 강릉에 살고 강릉에도 사람이 삽니다.

왜 외부인을 초빙할 때 지방의 교사들은 "학교가 외진 데 있어 죄송합니다"라며 교통비부터 챙기고 수도권의 교사들은 "서울에서 오시는 거 아닙니까?"라고 하는가. 어차피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살 테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으나, 대관령 너머에 사는 사람으로서 그 말들이 왠지 슬프다. 그래서 요즘은 수도권에 강연하러 갈 때면 먼저 묻는다. 강릉에서 가는데 교통비는 혹시 주시나요, 하고. 강연비는 18만원이든 80만원이든 괜찮은데 누군가에겐 중요하고 누군가에겐 당연한 그 비용이 왠지 얄미워 그렇게 한다. 나도 서울에 살 때는 모르던 마음들이다.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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