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 곡소리' 노도강의 반전? 석달 새 1억 뛴 이 아파트
“아파트 층·향·동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조금씩 오른 값에 거래가 이뤄집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가 전한 매매 시장 분위기다. 한때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투자한 사람)의 성지’로 불렸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의 집값이 모처럼 꿈틀대고 있다. 직전 거래보다 가격이 오른 단지가 늘고, 거래도 증가세다.
2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24일 기준) 도봉구 아파트값은 한 주 새 0.03% 올랐다. 지난해 1월 17일 이후 1년 6개월 만의 반등이다. 강북(0.08%)·노원구(0.02%)는 전주에 이어 2주 연속 상승했다. 올해 초 강남권에서 시작된 집값 반등세가 노·도·강까지 확산하고 있다.
노·도·강은 2021년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뛴 지역이다. ‘지금 아니면 집 못 산다’는 20·30세대의 패닉 바잉(공황 구매) 현상이 집중된 결과였다. 하지만 이듬해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2021년 서울 연간 상승률(11.91%) 1위였던 노원구는 지난해 13% 떨어지며 하락률 1위 지역이 됐다. 2년 새 집값이 롤러코스터를 탄 셈이다. 고금리 여파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일부 젊은 층이 매물을 급매로 던지면서 집값도 급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랬던 노·도·강 집값이 최근 반등 조짐을 보인다. 도봉구 도봉동 ‘도봉한신’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1월 4억5500만원에 팔렸지만, 이달 중순엔 5억7300만원에 거래됐다. 강북구 미아동 ‘두산위브트레지움’ 전용 84㎡도 최근 8억3000만원에 거래돼, 지난 4월(7억원 전후)보다 1억원 이상 올랐다.
거래량도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지난달 노원구 아파트 매매 거래는 272건으로 집계됐다. 1년 전(73건)과 비교하면 세 배가 넘는 수치다. 같은 기간 강북구(127건)와 도봉구(110건)도 각각 7배, 4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3830가구의 대단지인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는 올해 들어서만 70건이 팔렸다. 지난해 연간 거래량(35건)의 두 배다. 매수 심리도 살아나고 있다. 노·도·강이 포함된 서울 동북권의 이번 주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8.5로, 지난해 말(62.3)보다 26포인트 올랐다.
다만 ‘노·도·강’ 집값 반등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파트 거래가격이 아직 상승·하락으로 뒤섞여 있어서다. 같은 단지에서도 이런 사례가 발생한다. 예컨대 강북구 미아동 ‘벽산라이브파크’ 전용 114㎡는 최근 7억3000만원에 팔려 연초보다 7000만원 올랐지만, 이 단지 84㎡는 지난 4월 거래가(7억1000만원)보다 낮은 5억9500만원에 최근 거래됐다.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난해 집값 낙폭이 컸던 데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등이 맞물리며 노·도·강 아파트값이 반등했다”며 “하지만 금리 수준이 여전히 높고 역전세난 같은 변수가 있어 집값이 강하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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