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도 한국전 정전 70주년 행사…"평화는 힘을 통해 달성"
"정전협정이 체결될 당시의 한국을 떠올리면 오늘날 한국은 완전히 기적이다. 자유와 민주주의의 빛나는 등대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에서 열린 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마이클 갤러거 하원의원(공화·위스콘신)은 "한국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행사엔 참전용사와 유가족, 한미 참전단체, 유엔 참전국 대표 등 300여명이 자리했다. 낮 한때 37도가 넘으며 폭염주의보까지 내렸지만, 대부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미국 측에서는 제이미 곤살레스 국방부 실종자확인국(DPAA) 참모장을 비롯,세스 베일리 국무부 부차관보 대행,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 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조현동 주미대사는 기념사에서 "정전 후 70년이지만 북한의 적화통일 야망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북한은 지금 이 순간에도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면서 긴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미 상원의 지한파 의원 모임인 코리아코커스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존 오소프 의원(민주·조지아)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정 문제로 불참했고, 대신 예정에 없었던 하원 미·중 전략 경쟁 특별위원장 마이크 갤러거 의원(공화·위스콘신)이 자리했다.
해병대 장교 출신인 갤러거 의원은 한국전쟁을 두고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잊혀 왔다"면서 이날 기념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전협정이 체결됐던 1953년 당시 한국이 얼마나 황폐해졌는지를 떠올리면 (오늘날) 한국은 완전히 기적"이라면서 "전체주의·공산주의에 비해 자유 민주주의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가 바로 한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을 두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커지는 전체주의 위협의 그림자 속에 있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빛나는 등대"라고 했다. 또 "억제가 실패했을 때 엄청난 대가를 치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한국전쟁"이라면서 "평화는 힘을 통해 가장 잘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념식에 이어 연방 하원 레이번 빌딩에선 기념 리셉션이 열렸다. 한국계 하원 의원 4명과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미주한인위원회(CKA), 한미경제연구소(KEI)가 공동으로 준비한 자리였다.
행사에는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로버트 세네월드 전 한미 연합사령관의 손자·손녀가 참석, 조 대사로부터 평화의 사도 메달을 전달받았다. 지난 4월 한미정상회담 때 백악관에서 공연한 뉴저지 한국학교의 어린이 합창단이 아리랑을 불렀고, 오후 7시 27분에는 7·27 정전협정일을 기리며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전기 촛불을 점등했다.
뉴저지가 지역구인 앤디 김 의원(민주)은 "미국인들이 자신의 미래뿐 아니라, 우리 부모·조부모의 미래를 위해 한국으로 싸우러 간 순간, 양국은 불가분의 관계가 맺어졌다"며 "정말 대단한 스토리다"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의 영 김 의원(공화)은 북핵 위협을 거론하며 "비무장지대(DMZ) 북쪽에서 이뤄지는 잔혹 행위를 더 잘 지켜봐야 한다"면서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영국 런던에서도 정전 7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영국 재향군인회 주최로 도심의 호스가즈 퍼레이드에서 열린 행사에 900여 명이 참석했다. 버킹엄궁과 정부 청사 사이에 있는 호스가즈 퍼레이드는국왕 생일이나 국빈 방문 때 군기 분열식을 하는 곳이다.
영국 측에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사촌인 글로스터 공작, 애나벨 골디 국방부 부장관, 토니 라다킨 합참의장 등이 참석했다. 한국전 참전용사 150명과 후손 50명도 초청받았다.
글로스터 공작은 연설에서 "한국전쟁은 매우 끔찍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점을 알려주자"고 말했다. 또 "지금 한국 국민은 민주적인 자유와 세계적인 성공을 누리고 있다"며 "평화 통일이 이뤄지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독교 기도, 그런 게 아니다" 강원용 목사가 호통친 기도 | 중앙일보
- "악마도 울고 갈 듯"…신림역 추모공간에 등장한 '성금함' 정체 | 중앙일보
- 친동생 성폭행 후 살해한 오빠…페북에 추모글까지 올렸다 | 중앙일보
- 매일 물 4ℓ 마셨더니…챌린지 도전 여성, 2주만에 닥친 일 | 중앙일보
- 지중해 13개국가, 횃불처럼 번진 산불…'50도 육박' 재앙 닥쳤다 | 중앙일보
- 아모레퍼시픽가 장녀 서민정, 돌연 휴직계 냈다…사유는 | 중앙일보
- '국민→시민' 단어만 바꿔 또...국회 입법왕들의 황당 법안들 [2만건 쏟아진 의원입법] | 중앙일보
- 근무 중 사복 입고 카페 간 경찰…"저기요" 한 여성 불러 세운 까닭 | 중앙일보
- "10초만에 韓에 매료"…獨대사가 털어놓은 '서울역과 돋보기' [시크릿 대사관] | 중앙일보
- 잘못 보관 땐 독 되는 감자…사과 같이 넣으니 생긴 놀라운 일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