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승절 축전 보낸 푸틴…美 "러 장관 방북, 안보에 해롭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70주년 전승절(한국의 6·25전쟁 정전협정 기념일)을 맞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전승절을 축하하고 서방에 맞서는 연대를 강조했다. 같은 날 미국 국무부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이번 방북과 관련 "국제 평화와 안보에 해롭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타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축전에서 "우크라이나에서의 '특별군사작전'에 대한 북한의 강력한 지지와 주요 국제 문제에 대한 러시아와의 연대는 서방에 맞서는 공동의 결의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6·25전쟁 당시 옛 소련군이 적의 패배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며 "이런 전우애의 역사적 경험이 양국의 정치, 경제, 안보 관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오늘날의 위협과 도전에 직면해 우호, 상호 지원의 영광스러운 전통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반면 미국 정부는 북한의 전승절에 축하 사절을 보낸 러시아와 중국을 비판했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추가 (대북) 조치를 막고, 북한이 무기들을 기념하는 행사(열병식)에 참여하고, 북한의 제재 회피 활동을 단속하지 않음으로써 불법 무기 프로그램을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은 러시아가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에 얼마나 해로운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 대표단의 이번 방북으로 북한 비핵화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27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70주년 열병식에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러시아 대표단과 함께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밝혔다. 중국은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한국의 국회부의장격)이 단장인 대표단을, 러시아는 쇼이구 국방장관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각각 파견했다.
파텔 수석부대변인은 "우리는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믿으며, 중국이 북한을 대화에 복귀시키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자제하도록 하는 데에 그 영향력을 사용하길 바란다"고도 했다.
파텔은 또 '김정은 위원장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에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무기를 설명한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우려하느냐'란 질문에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북한은 공개 성명이든, 이전에 말한 무기 이전을 통해서든 러시아의 잔인한 침략전쟁을 지지하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은 국제 문제에서 불안정을 초래하고 무책임한 북한의 역할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열병식에 앞서 지난 26일 김 위원장은 쇼이구 국방장관과 함께 ICBM 등이 있는 무기 전시회를 관람했다.
한편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군사용 기술을 제공하고 제재 회피를 도왔다는 내용의 미 정보당국의 보고서가 이날 공개됐다.
CNN에 따르면 기밀이 해제돼 미 하원 정보위가 공개한 미 국가정보국(ODNI)의 보고서는 "중국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수출 통제에도 군사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을 러시아군에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세관 기록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이에 따르면 중국 국영 방산업체들이 항법 장비, 전파방해 기술, 전투기 부품을 제재 대상인 러시아 정부 소유 방산업체에 납품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중국과 러시아가 중국 위안화로 결제되는 양국 무역의 비중을 늘리는 등 사실상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금융 제재를 회피하는 통로로 기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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