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 인재 결론 낸 국조실, 행복청장 해임 요청한다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지난 15일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 참사를 감찰한 국무조정실의 결론은 이 문장에 가깝다. 국조실은 극한 호우를 고려할지라도 ‘오송 참사’는 총체적 인재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렸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28일 오전 2주간 진행된 오송 참사 감찰 결과를 발표하며 “참사 관련 5개 기관 공직자 등 36명(미호천교 제방 공사현장 관계자 2명 포함)을 수사 의뢰하고, 63명에 대해 징계를 요청했다”며 “수사 의뢰와 별도로 정무직을 포함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고 관련 지휘 책임자에 대한 인사 조치를 인사권자에게 건의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조실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상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해임을 건의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대선 캠프 출신인 이 청장은 정치권 내에서 친윤계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복수의 국조실 고위 관계자는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경우 선출직으로 인사조치 요청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방 실장이 언급한 5개 기관은 오송참사 사후 및 사전 대응 책임이 있는 충북도청·청주시·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충북소방본부·충북경찰청이다. 국조실은 수사 의뢰 대상자와 징계 대상자가 중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참사와 관련한 100여명의 공직자가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국조실 관계자는 “단 한 개의 기관이라도 제 역할을 했다면 인명 피해를 막거나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중간 감찰 결과 발표에서 행복청 및 충북도청 관계자 18명을 수사 의뢰했던 국조실은 이날 수사 의뢰대상자를 18명 더 늘렸다. 충북소방본부와 청주시, 행복청 관계자와 참사 당일 112에 미호강 범람 우려를 신고했던 미호천교 임시제방 공사 현장감리단장 A씨 등 공사 현장 관계자 2명이 포함됐다. 국조실은 수사의뢰 대상자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와 직무유기 혐의 등을 적용했다.
최초 112 신고자로 알려진 A씨가 수사의뢰된 점에 대해 국조실 관계자는 “참사의 근본 원인은 미호천교 아래 기존 제방이 불법철거되고 이후 임시제방도 공사 계획과 달리 부실하게 시공돼 제방이 무너지며 미호강이 범람한 것”이라며 “전직 행복청 직원인 A씨는 감리단장으로서 불법과 부실 공사의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국조실은 이날 기관별 주요 적발 사항도 공개했다. 국조실은 “호우경보와 홍수경보가 발령된 비상 상황에서 신고 등 수많은 경고가 있었음에도, 여러 기관이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대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조실에 따르면 행복청은 미호천교 아래 기존 자연제방 불법 철거와 임시 제방 부실공사를 적확하게 감독하지 않았다. 충북도청은 참사 전 도로통제 요건이 충족됐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청주시는 비상 상황 전파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충북경찰청은 참사 전 112신고에도 현장으로 출동하지 않았으면서도 전산에는 출동한 것으로 입력한 사실이 드러났다. 충북소방본부는 119 신고에 따라 현장에 출동한 유일한 기관이었지만, 현장 요원의 상황보고에도 가용 인력 및 장비를 신속하게 투입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고 전날 미호천교 제방 붕괴 우려에 대한 119신고를 접수한 뒤 유관기관에 전파하지도 않았다.
방 실장은 감찰 결과 브리핑에서 “단체장이나 기관장 등 윗선에 대한 수사 의뢰나 지적이 없어 ‘잘라내기’처럼 보인다”는 질문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필요한 인사 조치를 인사권자에게 건의하겠다고 분명히 말씀 드렸다”고 말했다. 국조실 관계자는 “이 행복청장 해임 요청도 인사 건의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조실은 충북경찰청장의 경우 충북경찰청 관계자들이 이번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루되지 않아 흥덕경찰서장에 한해서 인사 조치를 건의키로 했다. 이외에도 임명직인 충북 행정부지사와 청주시 부시장에 대한 인사조치도 이뤄질 예정이다. 국조실은 감찰 결과와 별도로 범부처 재난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재난 대응체계의 전면 개편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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