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는 타자기]중동의 '와칸다'를 꿈꾸는 지도자, 빈살만 왕세자

이현우 2023. 7. 2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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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뉴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늘 상위권에 오르내리는 이름이 하나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이란 책은 이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해 속속들이 파헤친 책이다.

벤 허버드 뉴욕타임스(NYT) 이스탄불 지국장이 그가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된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여러 정보의 편린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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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뉴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늘 상위권에 오르내리는 이름이 하나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 겸 총리다. 그동안 사우디 지도자들은 보통 석유 등 국제 에너지 관련 뉴스에서만 간간이 이름이 올라왔지만, 그는 지금까지 그 어떤 사우디의 지도자들보다 전 세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이란 책은 이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해 속속들이 파헤친 책이다. 벤 허버드 뉴욕타임스(NYT) 이스탄불 지국장이 그가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된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여러 정보의 편린들을 소개한다.

그가 보여주는 빈 살만은 매우 복잡한 인물이다. 권좌에 오르기 위해 수많은 경쟁 왕자들을 제거하며 성장한 비정한 권력자이면서도 ‘네옴시티’로 상징되는 사우디의 미래 비전을 처음으로 이끌고 나온 개혁가이자 외세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뛰어난 외교가다. 저자는 이러한 사실에 어떠한 개인적 견해나 분석을 제시하지 않고 빈 살만의 여러 면모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부와 권력에 대한 집착이 남달랐던 빈 살만 왕세자의 성장과정을 그리면서 사우디 내부에 누적됐던 각종 문제들이 그를 비정한 권력자로 키워냈음을 보여준다. 석유라는 자원에 무한정 의존하는 경제와 중동 수니파 종주국이면서도 사방에 적을 두고 있던 외교적 고립 상황, 예멘 후티반군과의 전쟁에서 계속된 참패 등 사우디는 내우외환이 끊이질 않았다.

국가 내부 또한 표면상으로는 강력한 전제왕조가 군림하는 듯 보였지만, 실상 왕족들끼리 왕위계승권을 놓고 수없는 정치적 암투가 계속됐고, 개혁개방을 원하는 신진관료들과 이슬람 원리주의에 빠져 있는 정통 성직자 계급들 간의 세력 다툼이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였던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사건 이후 잔혹한 살인마로 서방세계에 인식된 빈 살만이 왜 그런 철권통치에 나서게 됐는지 저자는 사우디의 기존 난맥상을 세세히 풀어나가며 설명한다.

이런 지독한 독재자의 면모를 갖고 있는 빈 살만 왕세자의 국정 비전은 놀랍게도 상당히 개방적이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유학한 그는 능숙하게 영어를 사용하고 서방문화에 익숙하다. 이슬람 원리주의에 묶여 여성들이 혼자 쇼핑조차 할 수 없는 나라를 바꾸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홍해를 바라보고 있는 사막 한복판에 짓겠다는 초대형 미래 도시, 네옴시티는 단순히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경제구조 변혁을 넘어 정치인 빈 살만이 갖고 있는 다양한 미래 비전이 녹아들어 있다. 홍해를 바라보며 이집트, 요르단, 팔레스타인 등 중동 주요 분쟁지역을 앞에 둔 최첨단 도시를 통해 그는 중동 모든 사람들에게 총을 내려놓고 기회의 땅인 네옴시티로 오라고 손짓한다.

한정된 자원과 가난이 만든 분쟁의 고리를 끊고 막강한 자본과 기술의 힘으로 중동 전체를 사우디 왕조의 통치 아래 무릎 꿇게 하겠다는 것이 빈 살만의 담대한 구상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예전 사우디 지도자들처럼 전통적인 이슬람 수니파 왕조의 수장 정도가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 ‘블랙팬서’의 와칸다 왕국을 중동에 구현하는 것이라는 점을 서방세계가 절대 잊어선 안 된다고 저자는 충고한다.

상대적으로 베일에 쌓여 있는 빈 살만 왕세자의 면모를 볼 수 있는 일화들이나 그의 역점사업인 네옴시티 및 정책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벤 허버드 지음 |박인식 옮김 | 메디치미디어 | 448쪽 | 2만9000원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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