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 적자' K반도체, 재고 털고 미래 준비 방점

조인영 2023. 7. 2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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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사 재고 조정·반도체 가격 약세에 삼성·SK '최악 성적표'
범용 중심 감산은 지속…DDR5·HBM3 등 선단공정 비중은 늘려
AI향 수요 폭증 대비 메모리 투자…기술력 과시로 경쟁 우위 강조도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반도체 공장 내부. ⓒ뉴시스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가 상반기에만 15조원을 넘어서는 대규모 영업적자를 냈다. IT 관련 수요 저조로 제품 판매 감소·가격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었다.

양사 모두 레거시(범용) 위주로 메모리 생산을 조절 중이며,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이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수요가 뚜렷하게 늘고 있는 AI 서버향 첨단 제품을 적기 개발·생산해 업턴(상승 국면) 시 최대 수혜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흑자를 앞당기기 위해 이익 부진이 뚜렷한 저수익 제품 감산은 확대하는 한편,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비중은 늘리는 데 올 하반기 주력할 방침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고객사들의 수요가 '뚝' 떨어지면서 SK하이닉스는 작년 말부터, 삼성전자는 올해 초부터 DDR4 등 범용 제품 위주로 공급을 조절하며 수급 개선에 나섰지만 올 상반기 성적표는 처참했다.

삼성전자의 DS 부문 상반기 매출은 28조4600억원으로 전년 동기(55조3700억원)의 반토막(48%) 수준으로 떨어졌다. 메모리 판매가 줄고 가격 약세가 지속된 영향이다. 파운드리 역시 웨이퍼 투입 감소로 가동률이 떨어지며 직격탄을 맞았다. 이 기간 DS 부문 영업손실 규모는 8조9400억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도 부진한 것은 마찬가지다. 상반기 매출액은 12조3940억원으로 전년 동기(25조9670억원)과 비교해 52.3% 급감했다. 반도체 수요 위축, 계절적 비수기, 고객사 재고 조정 등이 맞물리며 판매 감소·수익 악화가 심화됐다. 이 기간 영업손실 규모는 6조2840억원이다.

메모리 반도체 수급 개선을 위해 양사는 하반기에도 감산을 지속하기로 했다. 최근 고객사들의 재고가 줄고 있고, 메모리 가격 하락폭도 둔화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나 그렇다고 반도체 업황이 확 바뀌었다고 볼 수도 없어 저수익 제품군을 위주로 감산폭을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양사는 특히 D램 보다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낸드 생산 조절을 가속화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경영설명회에서 "재고 정상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낸드 위주로 생산 하향 조정폭을 크게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역시 26일 실적발표회에서 낸드 감산 규모를 5~10% 추가로 늘린다고 언급했다. 이렇게 되면 감산 효과가 더욱 두드러져, 내년부터는 메모리 수급 개선 및 가격 정상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이천에 위치한 SK하이닉스 본사 전경.ⓒSK하이닉스

낸드와 달리, 뚜렷하게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D램은 HBM, DDR5 등 선단 공정 비중 확대로 수익 개선을 도모한다. 삼성전자는 서버향 판매 확대를 통해 2분기 D램이 비트 그로스(Bit Growth, 비트 단위로 환산한 D램 생산량 증가율) 가이던스를 웃돌았고, SK하이닉스도 2분기 D램 출하량이 1분기 보다 30% 중반 성장했다고 밝혔다.

특히 AI향 서버 시장 성장세가 연평균 30%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양사는 고용량·고성능 제품인 HBM3, DDR5, LPDDR5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DDR5 128GB 이상 고용량 서버 모듈과 HBM 매출이 지난해 보다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양사는 일제히 첨단 D램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만큼 고객사를 겨냥한 기술 경쟁력도 과시하고있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담당은 "고객 피드백을 보면 타임 투 마켓(빠른 시장 대응 능력) 관점, 제품 완성도, 양산 품질, 필드 품질을 종합해 당사가 가장 앞서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CFO는 "SK하이닉스의 1anm DDR5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16Gb, 24Gb, 128Gb 이상 고용량 모듈 등의 제품 인증이 완료돼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며 "HBM 제품은 세계 최초로 12단을 적층해 현존 최고 용량인 24Gb HBM3 제품까지 공급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역시 HBM 사업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HBM3에서 8단 16Gb, 12단 24Gb 제품을 주요 업체에 출하했으며, 다음 세대인 HBM3P 제품은 24Gb를 기반으로 하반기 출시하겠다고 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올해 작년의 2배 수준인 10억Gb 중반을 넘어서는 고객 수요를 이미 확보했다"고도 언급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현장 관련 이미지.ⓒSK하이닉스

AI 관련 차세대 메모리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도 이어간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만 연구개발(R&D)비 7조2000억원을 투입했으며 반도체 시설투자에도 13조5000억원을 집행했다. 인프라 및 R&D 뿐 아니라 패키징에 투자를 지속하고 GAA(Gate-All-Around) 공정 완성도 향상 등으로 중장기 경쟁력을 다져놓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19조원) 보다 50% 줄이는 투자 방침은 유지하되 고용량 DDR5, HBM3에 필요한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생산성 향상, 장비 납기 단축, 투자 절감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고부가 제품 위주의 수익성 전략에 업계는 D램부터 차례로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한다. 키움증권은 "3분기 D램은 출하량과 가격이 모두 상승하며 영업흑자로 전환하고 낸드는 출하량 증가가 가격 하락 영향을 상쇄하며 적자폭이 축소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유안타증권은 삼성전자의 D램 영업익(5410억원)이 4분기부터, SK하이닉스의 D램 영업익(720억원)은 3분기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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