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무공 유해 운구... 바다로 갔을까, 육지로 갔을까
[완도신문 정지승]
이순신의 삶 중에 7년 넘게 끌었던 임진왜란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끝났다. 그의 극적인 최후 때문에 자살 의도설이나 사망 위장 후 은둔설 등 여러 낭설이 퍼졌다.
이순신의 자살 의도설은 행장에 면주(免胄, 투구를 벗다)라는 표현 하나 때문에 일부러 갑옷을 벗고 전선에 나갔다는 추측이 난무했다.
<퇴마록>으로 판타지의 지평을 연 이우혁은 왜란종결자에서 이순신의 '사망 위장 후 은둔설'을 채택하면서 그것이 정당한 보답이라고 여겨 음모론자의 심정을 표현했다. 이순신의 자살설은 요즘 사람들뿐만 아니라 조선 후기 민중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져있었다.
이순신의 죽음을 두고 말이 많다 보니,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는 가리포 첨사 이영남이 전사하자 갑옷을 벗어 덮어주고 빨간 철릭만 입은 채 이순신이 직접 북을 두드리며 지휘를 하다가 적탄을 맞는 것으로 극을 설정했다. 뭔가 거림직한 느낌인이다. 담당 PD가 이순신의 자살설과 전사설을 놓고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해 절충한 것이라는 후문이다.
선조가 조선백성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던 이순신을 견제했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선조의 심리를 잘 보여주는 것은 정유재란 당시 이순신이 부산포로 출정하면서 선조의 뜻을 따르려는 의지를 보였지만, 선조가 모른척하고 이순신을 한양으로 잡아들인 것에 기인한다.
"한양으로 압송하기 전 만약 군사를 거느리고 적과 대치하고 있다면 잡아오기 온당하지 못할 것이니, 전투가 끝난 틈을 타서 잡아오라"고 명을 내렸다. 선조가 이렇게 한 근저에는 전쟁 영웅에 대한 피해망상과 자격지심이 극대화된 것이었다.
류성룡의 징비록에서 선조는 원균의 패전 이후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고 이순신을 다시 기용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것. 노량 해전이 7년 전쟁의 마지막 전투가 될 것을 이순신은 미리 짐작하고 자신에 대한 선조의 경계심을 의식해서 전쟁에 승리했어도 명을 어긴 반역자로 죽임을 당할 것으로 여겨 자살을 선택했다는 추측이다.
노량해전에서 이순신을 저격한 일본 조총수를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만약 이순신을 쏜 사람이 밝혀졌다면 일본에서는 적장을 죽인 영웅으로 칭송받았을 것인데, 이상하게도 그에 대한 기록이 없다. 조선에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선 말 그대로 이순신을 보고 저격한 게 아닌데, 우연히 이순신이 총탄에 맞게 된 것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이순신의 죽음에 대해 여러 연구가 있었다. 지난 6월 8일에는 충남아산의 아산문화재단이 '충효애 치유관광 더하기 사업'의 일환으로 '이순신 운구행렬 활성화사업' 연구용역 결과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그간 이순신 운구행렬 관련 고증이 부실했던 부분에 대해 확실한 학술 고증으로 이순신 운구경로가 육로가 아닌 해로임을 공식화했다. 그리고 전통 상례 전문가 집단의 장례행렬 고증방안과 이순신의 희생정신과 죽음의 의미를 관광축제로 승화한 콘텐츠 개발 방안을 내놓았다.
'충효애 치유관광 더하기 사업'은 아산시가 지난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계획공모형 지역관광개발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5년간 총사업비 120억 원을 확보한 사업이다. 충남 아산시는 사업계획을 구체화하여 국내 최초로 축제형 이순신 관광축제를 만들겠다고 한다.
이순신 운구행렬을 두고 완도군은 이순신이 노량해전에서 전사하자 고금도로 운구를 모셔와 월송대에서 80여 일 동안 안장되었다느니, 정확히 83일 이라느니 그동안 말들이 많았다. 이번 고금도 이순신 학술대회를 통해 역사적 기록에 의한 고증 결과, 고금도에서 10일 머물다가 고향인 아산으로 유해를 운구한 것으로 발표했다.
정유재란 때 이순신의 업적에 관한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이순신선양사업을 펼쳐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완도군은 그만큼 적었다는 얘기다. 전국에는 이순신 관련 축제가 많다. 지자체별 경쟁구도로 이순신과 관련한 상품을 개발하고, 축제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완도만의 이순신을 더 부각하려면 꾸준한 학술적 연구와 지역민의 관심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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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문화예술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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