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신무기 보다 다양화 선보인 열병식
북한이 27일 평양에서 진행한 열병식에는 새로운 무기보다 다양한 무기를 선보였다는 평가다. 새로운 무기체계보다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무인기 등 육해공군 전력을 통해 군사력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앙통신은 ‘전승절’이라 부르는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에 진행한 열병식 소식을 28일 오전 늦게 전하면서 "새로 개발·생산되어 우리 공군에 장비하게 되는 전략무인정찰기와 다목적 공격형 무인기가 열병광장 상공을 선회하면서 시위 비행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ICBM으로 열병식 대열의 마지막을 채웠다. 고체연료를 쓰는 최신 ICBM 화성-18형을 미사일총국 제2붉은기중대가 이끌고 들어섰다. 화성-18형 등장 전까지 가장 강력한 북한 미사일로 평가된 액체연료 ICBM 화성-17형이 ‘영웅’ 칭호를 받은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뒤를 이었다. 이외에 탱크장갑사단, 기계화보병사단, 비행종대, 포병종대 등이 ICBM 등 전략무기종대들보다 먼저 행진했다.
전날 전시회장에서는 최신 ICBM 화성-18형이 캐니스터(원통형 관)에 실려 이동식발사대(TEL)에 탑재된 형태는 물론 캐니스터에서 꺼낸 본체도 별도로 전시했다. 과거 화성-8형 이름으로 공개됐던 극초음속 미사일은 ‘지대지 중장거리 화성-12나형’으로 새로 명명된 채 선을 보여 기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의 파생형으로 추정된다. 또 비행 종말단계에서 변칙 기동을 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도 선보였다.
열병식 새로운 ICBM 대신 무인기 시험비행 선보여
북한은 지난 2월 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화성-18형을 처음 공개했던 것과 달리 이번 열병식에서는 전날 첫선을 보인 무인기 외에 새로운 무기를 내놓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열병식에서 고고도 무인정찰기와 무인공격기의 시험비행에 나선 것이 새롭다. 북한이 27일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한 ‘무장장비전시회-2023’ 행사장 사진에는 미국의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호크 및 무인공격기 MQ-9 리퍼와 동체 모양이 흡사하다.
동체에 새겨진 기체 번호와 ‘조선인민군 공군’이란 글자의 모양도 한국 공군의 글로벌호크 동체에 새겨진 것과 유사하다. 글로벌호크 설계도를 해킹 등 수법으로 절취해 동일하게 만든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전시상황에 기만전술 비행을 할 가능성도 크다.
MQ-9 리퍼와 유사한 무인공격기도 관심을 끈다. 기체 하부에는 한쪽 날개에서만 5발의 폭탄이 장착돼 양쪽에 최소 10발 이상 장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는 무인공격기에 장착한 폭탄을 실제 발사하는 시험 장면도 사진으로 공개했다. 5발 가운데 4발이 대지·대전차 미사일 유형의 무기, 한 발은 ‘활공형 폭탄’일 것으로 추정한다. 활공형 폭탄은 타격 목표 상공에서 투하되면 폭탄에 달린 날개로 활공하면서 목표물을 타격하는 무기다.
북한은 시리아로 추정되는 중동국가에서 도입한 고속표적기에 고폭탄을 장착해 여러 차례 시험을 했으나 아직은 완성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정보당국은 분석해왔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021년 1월 "500㎞ 전방 종심까지 정밀 정찰할 수 있는 무인 정찰기와 타격 장비 개발을 2025년까지 마치라"고 지시한 이후 개발속도를 높였다.
다만,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무인기의의 탑재 장비 기술이 어느 정도이냐가 문제다. 글로벌호크는 20㎞ 상공에서 특수 고성능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 장비 등을 통해 지상 0.3m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첩보 위성급의 무인정찰기이다. 한번 떠서 38∼42시간 작전 비행을 할 수 있으며 작전반경은 3000㎞에 달하고, 한반도 밖까지 감시할 수 있다.
첩보 위성급의 무인정찰기는 제동장치와 관련된 소프트웨어는 물론 전천후 관측용 합성개구레이더(SAR) 기술도 보유해야 한다. 여기에 영상정보를 습득해 정보를 판독할 영상정보처리체계(표적 촬영→판독→정보전송)도 있어야 한다. 연간 유지비용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호크의 경우 대당 연간유지비용은 553억 7000만원이다.
무인정찰기·무인공격기 실제 성능은 미흡할듯
군사전문가들도 2017년 7월 강원도 전방 지역 야산에서 추락한 북한군 무인기와 2014년 3월 백령도에서 발견됐던 북한 소형 무인기의 기술을 고려한다면 글로벌호크급 고고도무인기 기술은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이번 열병식은 북중러의 밀착관계를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최근 개발한 화성 17 ICBM에 위장도색 등 핵과 미사일 전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큰 열병식”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마치 북한제 무기를 세일즈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이 이끄는 러시아 군사대표단에 전시된 무기를 일일이 설명하는 장면도 공개됐다.
한 전문가는 "북한은 이번에 ‘NK(북한)-방산’을 전쟁 중인 러시아에 세일즈한 것"이라며 "이번 전시회를 둘러본 러시아가 북한제 무기를 구매할지가 가장 관심"이라고 말했다. 북한과의 무기 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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