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소비·투자 '트리플 증가'했지만...미미한 반등세(종합)

세종=송승섭 2023. 7. 2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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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6월 산업활동동향' 발표
두달 연속 ‘트리플 증가’는 5년 4개월 만
생산 견인한 반도체…재고율 8달 만에 최저
지표 좋지만 속도 느리고 불황형 성장 우려

생산·소비·투자 지표가 5년 4개월 만에 두달 연속 ‘트리플 증가’를 기록했다. 불황이 이어지던 반도체 산업도 활기를 되찾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다만 전반적인 반등 속도 자체는 미미해서 경기회복을 체감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증가했다. 생산이 0.1% 늘었고 소비가 1.0% 투자는 0.2% 늘었다. 세 지표는 지난 5월에도 각 1.3%, 0.4%, 3.5% 올랐다. 산업활동 주요 지표가 연달아 모두 증가한 건 201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 통계심의관은 현재 경기상황을 묻는 말에 “분기 말이라는 특수요인도 있고 앞으로의 지표를 지켜봐야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면서도 “지금까지 나온 걸 보면 제조업이 분기 기준 증가 전환했고 서비스업도 감소하다 소폭이나마 상승해서 개선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5월 산업현황을 설명할 때만 해도 “반등이 뚜렷하다고 보기 어렵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라고 했지만 평가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생산 견인한 반도체…재고율 8달만에 최저

생산 증가는 반도체가 견인했다.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3.6% 늘어 4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고성능 D램의 출하와 수출 지표가 개선된 효과다. 분기 기준으로도 지난해 2분기 이후 계속 감소하다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전체 반도체 산업의 출하는 41.1% 증가했는데 이중 내수출하는 12.7%, 수출출하가 43.7% 늘었다. 업황을 보여주는 가동률지수도 1.3% 상승했다.

제조업 재고율은 111.4%로 전월 대비 11.3%포인트 하락했다. 2022년 10월(111.2%) 이후 8개월 만의 최저치다. 제조업 전체 재고지수는 2.1% 줄었다. 최근 시장에서는 재고지수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경기가 바닥을 찍었고, 곧 반등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에서도 시차가 있지만 반도체 경기가 서서히 개선될 거라는 전망을 한 바 있다.

다만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석유정제와 자동차 등으로 인해 전월 대비 1.0% 감소했다. 석유정제는 주요 사업체의 정기보수로 윤활기유와 경유의 생산이 줄면서 14.6%의 감소세를 보였다. 자동차 생산도 RV승용차와 소형승용차의 생산이 줄어들며 12.9% 쪼그라들었다.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 대비 기준 보건·사회복지(-1.4%)와 부동산(-2.2%), 운수·창고(-0.9%) 등이 감소했지만 금융·보험(3.5%)과 예술·스포츠·여가(5.7%)가 늘어 총 0.5% 증가했다.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1.0% 증가했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0.3%)와 신발 및 가방 등 준내구재(-0.1%)에서 판매가 줄고, 승용차 등 내구재(4.7%) 판매는 늘었다. 전년 동월대비로는 의복 등 준내구재(-2.1%) 및 화장품 등 비내구재(-0.6%)에서 판매가 줄었다. 승용차 등 내구재(8.2%) 판매가 늘어 1.4%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승용차 등 운송장비(1.6%)에서 투자가 늘어 전월 대비 0.2% 증가했다. 일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0.2%)는 투자가 줄었다. 건설기성은 토목(-8.0%)과 건축(-0.8%)이 모두 줄면서 전월 대비 2.5% 감소했다.

지표 청신호지만 속도 느리고 '불황형 성장' 우려도

세 지표에 청신호가 들어오면서 향후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재고순환지표, 수출입물가비율 증가에 힘입어 0.3포인트 올라 두달 연속 상승했다. 지난달 선행종합지수는 애초 보합이었지만, 늦게 들어온 건설부문 사업수주 실적이 반영되면서 0.1포인트 상승으로 변경됐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는 0.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 2월부터 4개월 연속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반등의 속도 자체는 아직 느린 상태다. 전월이 아닌 지난해 같은 월과 비교하면 주요 지표는 여전히 좋지 못하다. 광공업생산은 전년 같은 달 대비 5.6% 쪼그라들었다. 반도체 생산이 15.9% 줄고 화학제품(-10.4%)과 전자부품(-12.2%)이 부진한 탓이다. 줄었다. 같은 기간 제조업 재고도 반도체가 49.1% 늘면서 총 3.2% 증가했다. 김 심의관이 “트리플 증가이긴 하지만 수치가 크지 않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주요 지표의 개선이 ‘불황형 성장’에 가깝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6% 성장했다. 지난 1분기 0.3% 성장에 이어 두달 연속 증가세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대부분의 지표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순수출만 개선됐다. 이마저도 수출 감소폭(1.8%)보다 수입 감소폭(4.2%)이 더 컸던 영향이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출의 주요 항목인 내수와 수출은 줄었지만, 순수출 규모가 내수 감소 폭보다 컸기 때문에 성장률이 플러스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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