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딱 6번... 귀하디 귀한 버스를 소개합니다

완도신문 정계창 2023. 7. 2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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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버스에서 만난 사람들] 정계창 소안면장

[완도신문 정계창]

ⓒ 완도신문
 
전남 완도군 소안도에서는 28인승 대형 승합버스 1대가 3개 구간을 따라 1일 6회 운행됩니다.

초등학교·중학교 학생들은 학교통학버스와 부모님 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버스 이용 승객 대부분은 어르신입니다. 인구 2345명 중 1000명이 65세 이상으로 42. 64%가 노령인구입니다. 소안버스는 소안면 어르신들의 발이며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입니다.

아침 일찍 버스를 타는 분들은 완도읍과 소재지인 비자리에 있는 병의원, 면사무소, 농・수협 등을 방문하기 위해서고, 오후 버스를 타는 분들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입니다.

오전 6시, 안개 머금은 가학산을 마주하며 길을 나섭니다. "면장님이 새벽 일찍 버스에 먼일이다요?" 면장으로 부임한 지 25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일전 마을 방문 때 보셨는지 알아보시고 먼저 말을 건네십니다.
   
"불편사항도 들어보고 어르신 안부도 물을 겸 버스에 올랐습니다. 어디가세요?"

목이 아파 완도 대성병원에 가시는 어르신, 완도 오일장에 가시는 어르신, 비자리 소재지 의원, 면사무소, 농 수협 등에 가시는 어르신, 산너머 마을 언니댁에 텃밭에서 수확한 옥수수 등 농작물을 가져다 주신 어르신 등이 버스에 타셨습니다.

어르신 대부분 보행보조기를 버스 정류장에 주차하시고 지팡이를 짚고 버스에 오르십니다. 동진리 여자 어르신은 몸이 불편해 엉금엉금 온 몸으로 버스에 오르십니다. 한손에는 캔 커피를 들고, 버스기사님께 커피를 드리면서 '엉덩이가 무거워 온 몸으로 오르신다고 하시니' 버스 안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습니다.

대형버스라 버스에 오르는 계단이 매우 높습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는 그 높이가 더할 것입니다. 저상버스를 운행하기에는 도로 구조가 맞지 않고요.

몇 가지 불편 있지만... "버스 다니는 것만으로고 고맙제라"

 
ⓒ 완도신문
 
ⓒ 완도신문
 
"불편한 점은 없으세요?"라고 묻자 "아이고 이렇게 버스가 다닌 것만도 고맙제라"하시면서도 몇 가지를 말씀하십니다. 
   
완도읍에 다녀 올 때는 소안농협여객선박과 버스시간이 맞지 않으면 택시를 이용해야 하고, 어제부터 소안여객 선박이 야간운행을 하지만 자가용이 없으니 이용이 어려우시답니다. 

소안면은 일주도로가 아닌 관계로 대형버스 1대가 3개 노선을 6회 운행하고 있으나, 완도 항로 선박은 12회를 운항하므로 매 회 선박시간에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완도읍을 다녀오기 위한 효율적인 선박 시간에 버스를 배정해 운행하지만 버스 1회 운행에는 1시간 30분이 소요되어 선박 시간대 전부를 소화할 수는 없고, 특히 7월 24일부터 소안여객 선박이 야간운항(소안항 19:50 출발, 화흥포 21:00 출발)을 하여 완도를 다녀오기에는 매우 편리하지만, 항에 도착하여 집으로 가는 차편은 택시를 타야 합니다.

버스 1대로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인줄 알기에 선박시간에 맞춰 오전 오후 각 3회씩 6회를 운영한 것도 어르신들은 고맙다고 하십니다. 부상리 마을을 가기 위해서는 3m도 안되는 좁고 구불구불한 좁은 산길과 마을안길을 지나가야 합니다. 폭 2.45m의 대형버스가 다니기에는 아주 어려운 길이지만 소안면에서 버스만 36년 운전하신 기사님은 거침 없이 다닙니다. 
   
부상리 마을에서 장애인 일자리 참여를 위해 버스를 이용하신 어르신은 버스기사님 칭찬하십니다. 지금은 여름이라 날이 밝아 괜찮지만 겨울이 되면 첫차와 막차가 다니는 시간대는 너무 컴컴해 버스가 다니기에는 매우 위험해 군데 군데 가로등을 설치해 달린다는 얘기를 하십니다. 버스기사님 대변인입니다.

부상리 마을가는 길은 미라리 마을에서 2차선 도로로 확장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사업비가 부족하여 한 번에 하지 못하고 연차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어 도로가 완공되면 편리하게 다니실 것입니다. 우선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최대한 힘써 보겠다는 답변을 드렸습니다만 재정이 따르는 문제라 어려움이 많습니다. 겨울 되기 전 가로등 설치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세 번째 운행구간인 북암리 가는 길은 농어촌도로로 폭이 좁고 가로수가 도로를 침범해 대형차량이 통행하기에는 사고 위험이 높습니다. 다행히 소안 비자지구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과 연계하여 도로환경을 개선할 예정입니다. 

소안의 버스는 삶이고 희망입니다
 
ⓒ 완도신문
 
월항리에서 93세 드셨다는 6.25 참전용사께서 버스에 오르셨습니다. 93세의 고령에도 버스를 타고 다니실 정도로 정정하십니다.

대체로 여자 어르신은 앞자리에, 남자 어르신은 뒷자리에 앉습니다.  

서중리에서 타신 남자 어르신과 미라리에서 타신 남자 어르신은 서로 친구관계입니다. 처음에는 동생이 존댓말을 안한다고 구박하셔서 그러려니 했지만, 대화하신걸 보면 친구입니다. 남자들의 심리는 나이 드신 어르신 세대나 지금 저희 세대나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목항에 도착하자 동진리 어르신께서는 비가 오지 않고 우산이 무겁다며 버스에 맡겨놓고 선박에 타십니다.

버스기사님은 당연하다는 듯 버스 윗 선반칸에 보관하십니다.

소안의 버스는 삶이고 희망입니다. 마을 주민의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이 온전히 녹아있습니다. 

소안도는 일본강점기 함경북도 북청, 부산 동래와 더불어 독립운동이 가장 왕성했던 곳 중 하나입니다. 조국의 독립과 광복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곳으로 항일의 횃불이 꺼지지 않는 민족의 성지입니다. 행정의 최일선에서 주민 한사람, 한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촘촘하게 포용복지를 실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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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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