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윳값 L당 88원 인상…외식업계, ‘우유·커피’ 인상 시간문제?

임유정 2023. 7. 2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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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이후 유제품 가격 줄인상 예고
우유‧커피 등 ‘밀크플레이션’ 재현 우려
우윳값 인상시 동네 소규모 카페 직격탄
농식품부 “가공식품 영향 제한적” 전망
서울 한 대형마트에 우유 등 유제품이 진열돼 있다.ⓒ뉴시스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오는 10월부터 유제품에 사용되는 원유의 기본가격이 리터 당 88원 오르기 때문이다. 이번 인상 폭은 지난 2013년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로, 향후 아이스크림과 과자 등의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낙농진흥회는 지난 27일 원유 기본 가격 조정 협상 소위원회 11차 회의에서 L당 음용유는 88원, 가공유는 87원 인상하는 안에 잠정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음용유용 기본가격은 L당 1084원, 가공유용 기본가격은 L당 887원으로 결정됐다.

원유 가격 인상으로 시중에서 판매하는 흰 우유는 L당 3000원이 넘을 가능성이 크다. 원유 기본가격에 농가로 들어가는 인센티브, 우유 가공에 따른 제조비, 물류비, 유통마진 등이 더해진다. 원유 인상안은 8월 10일 이사회를 거쳐 확정될 전망이다.

지난해 원유 가격 인상 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흰 우유 가격을 6.6%(2800원대 후반), 남양유업은 8.57%(2880원) 매일유업은 9.57%(2860원) 올린 바 있다.

다만 올해는 정부의 물가 안정 압박이 심화되고 있어 업체들이 지난해만큼의 인상폭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원유가격 인상폭에 따라 마시는 우유와 유제품 등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동반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흰우유 같은 경우 그렇지 않아도 수익이 적은 품목인데 걱정”이라며 “원유가 인상 시점이 10월1일 부터니 가격 인상 시점은 그 이후가 될 것 같다. 우유 먼저 조정후 유제품 등 최소폭으로 논의할 예정인데,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어려운 듯하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우유가 진열되어 있다.ⓒ뉴시스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가격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당장 흰우유 가격이 오를 경우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가을‧겨울철의 경우 라떼 판매가 증가하는 시기인 데다, 여름철에도 수익성 개선을 위해 우유빙수 등 한정 메뉴를 판매하는 곳이 많다 보니 우유가격에 민감하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저가 커피 브랜드가 출점을 공격적으로 많이 하고 있는 데다, 커피 값이 많이 올랐다는 인식이 있어 당분간 가격 인상은 자제할 계획이지만 우유를 비롯해 원재료 등의 가격이 워낙 올라 특별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규모 프랜차이즈의 경우에는 본사 차원에서 가맹점주와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고자 노력하고 있어 피부로 느끼는 부담이 덜하지만, 개인 카페의 경우 원재료 값 상승에 따른 타격이 생각보다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커피전문점들은 당장 우유 공급선을 다변화하거나 우유 대신 두유나 식물성 대체 우유 비중을 늘리는 등 메뉴를 조정해 버텨보겠다는 분위기지만 개인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카페들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업장이 작을수록 원가 부담 비중이 커서 원재료를 다변화하기 어렵고 가격 변동에 민감할 수 밖에 없어서다. 이 때문에 국산 우유보다 값이 저렴한 수입산 멸균 우유로 대체하려는 자영업자들도 늘고 있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우유 맛과 차이가 나 이마저도 녹록치는 않은 상황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메리카노·에스프레소를 빼면 거의 모든 제품에 우유가 쓰일 정도로 중요한데 우유를 변경하면 맛이 달라질 수 있어 바꾸기 쉽지 않다”며 “커피 등 매일 마시는 식품은 고객들의 가격 저항이 커서 대부분 원가 부담을 떠안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 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원유 가격이 오르더라도 소비자 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흰우유 가격이 과도하게 인상되지 않도록 유업체 등과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원유 가격 인상이 가공식품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 빙과류의 경우 유제품이 거의 들어가지 않고, 빵과 과자도 유제품 사용 비중이 1∼5%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주요 식품류 중 유가공품과 아이스크림을 제외하면 원유나, 흰우유 또는 유제품을 원료로 사용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는 논리다.

이 밖에 대다수의 외식업체들도 수입 멸균우유를 쓰고 있기 때문에 원윳값 인상이 밀크플레이션을 초래한다는 주장은 과장이라고 보고 있기도 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원유가격 인상으로 밀크플레이션이 초래된다는 것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도 낙농산업 및 유가공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국산 원유의 가격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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