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수제맥주 부활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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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수제맥주 판매자입니다만, 하이볼이 잘 팔리길 응원합니다."
최근 수제맥주는 하락곡선을 그리고 하이볼이 젊은 층에서 대세로 자리 잡으며 수제맥주 업자가 하이볼을 응원한다는 아이러니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팬데믹 기간 홈술 트렌드를 타고 대세 주류로 자리 잡았던 수제맥주는 최근 하이볼에 밀리고 일본맥주에 치이며 빠르게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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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수제맥주 판매자입니다만, 하이볼이 잘 팔리길 응원합니다."
최근 수제맥주는 하락곡선을 그리고 하이볼이 젊은 층에서 대세로 자리 잡으며 수제맥주 업자가 하이볼을 응원한다는 아이러니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른바 ‘유사 수제맥주’가 수제맥주라는 이름으로 팔려나가며 산업의 몰락을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차라리 하이볼이 크게 성장해줘야 업계가 정신 차릴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자조적 응원인 셈이다.
팬데믹 기간 홈술 트렌드를 타고 대세 주류로 자리 잡았던 수제맥주는 최근 하이볼에 밀리고 일본맥주에 치이며 빠르게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수제맥주의 위기는 경쟁력의 기반인 정체성을 약화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편의점이란 대형 유통채널을 통해 외형 확장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수제맥주의 정체성은 다양한 재료를 자유롭게 사용해 양조장별로 개성 있는 스타일로 맥주를 만드는 데 있다.
하지만 대형 판로를 통해 양적 성장을 경험한 일부 업체들은 고유의 정체성이 담긴 제품을 만들기보다는 4캔 만원 남짓한 납품단가 상한선에 맞춰 고만고만한 제품만 반복해 찍어냈다. 그렇게 수제맥주가 매력을 잃어가자 소비자의 외면이 시작됐고, 자연스레 편의점마저 등을 돌리며 현재의 위기와 마주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대형 채널 판매를 이어가지 않고선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려놓은 설비나 인력은 편의점으로부터의 독립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수제맥주가 살 길은 분명하다. 기성맥주와 차별화되는 풍성한 맛과 향을 품은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를 만들어 ‘마셔야 할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지금처럼 편의점 납품에 맞춰 특색 없는 맥주만 만들 게 아니라 자신만의 색이 분명한 제품과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개성 있는 제품을 토대로 본진인 유흥채널에서 수요를 탄탄히 다져간다면 가정채널로 가는 길은 다시 열릴 수 있다. 지금처럼 콜라보에 목을 매선 상표권자 좋은 일만 시켜줄 뿐이고, 대형 주류기업의 문법을 그대로 따라서는 재정 악화와 정체성 혼란만 가속화할 것이다. 채널 확장보다 제품력과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이 먼저다. 브랜드의 경쟁력이 뒷받침된 상황에서 채널 확장이 이뤄질 때 비로소 대형 채널과 동등한 관계 정립이 가능하고, 지속적인 성장도 가능하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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