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없어지면 교권 존중? 동의하기 어렵다
[김용택 기자]
▲ 당정협의회 참석한 이주호 부총리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권 보호 및 회복방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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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교권추락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와 동시에 학생인권조례 시행지역에서 수정이나 폐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교권 강화를 위해 교육부 고시를 신속히 마련하고,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고 지시했고,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기 바쁘게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학생인권조례로 인하여 수업 중 잠자는 학생을 깨우는 것이 곤란하고, 학생 간 사소한 다툼 해결도 나서기 어려워지는 등 교사의 적극적 생활지도가 크게 위축됐다"라고 교권추락원인으로 학생인권조례를 지목했다.
학생인권시행하지 않은 지역은 왜 교권이 추락했나
교권추락 원인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면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지 않은 지역에선 교권이 존중받고 있는가? 현재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고 있는 지역은 전국 17개 시·도의 27%인 6개지역뿐이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인권이 학교교육과정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학생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학생 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광주(2012), 서울(2012), 전북(2013), 충남(2020), 제주(2021) 등 6개 지역에서 만들어졌다.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학생인권조례에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의 자유, 소지품 검사 금지, 휴대폰 사용 자유 등 사생활의 자유 보장, 양심·종교의 자유 보장, 집회의 자유 및 학생 표현의 자유 보장, 소수 학생의 권리 보장, 학생인권옹호관, 학생인권교육센터의 설치 등 학생인권 침해 구제"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학생도 똑같은 국민으로서 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인권존중이 왜 교권 추락의 원인이 되는가?
인권이란 자유 자유 평등과 함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실현하기 위한 '모든국민이 누릴 기본권'이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가진다"고 했다. 또 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했다.
민주주의는 '평등권, 자유권, 참정권, 사회권, 청구권'을 모든 국민이 누릴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37조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않으며,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학생인권조례 왜 도입했는가
경기도가 처음으로 학생인권조례를 도입하게 된 이유는 당시의 학교가 어떤 분위기였는지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 학교는 민주주의를 배우고 체화하는 곳이다. 말썽피우는 아이를 몸둥이로 길들이고 순치시키는 곳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될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학생들의 인권은 '민주주의는 교문에서 멈춘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열악했다.
교문에는 일제시대 황국민민을 길러내던 선도생들이 서서 복장위반이나 지각생을 잡아 군대식 '주먹쥐고 엎드려뻗쳐'나 운동장 돌리기나 '벌점'을 받았고, 교실에는 '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와 같은 급훈이 걸려 있었다.
학생들이 한번도 읽어보지 못한 교칙에 위반되는 학생을 잡아내기 위해 수업 중 학생부 선생님들이 이발기를 들고 나타나 머리카락이 길다고 판단하면 여지없이 고속도로를 내놓곤 했다. 입시문제를 풀이해 성적순으로 사람 가치까지 서열 매기는 입시학원이 된 학교. 경기도가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할 당시 5년간 성적을 비관하거나 가정불화로 자살한 학생이 연간 623명이다.
진보교육감이 당선되면서 학생도 학생이기 전 똑같은 사람이라는 인권의식이 싹트면서 혁신학교를 만들고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기 시작했다. 경기도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될 때만 해도 일부 극우성향의 종교단체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전신)을 제외한 학부모들은 쌍수로 환영했다. 그래서 경기도에 이어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광주(2012), 서울(2012), 전북(2013), 충남(2020), 제주(2021)가 차례로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조례를 만들어서라도 실현해 보자고 제정한게 학생인권조례가 아닌가? 학생인권조례만 폐지하면 교권이 존중받고 학교가 교육하는 곳으로 바뀔 수 있겠는가? 동의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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