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협상, 한반도 핵문제 가장 큰 뿌리 캐내는 작업"

윤종은 2023. 7. 2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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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정전 70년, 다시 평화' 국회 학술회의 열려

[윤종은 기자]

 
 2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정전 70년, 다시 평화'라는 주제로 국회한반도평화포럼, (사)한반도평화포럼, 이재정·이용선 국회의원이 주관하는 7.27 정전협정 70주년 학술회의가 열렸다.
ⓒ 윤종은
 
정전 협정으로 전투가 중단된 지 올해로 70년이 지났지만, 한반도엔 여전히 군사적 긴장이 가득하다. 한미연합훈련과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는 확대되었고, 북한은 연일 ICBM 등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다. 밖에서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중이고 대만 해협에서는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그 사이 전쟁 위협이 급격히 고조된 시기도 있었고, 평화의 시기도 있었다. 남과 북이 만나 수많은 합의도 이루었다. 지금은 모든 대화가 끊어졌다. 대화가 단절되면 오해가 쌓이고, 작은 오해가 재앙을 몰고 올 수도 있다. 한반도는 세계 최대의 화약고인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대화의 끈은 놓지 말아야 한다. 

지난 1년간 윤석열 정부가 보여준 낡은 냉전식 태도는 전쟁의 위험을 더욱 가중하고 있다. 말로만 평화를 외치고 긴장과 대결을 이용해 경제적・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하기보다는 한반도의 정전 체제를 항구적인 평화 체제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분단의 역사를 뒤로 하고 평화의 역사를 쓰라는 시대적 사명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27일 오후 1시 반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정전 70년, 다시 평화'라는 주제로 국회한반도평화포럼, (사)한반도평화포럼, 이재정·이용선 국회의원이 주관하는 7.27 정전협정 70주년 학술회의가 열렸다.

'정전협정 70년과 한반도 평화체제 전망' 주제의 세션 1에서는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가 '미중 전략 경쟁과 한반도 평화체제 전망'의 발제를 맡았다. 그는 "지금은 미중관계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미중 관계 악화는 한반도 평화에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전 70년, 다시 평화'라는 주제의 학술회의에서 참석자들이 발표하고 있다.
ⓒ 윤종은
 
미중 전략 경쟁과 한반도 대립 구도 심화

그는 "윤석열 정부는 미중 전략 경쟁을 한반도 대립 구도를 강화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미중 전략 경쟁에서 미국에 적극 편승함으로써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지위를 더 높이고 북한에 대한 우위를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그러나 이는 미중 전략 경쟁의 성격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한반도 위기에 대한 잘못된 처방에 기초한 접근법이다"고 말했다. 

이어 "대외 관계에 양자택일적 프레임에 기초한 한미동맹 일변도의 대외 정책을 추구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지를 약화시킬 뿐이다. 글로벌 중추 국가를 비전으로 제시한 윤석열 정부는 세계의 흐름과 상반된 시대착오적 탈아입구(아시아를 벗어나 서구로 나아간다)를 지향하는 셈이다. 미중 사이의 군비경쟁이 지속될 것이고, 이러한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동력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남주 교수는 따라서 "스스로 양자택일식의 사고방식으로 국제질서 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외교적 자승자박이며 미중 전략경쟁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수준의 협력 공간이 존재하며 이러한 공간을 활용해 한국 외교의 자율성을 제고해가야 한다. 또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를 재개하여 분단 체제 재공고화 시도를 넘어설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갖추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김상기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북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체제와 북핵문제 연계성의 4대 과제로서 ▲ 비핵화 ▲ 평화협정 ▲ 재래식 군비통제 ▲ 적대인식 해소 및 신뢰 구축: 교류·협력의 지속, 활성화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최근 남북관계 단절 장기화와 안보 딜레마가 심화되고 있고 핵협상 중단의 장기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신장 및 대남·대미 위협의 증대, 북한의 국제정세 인식의 변화와 대중·대러 협력 강화 등도 언급했다.

김상기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남북 간, 북·미 간 견해 차가 좁혀지고 북핵 문제 해결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와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중장기적으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방안을 모색·추진하되, 단기적으로는 군사적 충돌 방지를 위한 상황 관리와 긴장 완화가 선차적 과제이며, 남북 간 소통·대화 재개도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정인 전 연세대 교수를 좌장으로 이어진 토론에서는 고유환 동국대학교 명예교수가 "70여년 동안 한국 전쟁을 끝내지 못한 정전 협정에 기초한 질서가 분단 체제로 굳어져 평화 체제로의 전환이 쉽지 않다. 불안정한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한·중 수교 모델을 원용하여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를 통한 적대관계의 해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는 "남과 북은 대화의 습관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4.27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로 세워졌던 '남북연락사무소'를 다시 열어야 한다. 또 평화협정은 정치·군사적인 것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것 모두를 포괄해야 하고 세대·지역·성별·기후 문제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악화된 안보 환경 속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구동을 위한 여러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남북관계개선(군비통제 포함)의 평화3축 로드맵을 작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국회의원회관에서 '정전 70년, 다시 평화'라는 주제로 7.27 정전협정 70주년 학술회의가 열렸다.
ⓒ 윤종은
 
항구적인 평화체제로의 전환 필요

'전환기의 국제질서와 남북관계'라는 세션 2에서는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이 '동북아 질서 변화와 남북관계'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정전체제는 전쟁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에 불완전한 평화 상태라고 할 수 있으며 항구적인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완전한 평화 달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보다는 북한 핵의 억제력 강화 및 국제사회의 공조를 통한 압박 정책에 주력하고 북한은 한미와의 대화를 포기, 핵무기의 고도화에 주력하면서 대결이 심화되고 있다.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전략은 한반도 문제의 한반도화와 국제화,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 균형 외교 전략 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양무진 교수는 향후 대북정책 관련 정전협정 70주년의 정전체제 극복을 위한 내적 에너지로 승화, 동북아 평화를 위해 3가지 방안(4자 평화 회담 제의, 평화협정으로 대체 위한 조직 재정비 및 로드맵, 여·야·정 통일외교안보협의체 발족)을 제안했다.

이어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이 '전쟁에서 평화로: 시민사회의 대응과 새로운 상상력'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정전체제는 한국전쟁 이래 대규모의 무력 충돌을 방지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소극적 평화는 유지해왔지만 전쟁의 원인을 제거하고 최종적인 평화 상태를 구축하자는 적극적 평화 실현에는 한계를 노정해왔다. 설상가상으로 한미동맹 강화 및 한미일 군사동맹 추진과 북핵 고도화가 날카로운 금속음을 내면서 정전체제의 불안마저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종전선언=가짜평화' 프레임을 만들어 오늘날까지 전임 정부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전임 정부 인사들은 현 정부·여당이 냉전적 사고에 갇혀 있다고 반발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같은 남북 당국의 무관심과 달리 국내외 시민사회에선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20년부터 국내·외 시민·종교단체와 인사들은 정전협정 체결 70년이 되는 2023년까지 '한반도 평화선언(Korea Peace Appeal)'에 대한 전 세계 서명과 각계의 지지 선언을 모으고 있다. 현재 국내외의 800개가 넘는 단체가 이 운동에 동참하고 1백만 명의 서명을 목표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올해 하반기에 남·북·미·중을 포함한 한국전쟁 관련국 정부와 유엔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어 그는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려는 노력에도 새로운 상상력과 실천을 요한다. 물론 당면 과제는 한반도 위기를 수습하고 단절된 대화를 복구하는 것이다. 동시에 근본적인 성찰과 넓은 시야를 가지고 새로운 대안도 준비해야 한다. 하나는 '한반도 비핵지대와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협정'이고, 또 하나는 '군축을 통한 평화증진과 기후위기 대처 방안'이다"고 설명했다.

정욱식 소장은 "한반도 평화체제와 비핵지대 추진이 장기적인 과제라면, 군비경쟁 동결과 평화협정 협상 개시는 이를 위한 과도기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군비경쟁 동결은 한미동맹과 북한이 상대방에 대한 억제력은 유지하면서도 긴장 완화의 수준을 높이고 더 높은 목표를 위한 협상의 토대가 될 수 있다. 또 평화협정 협상 개시는 한반도 핵문제의 가장 큰 뿌리를 캐내는 작업을 시작한다는 의미이다"고 말했다.
 
 국회의원회관에서 '정전 70년, 다시 평화'라는 주제로 7.27 정전협정 70주년 학술회의가 열렸다. 앞측 왼쪽부터 이정미 정의당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용선 국회의원
ⓒ 윤종은
 
비핵지대와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협정도 필요

이어진 토론에서는 김엘리 성공회대학교 연구교수, 남관표 전 주일대사, 서주석 전국방부 차관, 이승환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등이 나섰다. 그들은 시민들의 평화의식의 확산과 힘 강화, 군사활동의 멈춤과 축소, 지속적인 대화와 교류, 북핵 문제 해결 패키지 방안, 갈등 집단 사이의 관계 재정립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토론에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상황이 불안한 가운데 종전을 얘기하면 빨갱이로 모는 시대 역행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안정적이고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용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는 "정전협정 70주년을 기억하며, 평화를 위해 헌신한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정신을 재확인하는 의미 있는 자리로서 경색된 남북관계의 해법을 모색하고 대한민국 미래의 평화와 번영을 다짐하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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