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카카오식 성장 모델의 한계와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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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경기도 판교 카카오 본사 '아지트' 앞 광장은 회사를 상징하는 노란색 대신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이어 카카오는 본사 사업 부문을 분사하는 모델로 제국을 만들었다.
현장에서 만난 중소IT사 15년 차 직원은 "회사 경영진은 늘 카카오가 롤모델이라고 한다"며 "그러나 남은 것은 신사업이라고 분사시킨 후 잘 안되면 그 조직 사람들이 슬그머니 사라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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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원인 직시하고 경영 쇄신해야
지난 26일 경기도 판교 카카오 본사 '아지트' 앞 광장은 회사를 상징하는 노란색 대신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체감온도 32도에도 한목소리를 내려 검은 티셔츠를 맞춰 입은 카카오 임직원 300여명이 모였다. 적자가 쌓인 일부 계열사가 희망퇴직을 진행하자 단체행동에 나선 것이다. 노조는 올해 들어 심화된 경영난에 대해 "일시적인 재무 위기가 아닌 무리한 사업 확장의 결과"라며 "방향 수정 없이는 위기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는 네이버, 넥슨,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한컴 등 IT 업계 노조가 총출동했다. 실적 악화에 커진 고용 위기감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심지어 일부 회사 인사팀 직원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카카오의 희망퇴직을 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본다. 채용 문을 닫기는 했어도 감원과 거리가 멀었던 대형 플랫폼마저 희망퇴직에 나섰기 때문이다. 게임사 노조원은 "단체교섭 문구에 대형사 사례가 들어갈 정도로 카카오 같은 대형사가 채용 기조나 복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다른 회사에서도 분위기를 살피러 온 것"이라고 귀띔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카카오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꼽혔다. 2010년 세상에 등장한 카카오톡은 앱 하나로 모두와 연결되는 모바일 시대를 앞당겼다. 이어 카카오는 본사 사업 부문을 분사하는 모델로 제국을 만들었다.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으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사업을 키우면 상장(IPO)하는 방식이었다. 분사한 회사 상당수가 '따상(공모가 2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후 상한가 달성)'을 치기도 했다. 스톡옵션이나 '놀금(금요일 휴무제)' 등 임직원 처우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카카오 출신이라면 모셔가기 바빴던 때도 있었다.
그러던 카카오가 롤모델이 아닌 반면교사로 전락했다. 갈등과 잡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경영 혼선의 아이콘으로 보는 분위기도 생겼다. 모든 문제는 스타트업 집단에서 출발한 리더십이 대형 그룹사에 맞게 진화하지 못한 것에서 시작했다. 현장에서 만난 중소IT사 15년 차 직원은 "회사 경영진은 늘 카카오가 롤모델이라고 한다"며 "그러나 남은 것은 신사업이라고 분사시킨 후 잘 안되면 그 조직 사람들이 슬그머니 사라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미 쪼개기 상장 논란과 주가 하락 등으로 밉상기업이 된 카카오다. 내부 직원들과 업계의 차가운 시선까지 더해지면 재무위기를 수습한다 해도 기업 이미지 추락 등 상처 회복은 쉽지 않다. 카카오 본사는 계열사를 살리기 위해 재무 지원에 나섰지만 그게 해야 할 일의 전부는 아니다. 문제 원인을 직시하고 과감한 경영 쇄신책을 꺼내야 한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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