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혁명](51)세 가지 없는 완전 무인매장…AI로 유통 혁신
바코드 찍지 않아도 상품 인식 정확도 99%
"전 세계 무인매장 돌며 배워…韓 아마존고 목표"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에 문을 연 무인매장 '슈퍼 스위프트'. 음료수 몇 개를 골라 키오스크 앞에 섰다. 바코드 리더기를 찍지도 않았는데 구매한 상품 목록과 결제 금액이 떴다. 손이 모자라 잠시 가방에 넣어둔 과자도 빼놓지 않았다. 고객이 골라잡은 상품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정확도는 99%. 카메라와 센서, 인공지능(AI)만으로 가능한 일이다. 이를 통해 AI 스타트업 파인더스AI는 매장 운영부터 재고품 관리, 결제까지 자동화했다.
'양심 결제' 의존 대신 비전 AI 적용
슈퍼 스위프트에는 세 가지가 없다. 계산원은 당연히 없다. 계산원의 눈을 대신할 비싼 3D 카메라나 라이다(LiDAR)도 없다. 2D 카메라로 찍고 여기에 잡히지 않는 3차원 움직임은 비전 AI로 예측한다. 비전 AI는 사람이 눈으로 보고 뇌에서 판단하는 것처럼 카메라로 보고 판단하는 AI다. 여기에 매대의 무게 변화를 센서로 감지한 정보를 더한다. 카메라와 조합한 AI가 정확도를 높이면서 같은 대수의 라이다보다 더 좋은 성능을 낸다. 30~60㎡ 규모 편의점에 이런 솔루션을 구축한 비용은 2억원 미만. 미국 아마존의 '아마존고' 같은 글로벌 무인매장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올해 최저임금 기준으로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하는 데 인건비만 연간 1억원가량인 것을 감안해도 비용 효율성이 높다.
세 번째로 키오스크나 스마트 자판기 등 셀프 체크아웃 방식의 결제가 필요 없다. 셀프 체크아웃 방식은 소비자가 물건 바코드를 찍어야 결제로 넘어가기 때문에 '양심'에 의존한다. 달리 말하면 항상 도난 우려가 있다. 결제 오류가 생겨도 대응할 수가 없다. 흔히 볼 수 있는 부분 자동화 방식의 무인 매장 점주가 주변에 상주하면서 매장을 관리하는 이유다. 함명원 파인더스AI 대표는 "CCTV 카메라에 의존하는 부분 자동화 방식은 비용 절감 효과가 낮다"며 "대부분의 점주는 약간의 마진이 남는 매장 여러 곳을 운영하며 종일 CCTV를 들여다보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AI는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알림을 보낸다. 재고 상황도 그때그때 알려준다. 점주의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소비자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이런 매장을 구현하기까지 함 대표는 전 세계 무인매장을 돌았다. 미국 전역의 아마존고 수십군데를 다녀왔다. 영국, 프랑스, 폴란드 등 유럽 5개국 매장에서 시장 반응을 조사하다 쫓겨나기도 수차례였다. 해외 매장에서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면서 3년 만에 사업 모델을 완성했다. 함 대표는 "기술 변화를 배우기 위해 같은 매장을 매년 찾기도 했다"며 "단순히 편리한 것을 넘어 비용 대비 효율성이 높은 매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고객 이탈률 0% 근접…편의점·드럭스토어 공략
한 달간 운영한 슈퍼 스위프트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하루에 100~200팀이 방문하는데 들어오려다 그냥 나가는 경우는 2팀에 불과했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4대 편의점도 모두 다녀갔다. 올 연말 대형 유통사 한 곳과 협업 매장을 열 계획이다.
전국 6만개 편의점을 시작으로 무인매장 영역을 넓히는 게 목표다. 카페, 드럭스토어, 기업 구내식당 등을 겨냥하고 있다. 국내와 유통 환경이 비슷한 일본 편의점도 공략할 예정이다. 함 대표는 "노동 인구가 줄어 10년 후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할 것"이라며 "인건비 절감을 떠나 무인화가 아니면 답이 없다"고 내다봤다.
중장기로는 고객 데이터 분석에 집중할 생각이다. 매장을 어떻게 돌아다니는지, 어떤 물건에 관심이 많은지 등 고객 행동을 분석해 상품 진열과 마케팅 전략 등에 활용하는 것이다. 함 대표는 "지금까지 제조사는 판매 데이터에만 의존했다"며 "음료수 뚜껑 디자인을 바꿨을 때 소비자가 얼마나 눈길을 주는지까지 파악해 효과를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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