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운명 가를 이화영의 '입' 오락가락… 단속나선 민주당과 검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쌍방울의 불법 대북송금 사실을 사전에 보고했는지 여부에 대해 최근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입을 단속하기 위해 민주당과 검찰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수원지검이 수사 중인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과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다음달 이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질 전망인 가운데 법정에서 확인될 이 전 부지사의 최종 입장이 이 대표 수사에 결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 '고의' 인정되면 공범 성립 가능성 커져
28일 한 법조계 인사는 "이 전 부지사가 사전에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불법적인 대북송금에 대한 이 대표의 고의가 확인되는 것"이라며 "이 대표가 '나는 몰랐다'고 부인하는 상황에서 당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 대표의 핵심 측근이 '이 대표가 알고 있었다'고 진술한다면 공동정범이 성립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이 대표의 관련성을 부인해오던 이 전 부지사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기존 진술을 번복, '이 대표에게 보고를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이 대표가 '알았다'며 사실상 승인했다는 사실까지 이 전 부지사가 진술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18일 이 전 부지사의 재판이 열린 법정에서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은 300만 달러의 방북 비용과 관련해 '전혀 모르는 일이고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에서 '쌍방울에 방북을 요청한 건 사실'이라는 취지로 이 전 부지사의 진술에 변화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이 전 부지사의 부인 A씨는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으로부터 "이 전 부지사가 법정에서 '이재명 방북비용을 보고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하기로 했다"고 듣고 강하게 항의했던 사실을 공개했다.
"검찰이 회유·압박" vs "최악의 사법방해"이 대표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진술이 법정에서 공개되자 민주당은 '검찰의 회유·압박에 의한 허위진술'이라며 총공세에 나섰다. 박범계·민형배 의원 등은 24일 수원지검을 항의 방문해 농성을 벌였고, 여러 의원들이 이 전 부지사에 대한 특별면회(장소변경접견)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하기도 했다.
이 전 부지사의 부인 A씨의 대응도 눈에 띄었다. A씨는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이 공개된 직후인 19일 민주당에 직접 탄원서를 보내 '남편이 고립된 채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고, 접견 변호사와 함께 수원구치소를 찾아가 변호사를 통해 앞서 법정에서 나온 이 전 부지사의 진술과 상충되는 이 전 부지사의 옥중 자필편지를 받아 공개했다. 25일에는 직접 법정에 나와 변호사 해임 문제를 놓고 이 전 부지사와 부딪치며 "정신 똑바로 차려라"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 같은 A씨의 이례적인 행동의 배후에 민주당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의 측근인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근 이 전 부지사 측을 만나 '당이 열심히 돕겠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이 전 부지사의 대학 동문이자 40년 지기로 이 전 부지사가 구속된 이후 지역구 관리를 대신하고 있는 이우일 현 용인갑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을 만난 뒤 이 전 부지사의 부인과 통화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과거 다른 재판에서 전혀 경험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외부세력에 의한 재판의 독립성 훼손이 심각히 우려된다"라며 재판부에 절차 진행에 신경 써줄 것을 요청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 같은 민주당의 행보에 대해 '최악의 사법방해', '스토킹'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민주당이 자기편에 불리한 진술을 뒤집어 보려고 검찰청에 몰려가서 드러눕고, 영치금 보내기 운동도 하고, 성명서를 내고, 가족 접촉하고 면회해서 진술을 번복하라고 압박하는 행태"라며 "권력을 악용한 최악의 사법 방해이자 스토킹에 가까운 행태"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민주당 의원들이 특별면회 신청을 통해 이 전 부지사를 만나려고 시도하는 것과 관련 과거 이 대표의 측근 정성호 의원이 수감 중인 정진상·김용씨를 특별면회하는 과정에서 '알리바이를 잘 만들라'는 취지로 얘기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던 일을 언급하며 "(민주당이) 이제는 그걸 단체로 하겠다는 건가요? 그런 일은 허용돼선 안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재명 대표 영장심사 받게 될까
이 대표가 연루된 대북송금 사건과 백현동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다음달 검찰이 이 대표를 소환조사한 뒤 다시 한번 이 대표의 신병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현직 검사는 "지난번에 대장동·위례 사건과 성남FC 후원금 사건을 합쳐서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대북송금 사건과 백현동 사건을 합쳐서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며 "야당 대표에 대해 이 사건 따로, 저 사건 따로 영장을 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앞두고 나온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은 이 대표나 민주당 입장에선 뼈 아픈 일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옥중 편지나 이 전 부지사 부인을 통해 다시 상반된 입장이 나오긴 했지만 이 대표의 대북송금 관련성을 이 전 부지사가 검찰에서 인정했다는 건 분명한 사실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의 부인이 '검찰이 무언가 다른 조건을 제시하며 회유·압박해서 남편이 거짓 진술을 했다'고 주장하는 건 어디까지나 '그런 것 같다'는 추정적 의견에 불과하다"라며 "당시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건 이 전 부지사 본인이다. 이 전 부지사가 법정에서 '이 대표에게 보고한 적 없다'라고 분명하게 진술하거나,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지 않는 한 재판부 입장에선 번복된 진술을 신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 다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최근 민주당 혁신위원회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면서 '정당한 영장청구'라는 조건을 붙여 논란이 됐지만, 이 대표 스스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고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고 공언한 만큼 국회 표결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논란이 됐을 당시 TV에 출연해 혁신위 발표와 상관 없이 불체포특권 포기에 대한 이 대표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는 취지로 얘기하기도 했다.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될 경우 '정치적 수사', '무리한 수사'라는 역풍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검찰에선 전혀 부담될 게 없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입장에선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서가 국회로 송부될 경우 국회 표결을 거치기도,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영장실질심사를 받기도 모두 부담스러운 반면, 검찰 입장에선 영장이 기각되면 불구속 기소하면 그만이라는 이유다.
또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는 "지금 검찰에 민주당 눈치를 보거나, 무서워할 검사는 한 명도 없다"라며 "구속영장이 기각돼도 기각 사유가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만 아니라면, 가령 '충분한 방어권 보장' 등을 이유로 기각되더라도 검찰이 비난받을 이유는 없는 만큼 (영장 청구에)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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