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거품은 언젠간 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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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소재 기업 에코프로가 연일 화제다.
2006년까지 주당 3만~4만원대에 머물던 OCI 주가는 2007년 태양광전지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대규모 공급계약을 소재로 급등하기 시작했고, 2011년 4월29일 50만원을 넘으면서 '곧 100만원 시대가 열릴 것'이란 기대감을 모았다.
중국 배터리 기업이 중국 정부의 지원과 14억 인구의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기술 수준도 우리 기업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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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소재 기업 에코프로가 연일 화제다. 주가가 오르면 오르는 대로, 내리면 내리는 대로 100만원을 넘는 '황제주'의 움직임에 시장도 출렁인다. 1968년 만들어진 포스코가 '제2의 에코프로'로 회자될 정도니 그 영향력을 짐작케 한다.
휘발유나 경유로 움직이던 자동차가 가까운 미래에는 대부분 전기차로 바뀔 거라고 하니 전기차의 핵심을 이루는 배터리에 관심이 커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을 선택한 투자자들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한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도 그런 기대 속에 최근 주가가 급격하게 출렁거렸다. 2020년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도 증시에 상장된 작년 1월 이후 지금까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마찬가지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배터리 사업을 국내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감탄을 자아낸다. 해외 곳곳에 생산설비 확장도 빠르게 추진되고 있어 현황을 업데이트하기가 무색할 정도다. 흔히 얘기하는 '생산 캐파(capacity, 생산능력)'도 어제, 오늘이 다르게 계속 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금까지 수주한 금액만 440조원에 달한다니, 그 물량을 어림잡기도 쉽지가 않다.
배터리 관련 기업들을 바라보며 모두가 '가즈아'를 외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10여년 전에 방문했던 한 공장이 떠올랐다. 지난해 7월 파산 선고를 받은 웅진에너지 대전 공장이다.
당시 웅진에너지는 태양전지용 잉곳(폴리실리콘을 녹여 만든 원기둥 결정으로 가늘게 잘라 원판형 웨이퍼를 만든다. 이 웨이퍼가 태양전지에 설치되는 셀이 된다)과 웨이퍼를 만드는 국내 유일한 기업이었다.
2010년 이명박 정부는 40조원을 투자해 신재생에너지 5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구상한다. 태양광 발전을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밑그림도 그렸다. 그 해 웅진에너지도 성공적으로 상장했으며 OCI와 함께 태양광 대표주가 됐다.
그때 공장에서 만난 회사 관계자는 중국 업체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방안으로 기술력을 꼽았다. 값싼 중국산 제품 보다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면 승산이 있다는 얘기였다. 웅진그룹도 핵심 계열사인 웅진코웨이(현 코웨이)까지 내다 팔 정도로 태양광 사업에 사활을 걸었었다. 하지만 중국 기업에 밀리면서 웅진에너지는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태양광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2006년까지 주당 3만~4만원대에 머물던 OCI 주가는 2007년 태양광전지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대규모 공급계약을 소재로 급등하기 시작했고, 2011년 4월29일 50만원을 넘으면서 '곧 100만원 시대가 열릴 것'이란 기대감을 모았다. 하지만 이듬해 20만원대로 내리막을 걸어야만 했다.
앞으로 꽃길만 걸을 것 같은 배터리 산업이지만, 한발 물러서 현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 배터리 기업이 중국 정부의 지원과 14억 인구의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기술 수준도 우리 기업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다간 태양광의 경우처럼 한순간에 밀려날 수도 있다.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설비 투자로 인해 투자금 조달로 인한 재무 부담도 커진 상태다. '태양광의 실패'를 따라가지 않기 위한 고민의 시간이 기업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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