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디그라운드(155)] 투박해서 더 솔직한, 김효린의 이야기들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달한다는 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필요한 일이다. 어떤 이야기를 꾸며내는 것 보다 솔직한 삶을 담아내는 것이 쉬워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싱어송라이터 김효린도 자신의 이야기를 가사에 담는 것이 처음부터 익숙하진 않았다. 두려움과 부끄러움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긴 이후부터는 그의 경험들을 꺼내놓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그의 음악 속 가사들은 꾸며지지 않은 투박함이 매력적이다. 말하듯이 ‘툭’ 내뱉는 그 투박함엔 솔직한 그의 감정이 함께 묻어난다. 그래서 김효린의 이야기들은 사람의 감정을 더 진중하게 건드린다.
-데뷔한지 벌써 5년이 됐어요.
지난 5년은 저다운 것을 찾는 시간이 길었던 것 같아요. 늘 누군가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었기에, 나의 음악을 하기 위해선 나를 먼저 잘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환경에 편안함을 느끼는지, 어떤 이야기를 노래했을 때 마음이 살아 움직이는지 같은 부분들을 말이죠. 아직까지도 알아가는 중이지만요(웃음).
-데뷔 당시와 지금, 가장 달라진 점이라면?
데뷔 당시에는 고등학생이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저는 노는 것보다 음악을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학교가 끝나면 곧장 학원으로 달려가서 밤이 될 때까지 음악을 듣고 연습만 했던 기억이 나요. 지금도 물론 음악을 좋아하긴 하지만 음악 이외의 취미를 더 가지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음악이 직업이 되다 보니 자연스레 느껴지는 부담감과 스트레스 등을 피해 잠시 도망갈 곳이 필요하더라고요.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였나요?
코로나19로 인해 음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고 무대에 설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요, 그럼에도 제 음악을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유튜브에 자작곡과 커버곡을 하나씩 올려서 기록했던 때가 기억에 남아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시고 제 곡을 좋아해 주셨기에 더 확신을 가지며 음악을 할 수 있었어요.
-가수라는 꿈을 꾸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가수가 꿈이었나요?
초등학생 때 아빠가 통기타의 계이름을 알려주시던 날이 아직 생생해요. 그리고 5학년이 되던 해, 엄마는 제게 기타 레슨을 먼저 권유해 주셨고요. 어렸을 적부터 노래하는 걸 좋아했기에, 싱어송라이터라는 직업을 꿈꾸게 되었어요. 그 후 좋은 기회로 피아노와 첼로, 작곡 등 여러 분야를 더 배울 수 있었고 지금 저의 음악에 좋은 영양분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난 2021년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네, 맞아요. 제게도 정말 의미 있고 자랑스러운 상이에요. 유재하음악경연대회를 통해 더 많은 분께 제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었고,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대회를 통해 만난 사람들과도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었고요.
-지난 22일엔 신곡 ‘무의미’를 발매했습니다. 어떤 곡인가요?
마음을 전하지 못해 사랑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던 때가 있었어요. 마음은 점점 커져만 가는데 표현할 용기가 부족했죠. 그래서 쓰게 된 이야기예요.
-이 곡을 쓰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도 궁금해요.
저는 원래 표현하는 걸 어려워하는 성격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까지도 숨기게 되더라고요. 시간은 금세 지나갔고 진심을 전달할 기회는 사라져 버렸어요. 그 후로는 마음을 표현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더 이상의 후회는 남기기 싫었거든요.
-효린 씨의 가사들은 대부분이 구어체로 되어있더라고요. 이번 ‘무의미’도 그렇고요.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네요. 어쩌면 제가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단순하고 편안한 말들을 가사에 적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노래는 입과 글이 친해야 더 잘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투박하게 말하듯 전하는 이야기가 그래서 더 공감이 크게 되는 것 같기도 해요.
네 맞아요. 투박하게 말하듯 전하는 이야기들을 좋아해요. 약간은 직설적인 표현들도 좋아하고요. 지금의 저에겐, 쉽고 솔직한 글들이 마음속에 더 깊숙이 파고드는 것 같아요.
-자신의 이야기를 글(가사)로 쓴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그만큼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하는 일이니까요.
예전에는 제 이야기를 가사에 적는 게 조금은 부끄러웠던 것 같아요. 일기장을 들킨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말을 다듬고 포장해서 글을 쓰다 보니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결국 진심을 담으려면 내가 나에게 솔직해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매일 일기를 쓰고 편하게 툭툭 가사를 쓰다 보니, 별거 아닌 이야기지만 그 속에 진심이 담겨있더라고요.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이번 앨범 ‘무의미’를 통해선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나요?
진심을 전하기를 망설이는 이들에게 작은 용기를 주고 싶었어요.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고 결국 내게 남아있는 건 전하지 못한 아쉬움뿐이니까요.
-앨범 작업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일, 힘들었던 일은 무엇일까요?
사실 ‘무의미‘는 유튜브에 데모 버전으로 공개가 되었던 곡이에요. 많은 분들이 이 곡이 발매되길 기다리셨고, 데모버전이 제게 너무나 익숙했기에 편곡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막막했어요. 그래서 지원 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었죠. 정말 잘 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평소 닮고 싶은, 존경하는 가수가 있을까요?
이상순, 루시드폴, 선우정아, 조원선, 강승원 등. 다 적기엔 너무 많네요. 지금껏 저에게 음악적으로 많은 울림과 좋은 영향을 주신 분들이에요.
-앞으로 효린씨의 행보도 궁금해지는데요.
올해는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드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어요. 올해 말에 발매를 준비 중인 음악들이 그 첫 번째 걸음이 될 것 같아요. 제가 바라는 곳에 한 걸음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아요. 얼른 음원으로 들려드릴 날이 오면 좋겠어요.
-대중들에게 어떤 가수로 기억되길 바라실까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노래로 온전히 느껴지는 아티스트가 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제 삶을 소소하고 즐겁게 잘 꾸려나가고 싶거든요. 그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음악으로 오래도록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간 발표한 음악들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곡 하나를 꼽자면?
‘나의 밤은 너무 깊다’라는 곡이 있어요. 이전의 앨범과는 다르게 혼자 앨범을 계획하고 편곡하여 발매했던, 어찌 보면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로서의 첫걸음이었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평소 효린 씨의 일상도 궁금해요.
저의 일상은 큰 변화 없이 반복되는 루틴 같은 것이 많아요. 커피를 내리고 책상 앞에 앉아서 노래를 듣고, 기타 연습을 하고, 해야 할 일들을 마치며 하루를 보냅니다. 그 속에서 경험하거나 느낀 것들을 일기에 적고, 그 일기는 가끔 곡으로 탄생하죠. 음악은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 속에 일부러 빠져 허우적대는 날이 많습니다. 조금 더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를 노래하고 싶어요.
-최근 효린 씨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있다면?
어떤 방향으로 음악을 해나가고 싶은지에 대해 여러 질문을 던지며 고민하고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지치지 않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사에 담고 확신이 있는 음악을 해야겠죠.
-마지막으로, 효린 씨의 목표도 들려주세요.
저는 오래도록 노래하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외국에 나가서 공연도 하고 싶고요. 여러 사람들과 작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소소한 삶의 노래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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