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하는 중년 여성, 100억 대작 만드는 여성 감독 [콘텐츠 만드는 여성들①]
여성 주인공 드라마·예능 인기
소재·메시지도 다양화
배우 전도연의 ‘길복순’부터 김희애, 문소리의 ‘퀸메이커’, 송혜교의 ‘더 글로리’, 여성 경찰관, 소방관, 경호원, 운동선수 등이 나선 ‘사이렌: 불의 섬’까지. 올해 넷플릭스 흥행 콘텐츠들의 중심에는 여성이 있었다.
넷플릭스가 최근 발간한 다양성 리포트에 언급된 2021년 공개 넷플릭스 작품 중 여성이 주연 또는 공동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은 시리즈의 경우 57%, 영화의 경우 5%다. 그러면서 “향후에도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에서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누구의 목소리를 놓치고 있는지 돌아보겠다”고 말했는데, 리포트 발간 이후 상황을 보면 실제로도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 통해 메시지를 전달 중인 셈이다.
드라마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전도연의 ‘일타 스캔들’, 엄정화의 ‘닥터 차정숙’, 김서형의 ‘종이달’, 이엘·진서연·차예련·박효주의 ‘행복배틀’, 임지연·김태희의 ‘마당이 있는 집’ 등 여성 주인공 드라마들이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중년 여자 배우들의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올 만큼 여자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상반기였다.
지난 2021년, tvN 드라마 ‘마인’이 재벌가 여성들의 연대를 통해 쾌감을 선사했으며, 티빙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에서는 세 여성들의 술과 우정 이야기를 통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낸 바 있다. 여기에 여성 연예인들의 축구 도전기를 다룬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이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끌면서 ‘여성 중심 서사가 콘텐츠 흥행의 이유가 된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지난해에도 ‘슈룹’,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작은 아씨들’, ‘글리치’ 등 다수의 여성 주인공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을 만나 좋은 성과를 거뒀었다.
‘여성 중심 콘텐츠’들이 늘어나면서, 서사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물론 여전히 많은 배우들, 특히 중년 배우들이 ‘엄마’, ‘주부’ 캐릭터로만 시청자들을 만나는 것은 한계로 지적되기도 한다. 다만 고정된 이미지로부터 탈피하려는 노력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닥터 차정숙’에서는 20년 동안 남편을 내조하고, 자식들을 돌보던 엄마 차정숙이 홀로서기에 성공하는 과정을 다뤘으며, ‘마당이 있는 집’에서는 여성들이 가부장의 억압에 맞서는 모습으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소재의 주인공이 돼 고정관념을 깨기도 한다. ‘여성 콘텐츠 신드롬’의 시작이 됐던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는 여성 연예인들이 직접 뛰고 부딪히며 긴장감, 감동을 만들어냈고, ‘사이렌: 불의 섬’은 여성 경찰, 소방관, 스턴트맨, 경호원, 운동선수들이 치열한 서바이벌 게임을 펼치며 특정 직업군 향한 편견을 지워내고 있다. 특히 남성 비율이 높은 직업군의 여성들이 나서, 자신들의 능력치를 몸소 증명하는 과정에서 ‘여성도 경찰, 소방관, 경호원 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에게 잘 허락되지 않던 대기업 회장·정치인 등을 연기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라고 배우 서이숙이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던 드라마 ‘퀸메이커’는 선거판에 뛰어든 여성들을 통해 기존 정치물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했다.
여성 창작자들에게도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사이렌: 불의 섬’의 이은경 PD를 비롯해 ‘환승연애’의 이진주 PD, ‘옷소매 붉은 끝동’의 정지인 PD 등 다수의 여성 PD들이 인기작을 배출, 이들이 사극 또는 스케일 큰 대형 서바이벌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영화계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임순례 감독이 ‘교섭’을 통해 여자 감독 중에서는 처음으로 100억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를 연기한 것이다. 임순례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어쨌든 이 영화가 잘되면 후배 여성감독들에게도 기회가 갈 것”이라며 “블록버스터나 상업 장르영화 저보다 잘 잘 찍는 후배가 많다. 그런 친구에게도 좋은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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