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앞 통제까지 ‘하라 말라’…서이초 학부모 민원 보니

1학기 공식 민원 11건, 교사 개인이 받은 민원은 “셀 수도 없어”
숨진 새내기 교사, 생전 학교 상담 요청해 ‘학부모 고충’ 토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2023학년도 1학기 학부모 민원 사항. JTBC 보도화면 캡처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새내기 교사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 학교 학부모들이 올해 1학기에 제기한 민원 내용이 공개됐다.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23학년도 1학기 서이초 학부모 민원 내역에 따르면 지난 5개월간 교무실에 공식 접수된 민원만 11건이고, 교사 개인이 받아 집계에서 빠진 민원은 셀 수도 없다고 27일 JTBC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학부모 민원 내용은 다양했다. 이를테면 교문 앞 교통 통제를 두고도 요구사항이 각기 달랐다. 지난 4월 한 학부모가 ‘후문 앞 도로가 혼잡하다’고 민원을 넣어 교감과 보안관이 도로 주변을 통제했는데, 그러자 8일 뒤 다른 학부모가 ‘왜 도로를 통제하냐’고 항의했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2023학년도 1학기 학부모 민원 사항. JTBC 보도화면 캡처

서이초 관계자는 “급하셨는지 슬금슬금 와서 이러시면 안 된다고 하니까 저한테 당신이 무슨 교통(관계자)이냐, 경찰이냐(고 항의하더라)”며 “듣기 거북한 얘기(가 많다). 학생 안전을 위해서 하는 건데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하니까 (힘들다)”고 매체에 말했다.

교통 통제 문제로 차에 앉아 욕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학부모는 3일 뒤 통제가 과했다며 교육청에 민원을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민원도 있었다. 한 교사가 교과서를 가져오지 않은 학생의 학부모에게 “교과서를 준비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자 학부모는 “교사가 교과서를 안 준 것 같다”면서 곧바로 학교로 찾아왔다. 이 민원은 교감이 중재한 뒤에야 마무리됐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2023학년도 1학기 학부모 민원 사항. JTBC 보도화면 캡처

교사가 가르치고 평가하는 내용에 대한 민원도 있었다. ‘담임교사의 생활과 교과지도, 수행평가에 대한 3가지 문제점’을 지적한 한 학부모는 “담임과 면담해 고치겠다”는 교감의 답변을 받고도 나흘 뒤 6가지 문제점이 있다며 민원을 추가로 넣었다. 교감은 또다시 담임을 면담했다고 한다.

학부모 민원 내역 맨 마지막 줄엔 지난주 학교에서 숨진 교사에게 들어온 민원 내용도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2023학년도 1학기 학부모 민원 사항. JTBC 보도화면 캡처

한편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8일 교내에서 숨진 서이초 교사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학교 측에 10차례 상담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2건, 올해 8건이다. 숨진 이번 달에만 3건의 상담을 요청했는데, A씨 학급 학생이 연필로 다른 학생의 이마를 그은 이른바 ‘연필 사건’과 관련된 것이 2건이었다고 한다.

A씨는 13일 상담을 요청하면서 전날(12일) 발생한 연필 사건을 보고했고, 학교 측은 학생과 학생 학부모의 만남을 주선해 사안을 해결했다. 그러나 A씨는 다시 연필 사건에 대해 상담을 요청해 “잘 해결되었다고 안도했으나, 연필 사건 관련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 번 전화해서 놀랐고 소름 끼쳤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학교 측은 “전화번호를 얼른 바꾸라”고 답했다.

A씨는 이번 달 상담을 요청하면서 문제행동을 하는 또 다른 학생의 학부모에 대한 고충도 토로했다. 그는 “학생과 학생 학부모가 자꾸 선생님 잘못이라고 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자꾸 들으니까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고 가스라이팅으로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이에 학교 측은 A씨 잘못이 아니며 학생의 상담 치료가 절실하다고 답변했다.

A씨는 지난달 상담에서는 또 다른 학생을 언급하며 “학생이 이제는 학급에서 ‘금쪽이’가 됐고 상담을 받는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다. 학부모에게 연락했는데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쳐 말하기 힘들었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TV 육아 상담 프로그램에서 따온 표현인 ‘금쪽이’는 문제 행동을 하는 아동을 지칭할 때 주로 쓰인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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